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연구소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2020년 가을부터 차세대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면서 2021년은 전기차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요. 대량 판매가 가능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미국의 테슬라가 주도해온 전기차 시장의 판도도 흔들릴 전망입니다. 오늘 첫차연구소에서는 ID. 시리즈로 전기차 시장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폭스바겐의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폭스바겐은 드레스덴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한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 전략을 발표한 바 있어요. 이후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대대적인 e-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추진해 오고 있죠.

 

‘일렉트릭 포 올’ 전략은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기차를 출시해 진정한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선언이었어요.

 

당시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략의 핵심인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모듈형 전기 구동 매트릭스, Modular Electric Drive Matrix)을 처음 공개하며, MEB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ID. 시리즈의 생산 계획도 내놓았어요.

2019년 9월 폭스바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 전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 미디어 나이트’ 행사를 열고 다시 한번 그룹의 미래 전략을 발표합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폭스바겐은 전동화 전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꺼냈어요.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그룹 회장은 “2028년까지 폭스바겐 그룹 전체에 걸쳐 70종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들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는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220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어요.

 

현재 폭스바겐은 이 같은 전동화 목표를 위해 시설 투자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ID.3가 생산되는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 12억 유로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기반의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2020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갔어요.

 

유럽 내 최대 전기차 공장으로 변모한 츠비카우 공장은 연간 33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랍니다. 디스 회장은 “10년 후에는 폭스바겐 브랜드 차량 상당수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와 관련해 우리만큼 일관성 있게 행동해 오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어요.

폭스바겐은 ‘일렉트릭 포 올’ 전략에 맞춰 폭스바겐 디자인 팀과 마케팅 팀 공동 작업으로 9개월 만에 새 브랜드 디자인과 로고도 개발했어요. 친환경 브랜드 도약을 위한 새 브랜드 디자인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높은 유연성을 목표로 제작됐어요. 폭스바겐은 2020년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으로의 전환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어요.

 

2025년까지 연간 15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계획 중인 폭스바겐은 2022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 엠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또 짓고 있답니다. ID.4를 비롯한 차기 전기차 라인업을 생산할 예정인데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예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폭스바겐의 전기차 중심 플랫폼 전환도 가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성능 향상에 심혈을 기울인 순수 전기차 ID.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죠.

 

2019년 9월 ‘폭스바겐 미디어 나이트’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ID.3는 ‘일렉트릭 포 올’ 전략을 통해 탄생한 모델이에요. ID.3는 MEB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순수 전기차로 골프와 비슷한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으로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어요.

 

ID.3는 디자인과 크기가 골프와 유사하면서도 외관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불어넣은 것이 특징이에요. 새 브랜드 디자인과 로고도 적용됐답니다.

 

ID.3의 배터리팩은 보급형인 45㎾h를 포함해 58㎾h, 77㎾h 등 3가지 트림으로 제공되고, 1회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는 WLTP기준으로 330~550㎞에 이릅니다. 30분간 급속 충전으로 최장 290㎞까지 달릴 수 있어요. 뒷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의 출력은 최고 204마력입니다.

 

양산된 ID.3 모델은 2020년 여름부터 독일에서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됐어요. 가격은 기본 모델인 프로 퍼포먼스가 3만 5,575유로, 한화 약 4,862만 원부터예요.

2020년 3월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ID. 시리즈의 두 번째 주자이자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SUV(SUEV) ID.4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어요.

 

ID.4는 ID.3과 마찬가지로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과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소개된 ID.크로즈(ID.Crozz)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개발됐어요. 차체 하부에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최적의 차제 균형을 구현했어요.

 

82kWh 용량의 ID.4의 배터리는 교류와 직류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는데, 뛰어난 공기 역학 디자인 덕분에 1회 완충으로 402km를 주행할 수 있어요.

 

ID.4 기본형은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31.5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얹어지고 구동방식은 후륜구동입니다. 향후 전륜에 전기모터가 추가된 사륜구동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에요.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출력 302마력, 최대토크는 45kgm 이상입니다.

 

ID.4의 외관은 날렵하게 디자인된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와 전면부 및 후면부의 길게 뻗은 라이트바가 특징이에요. 전후면부의 폭스바겐 로고도 점등됩니다. 측면부는 부드러운 곡선을 통해 복고풍 이미지를 강조하고 윈도 몰딩을 화이트로 마감해 포인트를 줬어요.

 

ID.4에는 폭스바겐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Drive가 적용됐어요. IQ.Drive는 전방 충돌 경고 및 비상 제동, 사각지대 모니터링, 차선 유지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도로 표지판 모니터링, 오토 하이빔 등으로 구성됐어요. ID.4는 대형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전기를 차단한답니다.

