극장에서 '간신히' 만나야 했던 선정성·폭력성 논란 영화들

조회수 2019. 11.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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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개봉 못하는 거 아냐? 특별 상영으로 <위!>를 본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제멋대로 살고 싶은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위!>는 성매매, 포르노, 강압적 구타 등이 노골적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혹시나 제한상영가를 받거나 수정을 통해 심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위!>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11월 28일 개봉한다. 그동안 <위!>처럼 선정성, 혹은 폭력성으로 미개봉 우려를 받았던 작품은 뭐가 있을까?

출처: <위!>

넌 너무 선정적이야!

<러브>

출처: <러브> 포스터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파격. 가스파 노에의 <러브>는 <돌이킬 수 없는> 이후 정말 오랜만에 국내에 개봉할 영화였다. 하지만 개봉까지 쉽지 않았다. <러브>는 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인데, 작품 속 정사는 전부 실제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스파 노에는 <러브>를 3D로 연출해 이들의 사랑을 관객들의 피부에 와닿는 감각으로 옮기려 했다. 

출처: <러브>

이런 노골적인 정사 장면이 담긴 영화는 개봉까지 진통을 앓기 마련. 2006년 <숏버스>라는 전례도 있었다. <러브> 또한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긴 했지만, 일반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우려대로 <러브>는 심의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기 위해 블러 처리를 해야만 했다. 2017년 11월 2일 개봉하긴 했지만, 3D 상영은 없었다. 영화제를 찾기 어려운 관객 입장에선 개봉한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하지만.


<나인 송즈>

출처: <나인 송즈>

2004년작 <나인 송즈>는 그 당시 국내에 개봉할 생각조차 없었다. 이 영화도 <러브>처럼 배우들이 실제 정사를 하는 장면을 담았는데, 그것도 71분이란 짧은 러닝타임동안 정사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국내외에서 ‘포르노 논란’까지 일어났었으니, 당시 한국 사회에서 이 영화 개봉을 과감하게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다.


출처: <나인 송즈>

그런데 7년이 지난 2011년, <나인 송즈>의 개봉 확정 소식이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그동안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연출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다소 느닷없는 소식이었다. 거기다 심의조차 순조롭게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것이다. 다소 뜬금없는 개봉에 놀란 팬들은 심의 결과를 통해 71분 영화가 61분으로 심의를 받았음을 확인했다. 무려 7년이나 지났지만, <나인 송즈>의 파격적인 연출은 한국 사회 특유의 점잖음을 넘지 못한 것이다.


넌 너무 폭력적이야!

<세르비안 필름>

출처: <세르비안 필름>

편집이나 블러 처리로 개봉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 <세르비안 필름>은 수입사도 딱 한 번 심의를 넣어보고 포기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개봉도 안 했는데 영화 좀 본다는 관객들에겐 이미 악명 높다. 전직 포르노 배우가 새로운 포르노 영화 촬영에 갔다가 겪게 되는 괴기한 이야기를 다뤘다. 포르노란 단어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진 몰라도, <세르비안 필름>이 그리는 포르노는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상상도 못한 파괴적인 방식으로 성을 나열하고, 급기야 폭력으로 뒤범벅된 세계로 봉합시킨다. 국내 개봉을 위해 15분이나 편집했지만 제한상영가만 받았고, 다른 국가에서도 편집을 거쳐서 공개될 수 있었다고.


<호스텔>

출처: <호스텔>

2000년대 미국발 호러 영화 이정표가 두 편 있다. 하나는 <쏘우>. 하나는 <호스텔>. 두 영화 모두 훗날 ‘고문 포르노’라는 명칭을 만들 만큼 인간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신체 훼손 등을 묘사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흥행에도 성공해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그나마 수위가 낮은 <쏘우>는 북미 개봉 후 반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만났으나 그보다 훨씬 강력한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호스텔>은 북미 개봉을 1년 10개월이 흘러서야 한국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예상하겠지만 원본과는 차이가 있었다. 94분인 영화에서 4분가량을 들어내 90분으로 개봉했다. 애초에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고어 장르로선 일부 삭제라도 타격이 큰 편인데, 4분 정도 삭제했으니 개봉하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수준이었다.

출처: <호스텔 2>
<호스텔 2>는 결국 국내에 개봉하지 못했다.

너흰 너무 이상해…

김곡·김선 감독

출처: <고갈>

한국 영화 사례라면 보통 <악마를 보았다>를 떠올릴 것이다. <악마를 보았다>도 폭력성을 문제로 제한 상영가를 받았고, 이후 일부 장면을 삭제한 재심의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으니까. 하지만 이 두 감독 앞에선 한 편 정도는 흔히 말하는 애들 장난이다. 김곡, 김선 감독은 <고갈>과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두 편이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실험영화에 가까운 작품을 만든 김곡김선 감독답게 두 영화 모두 강렬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고갈>은 공장 노동자와 매춘으로 생을 연명하는 여성이란 설정도 그랬지만, 극중 삽입된 수간 장면으로 제한 상영가를 받았다. 개봉을 위해 사업가 등록까지 강행한 두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을 수정했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으로 받아 개봉할 수 있었다.

출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반면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자가당착>은 5년 만에 개봉할 수 있었다. 왜? 제한상영가를 받고, 재심의에서 다시 제한 상영가를 받고, 결국 두 감독이 영화를 수정하는 대신 제한 등급 분류 취소 처분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자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각 요소의 상징물이 파괴되거나 성적인 표현을 하는 등 영상등급위원회로부터 “신체 훼손과 잔혹한 묘사 등 과도한 폭력성이 매우 직접적, 사실적으로 묘사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길고 긴 법정 싸움 끝에 <자가당착>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독립영화관에서나마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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