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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탓 ㄴㄴ, 신기술을 기막히게 활용하는 장인 감독 5

조회수 2019. 10. 16. 08: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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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기술의 발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봐도 그렇다. 전화기였던 게 카메라가 달리고, 여러 기능이 더해지니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으니까. 영화 역시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자신의 비전을 구현하고자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현재 활동 중인 감독 중 신기술을 기막히게 잘 쓰기로 유명한 감독 5명을 소개한다.


제임스 카메론

James Cameron

메가폰만 잡으면 흥행하는 이름, 제임스 카메론. 계약 시점부터 엉망이었던 <피라냐 2>를 제외하면, 첫 작품이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는 현재의 이미지와 달리 저예산 영화였고, 그래서 T-800은 정교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됐다. 이후 <에이리언 2>로 블록버스터의, <심연>으로 CG의 재미를 맛본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2>의 액체금속 로봇 T-1000를 CG로 만들겠노라 결정한다. CG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CG와 특수효과를 각각 사용할 부분을 사전에 정확하게 계획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덕분에 당시 CG의 한계를 극한까지 끌어내며 T-1000를 완성시켰고, T-1000는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압도적으로 강한 악당으로 남았다. 1991년 작품임에도 지금까지도 CG를 가장 잘 활용한 영화로 거론되니, 말 다 한 셈.

출처: <터미네이터> T-800
출처: <터미네이터 2> T-1000

그의 기술 덕력 끝판왕은 당연히 <아바타>. 1997년 <타이타닉> 이후 10년 넘게 두문불출하더니 모션 캡처와 CG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아바타>를 2009년 꺼내들었다. 여기에 그는 3D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이나 3D 영화 모두 이전에 시도된 바 있지만, 새로운 기술의 장점보다는 한계가 두드러진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3D의 선명하지 않은 단점을 이용, CG로 채워진 영화 속 세계를 더 몽환적으로 만들었고 CG로만 구현할 수 있는 형형색색의 세계로 3D의 어두운 한계를 극복했다. 장시간 3D 관람시 눈이 피곤한 점도 잊지 않았다. <아바타>는 튀어나오는 효과보다 스크린 안쪽으로 들어가는 원근감에 초점을 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아바타>의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신기록 달성은 두 기술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견인 역할을 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영화 내적, 외적 모두 신기술의 기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아바타>
출처: <아바타>

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Zemeckis

<아바타> 얘기 나왔으니, 이 감독을 이어 소개하는 게 맞겠다. <백 투 더 퓨처> 삼부작으로 유명한 로버트 저메키스는 이미 1980년대에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를 연출했고, 드라마 장르에서도 CG와 시각효과를 탁월하게 사용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표적인 건 <콘택트>. 영화 대부분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도입부의 거울 장면이나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가 웜홀을 통과하는 장면 등 적재적소의 시각효과로 호평을 받았다.

출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로버트 저메키스와 로저 래빗

물론 이 정도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로버트 저메키스표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2004년, 로버트 저메키스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모션 캡쳐에 표정까지 포착할 수 있는 퍼포먼스 캡쳐를 이용, 가상 캐릭터들에게 실제 배우의 연기를 덧입혔다. 이런 방식을 통해 톰 행크스는 극 중 1인 5역을 도전할 수 있었고, 저메키스는 ‘폴라 익스프레스’의 속도감과 판타지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실패에도 저메키스는 차기작으로 <베오울프>를 선택했다. 게르만족의 영웅 서사시를 화려한 CG 그래픽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스크린에 옮기는 데 성공했지만, 현실적인 그래픽은 도리어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해 관객들에게 거리감을 줬다.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크리스마스 캐롤>. 이번엔 캐릭터들을 과장시켜 묘사하면서 애니메이션 특유의 느낌을 더했고, 짐 캐리 역시 1인 3역의 연기로 작품에 힘을 실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이런 도전에도 불구, 세 작품 모두 손익분기를 넘지 못하거나 간신히 도달하는 흥행 성적을 남겼다는 게 아쉬울 정도. 이 작품 이후로 <하늘을 걷는 남자>의 마천루, <얼라이브> 속 세계 2차대전 당시 풍경 등은 저메키스의 기술 이해력이 여전하단 걸 모두가 인정하게 했다.

출처: <폴라 익스프레스>
출처: <베오울프>
출처: <크리스마스 캐롤>
스틸 속 두 인물 모두 짐 캐리가 연기했다.

