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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보이기 위해 '닮아'야만 했다? (feat. 자동차 패밀리룩)

조회수 2019. 6. 17. 12: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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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동차들은 비슷한 '얼굴'을 가졌다거나, 멀리서 보더라도 분명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신가요?
가족사진을 보면 눈, 코, 입이 서로 닮은 것처럼 자동차 브랜드마다 외관 디자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를 '패밀리룩'이라고 하는데요. 패밀리룩은 디자인이나 마케팅 역할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어요.

어떤 자동차들은 비슷한 ‘얼굴’을 가졌다거나, 멀리서 보더라도 분명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신가요?

 

가족사진을 보면 눈, 코, 입이 서로 닮은 것처럼 자동차 브랜드마다 외관 디자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를 ‘패밀리룩’이라고 하는데요. 패밀리룩은 디자인이나 마케팅 역할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어요. 


패밀리룩 디자인, 자동차가 최초?

제품 외관의 특정 모양이나 패턴만으로도 어떤 브랜드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제품군까지 ‘가족처럼’ 디자인 특징을 공유하여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가 마치 한 가족처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패밀리룩 (Family Look)’이라고 해요. 이러한 패밀리룩의 개념이 `자동차`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1980년 대에 들어서 디자인에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하려는 자동차 회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어요. 특히 자동차 역사가 긴 유럽에서는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죠. 성능이나 기능뿐 아니라 멀리서도 그 존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디자인을 구축해온 것입니다. 

패밀리룩을 구성하는 요소는 전면, 옆면, 후면 3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는데요. 특히 앞모습은 차량 전체 인상을 결정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많은 디테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차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그릴의 모양으로 패밀리룩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고 헤드 램프도 그릴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기죠.

  

옆모습은 차체의 프로파일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데, 차급이나 레이아웃을 통해 주행감각을 유추할 수 있고, 특징적인 비례를 통해 개성을 표출할 수도 있어요.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지만 최근 리어스포일러나 머플러, 테일램프 등을 통해 동력 성능에 대한 이미지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달라 보이기 위해 ‘닮아’야만 했다?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자사의 고유한 DNA를 첨가한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하는데요. 패밀리룩은 기업 사이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르며 전성시대를 맞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패밀리룩은 어떻게, 왜 생겨난 것일까요?

 

소비자는 자신의 자동차를 고를 때 매우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지출을 결정하는데요. 제품의 기술과 가격 격차가 과거보다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좋은 품질은 기본 배경일 뿐 품질 경쟁력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어요.

 

소비자가 자동차를 고를 때 최우선 순위로 꼽는 요소는 바로 디자인입니다. 자동차 선택 기준이 객관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고 주관적이며 심미적인 요소에 치우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디자인을 성능만큼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게 됐어요. 자동차 회사들은 오랜 경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자연스레 패밀리룩으로 이어졌답니다.

패밀리룩이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또 다른 이유는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제조업의 전문성이나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을 이유로 기업 간 부품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데에 있어요.

 

최근 자동차 업계의 제품 수명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과거 보다 더 많은 신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증가한다는 의미예요. 더불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대상도 늘었고 경쟁도 더 빈번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고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추구하고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할 필요는 더 늘어났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자사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차별화해 각인시키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패밀리룩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더 닮은 그들만의 패밀리룩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 메르세데스 벤츠

패밀리룩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그리고 아우디예요. “메르세데스 벤츠는 항상 메르세데스 벤츠같이 보여야 한다"라는 신조처럼 벤츠의 널찍한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가운데 박힌 벤츠 엠블럼은 누가 봐도 벤츠인 것을 알려주고 있죠.

 

벤츠는 대표적인 벤츠의 디자인 특징인 이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 램프를 통해 패밀리룩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모든 차종에 꼭 사용하지는 않지만 벤츠의 헤드램프 모양은 ‘4개의 눈’이라는 별명으로 패밀리룩을 구성하고 있어요.

 

패밀리룩의 시초, BMW

패밀리룩을 가장 먼저 대중화시킨 것은 BMW에요. BMW의 전면은 가장 유명한 디자인으로 마치 두 개의 콩팥 같다고 해 ‘키드니(kidney) 그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BMW 303’에 적용된 이 프런트 그릴이 패밀리룩의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 303 시리즈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BMW의 상징이 되고 있답니다.

