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팔라, 엑센트를 단종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

조회수 2019. 9. 20. 19: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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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 중 세단 비중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어요. SUV 수요가 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일반 승용 목적의 SUV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앞으로 SUV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고 전기차와 차량 공유 같은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세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세단과 SUV 시장을 진단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세단의 입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줄줄이 단종을 선언하면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세단이 자취를 감추게 됐어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는 이미 국내 판매를 접고 수출형 ‘리오’로만 남았고, 현대자동차도 최근 ‘엑센트’의 단종을 확정 지었어요. 빈자리는 최근 출시한 소형 SUV ‘베뉴’가 이어받을 예정이랍니다.

 

이에 따라 내수 소형차 시장에서 세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그나마 해치백으로 남아있는 차종은 르노삼성 ‘클리오’가 유일한데요. 최근 르노 역시 클리오의 완전 변경을 단행하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르노삼성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클리오의 신형 도입 여부를 놓고 고심 중입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 세단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는 이유는 판매 부진 탓이에요. 엑센트는 2012년 3만 대 넘게 팔리는 등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갈수록 판매가 줄어들었어요. 2017년에는 1만 대를 밑돌더니 지난해엔 5698대 팔리는 데에 그쳤죠. 올 상반기(1~6월)에는 2461대밖에 팔지 못했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2994대과 비교하면 17.8% 줄어든 규모인데요. 경쟁 모델이 이미 사라졌는데도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소형 세단 자체의 매력이 없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요.

수입차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해외에서 ‘소닉’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한국GM 쉐보레의 글로벌 소형차 ‘아베오’는 7월부터 생산을 중단하면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어요. 2011년 출시 후 쉐보레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모델이었지만 8년 만의 단종된 것이죠.

 

‘크루즈’ 역시 지난해 군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단종됐어요. 2016년, 새로운 세대를 출시하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GM의 장기적인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을 맞이했답니다.

 

쉐보레의 대형 세단인 ‘임팔라’ 역시 결국 정리해고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랜저’의 대항마로 불리기까지 했던 임팔라는 올해 1월 고작 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어요. 임팔라는 꾸준히 단종설이 이어져왔던 모델인데요. 한 체급 낮은 말리부에게도 밀리는 인기로는 세단 시장의 침체된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죠. 

 

특히 임팔라는 덩치가 큰 풀 사이즈 카테고리의 세단인 만큼 그 타격도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후속 모델 없이 2019년 4분기에 생산이 종료될 예정입니다. 쉐보레는 향후 ‘트레일 블레이저’와 같은 SUV로 소형 라인업을 재구성할 전망이에요.


대세가 되어버린 SUV

이 같은 소형차의 멸종 배경에는 SUV로 향하는 흐름이 있어요. 소득 증가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사회적 욕구가 강해지면서 보다 큰 차종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랍니다.

 

특히 소형차가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 승용차의 약세는 두드러지고 있어요. 시장분석업체 JATO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서브 콤팩트 시장은 74만 9,6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어요. 반면, 소형 SUV 시장은 같은 기간 56만 9,402대로 11% 성장했죠.

 

국내 시장에서도 세단은 3월 판매량이 5만 6,924대로 지난해 같은 달의 6만 1,336대보다 7.2% 감소한 반면, SUV는 5만 1,608대가 팔려 작년 동월의 4만 8,989대보다 5.3% 늘었어요.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52.7%를 차지했던 세단의 판매 비중은 올해 1월 51.4%, 2월 50.8%로 낮아졌고 3월에는 49.7%로 결국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섰어요. 세단과 반대로 SUV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연간 40.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 42.6%, 2월 44.1% 3월 45.1%로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죠.

이와 같이 소형 세단의 판매를 급감시킨 모델은 소형 SUV입니다. 소형 SUV는 2013년 한국에 처음 등장했지만, 6년 만에 9개 차종이 시장에 나올 정도로 급성장했어요. 가격은 소형 세단과 비슷한데, 높은 시야와 넓은 적재공간 등 SUV 특유의 장점을 갖춰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SUV보다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중형 이상의 큰 차를 원하는 추세예요.

