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얼굴, 그렇다면 자동차는?

조회수 2017. 12. 24. 0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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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코 그릴은 누구의 코?

엠블럼을 보지 않고도 어느 브랜드의 자동차인지 알 수 있는 이유는? 자동차 브랜드의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담긴 ‘패밀리룩’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패밀리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간단한 역사가 아닙니다. 브랜드의 전 라인업을 통일시키되, 각 모델의 특성은 사라지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죠. 말만 들어도 쉽지 않죠?


이렇게 어려운 패밀리룩 작업은 자동차 전면에 위치한 그릴(Grille) 디자인으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릴은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한 기능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주 목적을 따져보면 자동차 얼굴의 매력을 어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국내외 대표적인 패밀리룩 그릴! 


BMW 키드니 그릴

Kidny: 콩팥, 신장

브랜드를 대표하는 그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BMW라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룸미러로 살짝만 봐도 단번에 BMW 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건 특유의 그릴 디자인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죠.


무려 1931년부터 시작되어온 BMW의 키드니 그릴은, 탄생 초기에는 콩팥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상하로 긴 타원형의 형태였습니다. 반면, 돼지 코 그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최근의 키드니 그릴 은 초기와는 정 반대로 상하가 아닌, 좌우로 긴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자동차 디자인이 변화하면서 그 흐름에 맞게 그릴의 디자인 역시 조금씩 달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완벽하게 대칭되는 두 개의 그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변함이 없죠. 


기아 호랑이 코 그릴

2006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아만의 상징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기아라는 브랜드에 강하지만 친근해 보이는 얼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호랑이 코 그릴입니다.


호랑이 코 그릴은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 카 Kee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요. 이후 기아의 전 모델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기아에게도 통일된 패밀리룩이 생기게 되었죠.  


물론 초반에는 호랑이 코 그릴에 대한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들 익숙해진 느낌이죠?


현대 캐스케이딩 그릴

Cascading : 폭포 같은, 연속적인

캐스케이딩 그릴 이전의 현대는 헥사고날 그릴을 패밀리룩으로 사용해오고 있었는데요. 헥사고날 그릴은 포드, 마쯔다, 스바루의 그릴과 비슷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보다 남다른 그릴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던 현대에게는 탐탁지 않은 패밀리룩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현대는 2016년 출시된 3세대 i30부터 새로운 그릴을 선보였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캐스케이딩 그릴은 육각형 모양으로, 벌집처럼 모여있는 얇은 프레임이 한 파츠를 이룬 형태인데요. 현대는 이 그릴이 쏟아지는 쇳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캐스케이딩 그릴 덕분에 현대는 지금 그들의 DNA를 전 모델에 확실히 심어놓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여러분은 헥사고날과 캐스케이딩 중 어디에 한 표를 던지고 싶으세요?


제네시스 크레스트 그릴

Crest : (오랜 역사를 가진 가문의) 문장

제네시스가 아직 현대의 산하에 있을 때까지는, 현대의 여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헥사고날 그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헥사고날 그릴은 제네시스처럼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에게 적용되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죠.


다행스럽게도(?) 도요타와 인피니티처럼 제네시스 역시 개별적인 브랜드로 독립이 되면서, 제네시스만의 고유한 느낌이 필요했는데요. 이때 갖게 된 얼굴이 바로 크레스트 그릴입니다.  


유럽 어느 유서 깊은 가문에서 문장으로 썼을법한 방패 형상은 기존의 현대 라인업들과의 차별을 두는 것은 물론, 동시에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에 보다 중후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죠. 


쌍용 숄더 윙 그릴

Shoulder Wing: (항공우주공학) 어깻죽지의 날개

올드 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숱하게 받아왔던 쌍용. 그나마 가장 최근 출시된 신차인 티볼리는 세련된 디자인과, 쌍용이라는 브랜드의 믿음직한 이미지를 등에 업고 쌍용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요. 이 멋스러운 디자인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 바로 숄더 윙 그릴입니다.


은색의 크롬 몰딩 된 얇은 프레임이 마치 펼쳐진 새의 날갯짓처럼 보이는 이 그릴은 티볼리에 그치지 않고, 코란도 C와 렉스턴 등 중형 모델에도 적용되며 점차적으로 쌍용의 패밀리룩으로 구축되고 있습니다.


렉서스 스핀들 그릴

Spindle : (기계의) 축, 물렛가락

렉서스는 2011년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인 콘셉트 카 'LF-GH'를 통해 스핀들 그릴을 선보였습니다. 이전 모델들의 그릴 디자인은 상부에는 역사다리 꼴의 그릴이 있고, 하부에는 좀 더 길게 늘려진 그릴이 하나 더 있는 형태였는데요. 상부와 하부가 따로 떨어져 있는 그릴들을 과감하게 한 파츠로 합치면서 보다 웅장하고 압도적인 인상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을 감아놓은 실패 혹은 모래시계를 닮은 스핀들 그릴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꽤 오랜 시간 볼멘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너무 과감한 시도였다는 평가때문이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그릴을 차용한 이후 렉서스의 판매 실적은 전 세계를 통틀어 해가 갈수록 상승했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의견도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렉서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에는 반박할 수 없겠죠?


롤스로이스 판테온 그릴

Pantheon : (모든 신들을 모신) 신전

롤스로이스의 커다란 직사각형 그릴은 판테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에서 가장 잘 보존된 고대 건물인 판테온 신전에서 따온 이름이죠. 그릴의 모습 역시 신전의 디자인을 그대로 본 따왔습니다.


그리스어로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란 의미를 가진 판테온은, 당시 로마 기술의 결정체나 다름이 없는데요. 로마식 콘크리트로 지어진 신전은 지어진 지 2천 년 여가 지난 지금에도 원형 그대로의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을 정도이죠.  


롤스로이스는 이런 판테온 신전의 기술과 의미, 그리고 그 역사까지 브랜드에 흡수하고자 판테온 그릴을 도입했습니다.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이름과 디자인이죠?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성능도, 기술도 아닌 자동차의 외형이라는 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외형 중에서도 자동차의 얼굴을 담당하고 있는 그릴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이 잡히는데요.


혹시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떤 그릴이 가장 맘에 드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좌우대칭이 안정적인 돼지 코! 키드니 그릴에 한 표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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