 

또 헤드 램프를 보면 ‘코로나링’이라고 하는 동그라미 원이 2개 있는데 역시 BMW의 패밀리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외관 디자인이 계속 변하더라도 키드니 그릴과 코로나링의 기본 형태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요. 이는 변화보다 진화를 거쳐 정상에 도달하려는 BMW의 장인 정신을 상징해요.

BMW 모든 차량에 적용된 ‘호프마이스터 킥 (Hofmeister Kink)’도 BMW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인데요. 자동차 C 필러 하단의 뒷좌석 문 끝부분에서 유리창에 감겨 꺾이는 부분을 지칭합니다. 

 

1955-1970년까지 BMW 총괄 디자이너였던 Wilhelm Hofmeister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Hofmeister와 구부러짐을 의미하는 Kink가 결합된 합성어 예요. 뒷좌석 창문을 필러를 따라 끝까지 늘리지 않고 각도를 틀어서 차의 앞쪽을 향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처음 적용된 차종은 BMW 3시리즈의 전신인 ‘BMW 1500’로 1961년에 선보였답니다.

 

큼직한 싱글프레임 그릴, 아우디

아우디도 BMW에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빠르게 패밀리룩을 구성한 브랜드예요. 아우디의 패밀리룩은 심플한 데요. 바로 커다란 싱글프레임 그릴입니다. 차종마다 선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코 부분이 넓은 것이 특징이에요. 그릴에 아우디를 상징하는 4개의 원이 없더라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죠.

 

벤츠, BMW와 마찬가지로 헤드램프에서도 아우디의 패밀리룩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BMW의 코로나링처럼 아우디의 헤드램프 역시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 현대자동차

해외 자동차만 패밀리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죠. 우리나라 자동차가 좋은 성능으로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만큼, 브랜드 가치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패밀리룩으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남짓 되었어요.

 

현대자동차는 2010년 ‘YF 소나타’를 출시되면서 지금의 패밀리룩을 정립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잔존 가치로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을 제치며 현대자동차 패밀리룩의 기반을 만들어준 차량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동일한 철학을 자사의 자동차들에 이식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 ‘플루이딕 스컬프쳐 (fluidic sculpture)’ 철학을 도입했는데요. ‘유연하고 부드러운 조각, 유기적으로 흐르는 매끄러운 조형’을 의미해요. 이 디자인 철학은 자동차 외관이 마치 공기의 흐름을 따라 만들어진 것과 같은 모습을 추구하죠. 

이후 플루이딕 스컬프쳐 디자인과 함께 또 하나의 현대자동차의 시그니처가 된 육각형의 헥사고날 그릴, 그리고 직각으로 떨어지는 전면부 모습, 그리고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의 모습도 모두 통일성을 갖기 시작했어요. 현대자동차의 자체 브랜드인 제네시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요. 다만, 차종에 따라 패밀리룩 내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어 아반떼, 쏘나타, 제네시스 모두 유사하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요.

 

타이거 노즈 그릴,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역시 2007년경 ‘디자인 기아’를 기치로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며 패밀리룩 형성에 큰 힘을 기울였어요.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 CDO를 영입해 기아차만의 패밀리룩을 완성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호랑이 코를 닮은 전면의 ‘타이거 노즈 그릴’인데요 이 호랑이 얼굴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도금 라인 위와 아래쪽이 살짝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랍니다.

 

기아차의 K 시리즈는 타이거 노즈 그릴로 잘 나타내고 있죠. K5와 K7은 닮은 듯 다른 멋진 디자인으로 최근 가장 사랑받는 디자인의 자동차가 되었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패밀리룩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제한하는 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강한 패밀리룩은 트렌드에 맞춰서 디자인도 함께 변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지양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차의 등급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밀리룩 디자인 전략은 세대가 지날수록 더 강력한 인지 효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패밀리룩 디자인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의 디자인, 디자인에 담긴 브랜드의 철학, 그리고 이로 인한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 측면에서 패밀리 룩은 자동차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이런 패밀리룩에 대한 의미를 알고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패밀리룩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자동차를 보는 재미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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