 

소형 SUV들은 신차 경쟁을 통해 꾸준히 판을 키우고 있는데요. 쌍용차는 6월 초 신형 티볼리를 출시한 데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도 잇달아 새 차 ‘베뉴’와 ‘셀토스’를 선보이며 치열한 일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형 SUV 장르를 활짝 열어젖혔다면 쌍용차 ‘티볼리’는 소형급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차죠. 기존 SUV 시장은 중형급인 ‘싼타페’와 ‘쏘렌토’를 비롯해 그 아래 차급에서 ‘투싼’과 ‘스포티지’ 등 쟁쟁한 차들이 버텨왔어요. 상대적으로 덩치 큰 차들에 가려져있던 소형 SUV들은 2015년 티볼리 등장을 기점으로 그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죠.

 

6월 출시된 티볼리 신형은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는데요. 새로운 엔진이 탑재됐고, 내·외관 디자인도 크게 바뀌었어요. 부분변경 모델인데도 4년 만에 신차급 변신을 꾀했다는 뜻에서 쌍용차는 ‘베리 뉴 티볼리’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4년 전 첫 선을 보인 이후 소형 SUV 부문에서 판매 1위를 지켜오던 티볼리는 지난해 현대차 ‘코나’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죠. 후발주자인 코나는 지난 한 해 동안만 5만 대 넘게 팔리면서 티볼리를 추월했어요. 티볼리로선 코나 말고도 도전자들의 추격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2017년 코나로 ‘티볼리 돌풍’에 맞불을 놓은 현대차는 7월, 또 하나의 소형 SUV를 내놓았어요. ‘베뉴’(VENUE)는 현대차의 SUV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작은 몸집을 가졌어요. 코나의 동생쯤으로 여겨도 될 것 같아요. 베뉴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엔트리(생애 첫차) SUV를 콘셉트로 개발되었어요.

 

판매 가격은 1473만~2141만 원 대인데, 베뉴가 가세하면서 현대차는 소형급에서부터 준중형, 중형, 대형 차급으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어요.

기아차도 7월 소형 SUV ‘셀토스’(SELTOS)를 선보였죠. 차명은 ‘스피디’(Speedy)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의 아들인 ‘켈토스’(Celtos)의 합성어로, 작지만 강인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요. 셀토스는 젊고 혁신적이며 대범한 스타일로, 차원이 다른 하이클래스 SUV를 지향하고 있어요. 

 

셀토스가 나오면서 기아차는 소형급만으로 쏘울과 니로, 스토닉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제품군을 형성하게 되었답니다.

이 밖에 수입차 업계에서도 증가하는 국내 소형 SUV 수요를 잡기 위한 신차들을 속속 내놓고 있어요. 전통의 SUV 강자로 꼽히는 지프는 지난 6월 소형 SUV 레니게이드의 디젤 모델인 ‘뉴 지프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하이 2.0 AWD’를 출시했고, 시트로엥도 ‘뉴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SUV를 선보였어요. 이 차는 지난 2017년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 20만 대를 기록한 시트로엥의 주력 모델 중 하나랍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처럼 앞다퉈 소형 SUV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부터 소형 SUV 라인업을 각각 둘로 늘렸답니다. 10대 중 8대가 SUV인 북미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대·기아차가 북미 시장에서 세단 생산·판매를 당초 계획보다 빨리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현대·기아차가 내년 국내외에서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신차는 총 10여 종인데 이 중 90%가 SUV 또는 레저용 차량(RV)이에요. 올해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신차 중 SUV 비중이 약 60%라는 점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죠. 내년이 현대·기아차에서 더 이상 새로운 세단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 `세단 모라토리움`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답니다.


한편, 해외 완성차 업계도 소형차를 대체할 SUV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요타, 포드를 비롯한 주요 회사는 최근 소형 제품군을 정리하고 SUV, 전기차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에요.


수년 전만 해도 SUV는 별도 목적이 있는 차량으로 구분했지만, SUV도 오프로드에서 도심형으로 대세가 바뀌고 소형화도 빨라지면서 세단과 차이점이 많이 좁혀져 가고 있어요. 

 

전체 승용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지 않으면 개발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SUV가 실용성을 강조한 차종으로 특히 소형차 시장에서 승용 목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요 변화를 감지한 완성차 업체 역시 세단에서 SUV로 돌아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지난해 국내 소형 SUV 판매량은 15만 3,000여 대로 10년 만에 수요가 10배가량 커졌습니다. 소형 SUV의 선호 현상은 작지만 중형 못지않은 주행 성능과 감성적인 디자인, 합리적 가격 등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어요. 사라져가는 세단과 달리 소형 SUV 시장은 신차 효과에 힘입어 올해도 지난해 대비 20~30%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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