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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가 나를 완전히 '맛이 가게' 만들었다

조회수 2019. 7. 17. 18: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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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이유 5~7편
[지난 시간 3줄 요약]
- 이직으로 투자 여건 확보, 복덩이 탄생
- 육아에는 다소 아쉬운 주거환경...누수 발생
- '알아서 할게' 하시는 주인 할아버지

-5편-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께서는 한쪽 무릎을 짚으시면서(불편하셔서) 가지고 온 장비를 베란다 한쪽으로 옮기기 시작하셨다. 


'뭐지?' 하면서 멍하니 지켜보던 나 역시 어느샌가 짐을 옮기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 후에는 전문가가 올거야' 하면서 기다려보기로 하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세탁기 위로 올라가려고 하신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응. 세탁기 뒤편에 배수구가 있잖아. 그걸 봐야지"

"그러려면 세탁기를 옮겨야 보일 텐데요?"

"아냐, 내가 넘어가서 보면 돼"

"네?"


연세도 연세시지만 체구도 크신 편이셨다. 그런데 드럼세탁기 위로 올라가 그 뒤에 있는 좁은 틈으로 가서 배수구를 보시겠다니...


"아이고 됐습니다 할아버지. 제가 올라가서 볼게요."

"으, 응? 자네가...? 그래 주겠나?"

"네...(그런데 이게 뭐하는 시추에이션이지?)"


신기하게도 조금 전 멍하니 짐 옮기는 걸 지켜보던 내가 드럼세탁기 위로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이건 아닌데...'였다. 


와이프도 '그걸 왜?' 하는 한심한 표정이다. 복덩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고...세탁기 위로 올라간 나는 배수구를 쳐다보았지만, 뭐! 어쩌라고?!


"오늘은 안됩니다"


"할아버지, 이제 뭐 하면 돼요? (아니, 내가 왜!)"

"응. 거기 보면 배수구가 보일 텐데 말이야. 옆에 금이 가거나 그러지 않았나?"



"네? 여기에선 잘 안 보여요. 그런데 이거랑 아랫집 화장실하곤 위치가 다른데, 정말 이게 원인일까요?"


"(내 말이 안 들리시는지) 그 배수구 주변을 덧방을 해야 누수가 없어질 거야. 암, 그렇지"



"아뇨 할아버지. 여기에서 화장실은 저 멀리 있는데..."

"그럼 세탁기를 좀 빼볼까?"



"네?!"


할아버지 말씀은 아무래도 배수구가 원인 같으니 그 주변을 덧방을 하자는 건데, 그러려면 세탁기를 완전히 빼야 한다. 


가뜩이나 비좁은 베란다에 짐을 놔두는 선반도 있어서 사실상 이 작업은 불가능하다.


"아니, 그래도 할아버지. 이거 세탁기도 빼야 하고 보통 작업이 아닐 텐데요. 게다가 원인도 명확히 모르는데..."


할아버지는 이미 장비를 주섬주섬 풀고 계셨다. 더 이상 가만히 있다간 나도 이상하게 말릴 거 같아서,


"할아버지 오늘은 안됩니다. 사전에 말씀도 안 주시고 무작정 그러시면 안되죠. 다시 일정 잡으시죠."


아랫집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베란다는 정말 원인이 아닌 것 같았기에, 무작정 세탁기를 뺄 수는 없었다. 일단은 그렇게 할아버지께서 '철수'를 하셨다.


그러나 다음날, 한 통의 전화가 나를 완전히 '맛이 가게' 만들었다.


To be continued...

-6편-


누수가 발생하니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비록 우리집은 피해가 없다고 해도, 그리고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라 하더라도 누수 해결을 위해 협조할 의무는 있다. 아랫집은 매우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반대로 우리 집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하루빨리 해결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베란다 덧방은 정말 아닌 거 같았다. 세탁기 뒤 배수구와 화장실 위치는 완전히 떨어져 있기에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회사에서 심란해하고 있는데 와이프한테 전화 한 통이 왔다.


"오빠, 큰일 났어! 아무래도 주인 할아버지가 이상해."

"무슨 소리야. 침착하고 천천히 말해봐."


"아니 글쎄, 오늘 아침에도 아기 자고 있는데 벌컥 들어오셔서는 화장실 수리를 해야 하니 우리보고 잠깐만 나가서 살래. 여관비 대주겠다고..."

"뭐?!"



이 전화 한 통으로 나는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이번 계약 기간만 끝나면, 이 집에서 나간다!'


비록 할아버지가 연세는 많이 드시고, 가끔 귀도 안 들리시고, 월세 하나도 안 깎아주고, 정말 계산은 1원 하나 허투루 안 하시는 꼼꼼하고 정확한 분이셨지만 이건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드렸다.


"할아버지, 전데요."

"응, 그렇지 않아도 내가 전화를 하려 했는데..."


"할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이제 100일도 안 된 애가 있는데 여관이라뇨. 게다가 지난 번에 원인도 제대로 못 잡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해도 해결이 안되면 어떻게 하실려고요."

"아니 아랫집에서 너무 피해가 크다고..."


"물론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협조 드리려고 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밑에 누수가 계속해서..."

"저희 아직 계약 기간 남았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절대 못 나갑니다. 아시겠죠? 죄송하지만 이만 끊을게요."

나보다 연세가 한참이 많으신 분에게 그러면 안되지만, 나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기에 내겐 그 기간 동안 머무를 권리가 있다. 아랫집 누수 해결을 위해 도와줄 의무도 있지만 나의 점유권이 더 크다고 봤다.