 

ID.4는 2020년 연말부터 유럽, 중국, 미국에서 먼저 판매될 예정이에요. 가격은 미국 기준 3만 9,995달러, 한화 약 4,600만 원부터입니다.

폭스바겐은 나아가 ID 라인업에 테슬라 모델X를 겨냥하는 새로운 대형 SUEV도 준비 중입니다.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인 투아렉과 유사한 전장 4910mm, 전폭 1890mm, 전고 1760mm의 크기를 지닌 ID.6는 3열 시트를 갖춘 7인승 구조로 2019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ID.룸즈(Roomzz) 콘셉트의 양산형 버전이에요.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ID.6는 차체 바닥에 낮게 깔린 77kWh 용량의 배터리를 기본으로, 최대 11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어요. WLTP 기준 완충 시 주행거리는 각각 약 450km, 600km를 나타낼 것으로 알려졌어요. ID.6의 밑바탕이 된 ID.룸즈는 2019년 공개 당시 82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450km를 주행거리 제원을 밝힌 바 있어요.

 

ID.6의 대용량 배터리는 고속 충전 지원으로 편의성을 키웁니다. 콘셉트 모델 당시 150kW의 고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약 30분 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었던 만큼 양산형 버전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에요.

 

대용량 배터리와 짝을 이루는 전기모터는 전, 후륜 차축에 각각 얹히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총 시스템 출력 306마력을 발휘할 전망이에요. 초기 개발 당시 410마력을 목표로 했지만 에너지 효율과 주행거리 등을 고려하여 전기모터의 성능을 조율한 것으로 보입니다.

 

ID.6는 이르면 2021년 하반기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에요.

ID.3는 고객 인도가 시작된 이후 2020년 10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어요. 유럽 자동차 분석 전문업체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유럽 20개국에 총 1만 475대의 ID.3를 판매하며 10월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답니다.

 

2위는 9,778대가 판매된 르노 조에(ZOE), 3위는 현대차 코나(5,261대), 4위는 기아차 니로(3,868대), 5위는 푸조 208(3,757대) 순이었고 테슬라 모델3는 10위권에 들지 못했어요.

 

ID.3는 엔지니어링의 본질에 충실하고 전형적인 폭스바겐 방식으로 성숙하게 개발된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해외 소비자들은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전기차라며, 탁월한 기동성과 세련된 승차감이 민첩한 주행 특성과 잘 어우러져 있다는 반응입니다. ID.3가 e골프를 간접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요.

ID.4 역시 2020년 10월 ‘퍼스트 에디션’ 사전 계약을 시작한 당일, 전량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남겼어요. 폭스바겐은 ID.4의 판매 트림을 ‘퍼스트 에디션’과 ‘ID.4 프로’로 구분했는데, ID.4 퍼스트 에디션은 2021년 1분기, ID.4 프로는 2021년 중반에 고객 인도가 될 예정입니다.

 

CNN은 미국 시장 최초의 장거리 전기차인 ID.4가 폭스바겐의 대표 브랜드 ‘비틀’처럼 미국 국민차가 되겠다는 야심을 보였다고 평가했어요. 딱정벌레 모양의 ‘비틀’은 1949~1977년에 미국에서 거의 500만 대가 판매된 역사에 길이 남을 베스트셀러카였죠.

이 밖에 2020년 5월 위장막으로 가린 채 테스트 중인 ID.5가 포착되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쿠페형 SUV로 소개될 ID.5는 ID.4의 쿠페형 버전으로 ID. 패밀리의 콘셉트카 중 하나인 ID.크로즈를 밑바탕에 두고 있어요.

 

스파이샷을 접한 소비자들은 ID.3 해치백과 ID.4 SUV와 달리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돋보인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어요. ID.5는 2021년 출시 예정입니다.

2019년 ‘LA 오토쇼’의 전야제에서는 ID. 패밀리의 7번째 콘셉트카이자 순수 전기차 모델인 ID. 스페이스 비전(ID. SPACE VIZZION)이 최초로 공개됐어요.

 

디자인과 차체 개발에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택한 ID.스페이스 비전은 공기저항 계수가 0.24에 불과한 그란 투리스모의 공기역학 성능과 SUV의 넓은 실내 공간을 결합시킨, 새로운 세그먼트를 정의한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어요.

폭스바겐은 최근 전동화와 디지털화를 의미하는 ‘트랜스폼 2025+’를 선언하고 2024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110억 유로, 한화 약 15조 39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에요. 폭스바겐은 2025년을 전기차 사업의 터닝포인트로 잡고 있어요. 전기차로의 대대적 전환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는 폭스바겐이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재편에 강력한 트리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폭스바겐이 그리는 빅픽처! 'ID. 시리즈'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 ID. 시리즈 이야기

Copyrights 첫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