이안

Ang Lee

혹시 아직도 이안 감독을 <와호장룡>으로 기억하는 관객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 리스트에서 그의 이름이 나온 것에 놀랄 수도 있겠다. 이안 감독은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HFR(하이 프레임 레이트)에 앞장서는 감독이다. 일반적으로 24프레임인 영화의 기준을 한참 상회하는 120프레임. 그는 신작 <제미니 맨>과 전작 <빌리 린스 롱 하프타임 워크>를 무려 120프레임으로 촬영했다. 세계 최초 48프레임을 선택한 <호빗> 시리즈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나 게임 같다”고 평가했던 만큼 120프레임의 <빌리 린스 롱 하프타임 워크> 또한 개봉 이후 프레임 레이트로 여러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안 감독은 이번 <제미니 맨>에서도 120프레임을 선택해 자신의 확고한 비전을 다시금 펼쳤다. PC로 본다면 아래 영상에서 60프레임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안 감독의 120 프레임 선택이 옳은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CG와 3D 활용도는 이미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완벽하게 입증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함께 망망대해를 떠돌게 된 파이(수라즈 샤르마)의 이야기. 원작 소설에서 묘사되는 리차드 파커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그릴 것인가. 이안 감독은 훈련된 호랑이와 CG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또한 리차드 파커의 CG를 담당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도록 지시했다. 이안 감독은 그런 방식으로 실제와 CG를 혼용했단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게 관객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3D 연출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특히 영화의 엔딩 장면은 극찬을 받았다. 오직 3D를 사용했을 때 할 수 있는 연출을 통해, 실제와 환상, 믿음과 사실을 다루는 작품의 주제를 구체화시키며 작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안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 블루레이에 2D로도 돌출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버전을 담았다. 위 블랙바를 넘어간 피사체를 보라.

로버트 로드리게즈

Robert Rodriguez

로드리게즈 감독의 신기술 선호는 위의 인물들과 목표가 조금 다르다. 위의 감독들은 제작비가 넉넉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 신기술을 선보였다면, 로드리게즈 감독은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기술을 사용하는 편이다. <씬 시티>가 대표적이다.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클라이브 오웬, 일라이저 우드, 제시카 알바 등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을 기용할 수 있었던 이유. 일정을 맞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씬 시티>는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영상에 CG 배경을 합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배우들 또한 모든 장면에 같이 있을 필요가 없었고, 대화 장면조차 따로 촬영한 후 합성하곤 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여느 감독들보다 디지털카메라에 빠르게 시선을 돌린 것도 결국 예산 문제다. 데뷔작 <엘 마리아치>부터 자급자족으로 영화를 만든 그에게 필름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촬영은 신세계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2002년 <스파이 키드 2 - 잃어버린 꿈들의 섬>부터 디지털 촬영을 도입했고, 심지어 2003년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를 통해 3D 영화에도 도전했다. 지금처럼 편광방식이 아닌 적청방식이라 수많은 단점에 혹평 세례가 이어지긴 했으나, 3D TV를 꿈도 꾸기 어려운 2000년대 초에 DVD로도 적청방식 3D 버전을 발매하며 빈곤한 신기술 덕후들의 박수를 받았다(아래 영상). 고전적인 촬영 방식을 썼을 것 같은 <플래닛 테러>, <마셰티> 역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 후 후반작업으로 필름 느낌을 낸 것.

이렇게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감독이라 그런지 제임스 카메론이 자신의 드림 프로젝트 ‘총몽’ 영화화의 수장으로 로드리게즈를 발탁했다. 이 두 기술 덕후 감독이 합심해 탄생한 작품이 <알리타: 배틀 엔젤>. 두 감독은 로사 살라자르의 퍼포먼스 캡처를 기반으로 알리타의 모든 부분을 CG로 재조립했다. 그러면서 공간은 실제 세트를 지어 현실감을 더했다. 세트와 CG 캐릭터, 언뜻 이질적인 조합으로 <알리타: 배틀 엔젤>은 이중적인 SF 디스토피아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그래도 끝판왕은 스티븐 스필버그. 다른 감독들이야 영화에서 기술을 부각시키며 ‘기술 덕후’임을 드러낸다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여전히 고전적인 영화와 최첨단을 달리는 영화를 모두 아우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적 능력으로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 당장 그의 최신작을 훑어보자. 스필버그는 2017년에 <더 포스트>를, 2018년에 <레디 플레이어 원>을 연출했다. 1971년 정치와 언론을 그린 실화 <더 포스트>와 미래의 가상현실 게임이 배경인 <레디 플레이어 원>. 전체적인 결은 물론이고 촬영 방식도 전혀 다른 두 작품 모두 명작이란 소리를 들은 건 누가 봐도 스필버그의 탁월한 연출 덕분이다.

출처: <더 포스트>
출처: <레디 플레이어 원>

그의 기술과 연출력이 가장 화려하게 만난 영화는 모션 캡처 3D 애니메이션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레드 래컴(다니엘 크레이그)과 프란시스 하드독(앤디 서키스)의 결투 장면, 모터사이클 추격 롱테이크 등은 원작의 그림체에 긴장감 넘치는 박력은 물론이고 유려한 카메라 워크로 각 장면의 호흡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흥행이 안돼서 잘 언급되진 않지만 <마이 리틀 자이언트>도 거인과 소녀, 물리적으로 부피가 다른 두 주인공이 시선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등 여러 교감을 하는 동안에도 별다른 어색함이 없다.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테일한 연출과 CG의 활용이 적절하게 만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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