그렇지만 세상 일이 법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계속해서 같은 이유를 들어 우리 가족을 압박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 번 본인 생각을 말씀하시면 절대 이를 바꾼 적이 없었기에 심지어 나는 두려움마저 느꼈다.) 이를 해결하려면 누수를 잡거나 계약 전 내가 먼저 이사를 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경매 사이트를 계속 뒤져봤지만 답답하기만 했다.


참고로 연초부터(2014년), 경매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회사 다니다 보니 입찰도 어렵고 입찰은 했지만 계속 패찰하니 좀 허무했다. 


그렇다고 가격을 높게 쓸 수도 없고...(그렇게 하면 진정한 경매인이 아니고 법정에서 물만 흐리는 초보라고 배웠다.)


또 하나 답답한 이유는, 내가 '어디에', '어떤 아파트'를 투자해야 하는지 경매 수업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로 경매 물건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것인데 가끔 그 당시 강사님께서 "어디서 오셨어요? 아, OO요? 거기 분위기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라고 묻는게 다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정말 대박이었다. 그때 나왔던 OO지역은 대구, 강서(마곡), 전라도 광주 등으로 기억한다. (다시 생각해도 젠장이다...)

출처: 지지옥션, 그 당시 열심히 보았던 지지옥션. 굿옥션도 많이 봤는데...

어쨌든 집을 이사는 가야겠는데, 자금은 없고 (2년 동안 백수, 이직한 지 이제 6개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빌라만 살다 보니 아파트는 왠지 넘사벽 같고...그런 상황이었다.


그래도 직장이 판교라 일단 그 근처부터 뒤지기 시작하였는데 그때 본 판교, 분당 집값을 보고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뭐지? 지금 사는 빌라 보증금이면...한 3평 정도 살 수 있는 건가?' 누수에, 어이없는 집값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누수는 나아졌다 심해졌다를 반복하며 우리 집과 할아버지는 냉전 아닌 냉전을, 그래도 아랫집에는 죄송해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여관은 아니지 않나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신다.


그렇다고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하루는 처남이 우리 집에 방문하였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한편으로는 너무나 어이없게 누수 문제는 해결이 돼버렸다.


To be continued...


-7편-


처남은 손재주가 좋은 편이다.


내가 낑낑대며 뭔가를 고치려고 할 때, 신기하게도 금방 그걸 해결한다. 물론 이런 걸 전문으로 배운 건 아니고 그저 타고난 재능이랄까. 


때론 '일단 해보고 보자'라는 성향이라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이번 일이 그랬다.


어느 날 처남이 우리 집을 방문하였다. 특별한 일이 있는건 아니고 조카(주니어)를 보러 온 것인데 화장실을 갔다 오더니,


"어, 여기 변기 노즐이 완전 낡았네요? 제대로 작동은 되나요?"


거의 4년 동안 지내면서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인데, 처남이 그걸 보고 만지작거리려고 한다.


"그거 그냥 놔둬도..."

"어랏?! 뭐야 이거?"


말보다 행동이 앞선 처남이었다. 노즐 꼭지를 돌려보려고 시도하더니 이내 그게 망가진 것.


"어? 이거 어떻게 하지? 갈아서 끼워놔야 할 거 같은데..."


그렇게 착한(?) 세입자였던 나는 인근 철물점으로 가서 변기 노즐을 몇천 원을 주고 구입했다. 몇천 원...변기 노즐 교체는 물론 처남이 도와주었다(자기가 망가뜨렸으니까...그리고 난 손재주가 좋지 않다). 


그 과정에서 수도를 잠그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서 한바탕 물 폭탄을 맞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작업은 완료되었다.


한편으론, 그냥 놔두지 왜 건드려서 이 고생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처남의 이런 행동과 다음 말이 신의 한 수가 된다.


"혹시 아랫집 누수...이것 때문 아니에요?"


오잉? 설마? 그게 왜? 처남의 말을 들어보니, 노즐이 낡을 대로 낡아서 작동도 제대로 안됐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더라는 것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바로 아랫집으로 내려가 누수가 계속 진행되는지 지켜봐 달라고 하였다. 아마 하루 이틀 정도는 계속 봐야 할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밑에 집에서는 알았다고 말은 하였지만 누수로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었다.


일단은 그렇게 '변기 노즐' 사건을 정리하고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고 회사 업무와 함께 짬짬이 실거주를 어디에 마련할지 지도를 보며 고민하고 지냈다. 


여전히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고, 아파트 값은 비싸 보였고, 내가 가진 돈은 너무 부족했다.


그렇게 지내고 이틀 정도 지났을까? 집에서 반가운 전화가 한 통이 왔다.


"오빠, 밑에 집 이제 물이 안 새나봐. 누수 없다고 연락왔어~"

"정말? 다행이다!"


순간, 여러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 누수 탐지 전문가라고 오신 기사님
- 베란다 덧방을 해야 한다며 드럼세탁기 위로 끙끙대고 올라가려고 하신 할아버지
- 집을 일주일만 비워달라는 말에 격분한 나
- 이 모든 걸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태평하게 잘 자고 놀고 있는 나의 주니어

만약 순순히 내가 집을 비워주고 짧게나마 여관살이를 했다면 어땠을까? 누수 문제는 해결됐겠지만, 그게 내 가족들에게 해야 할 일이었을까?


그렇다고 아랫집에서는 계속 누수 피해를 보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게 맞았던 것일까? 처남이 방문을 안 했더라면, 처남의 '일단 해보자' 라는 저 성향이 아니었다면...참으로 여러가지가 생각이 나는 그런 순간이었다.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다시 기존처럼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하지만 이번 계약 기간을 끝으로 반드시 다른 집을 가겠다는 나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게 매매든 전세든 말이다.


때마침 신문 기사 하나가, 전세에서 매매로 확실하게 돌아서는 계기가 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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