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번호판 숫자를 맘대로 정한다?

조회수 2017. 9. 17. 09: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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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자동차 번호판

​얼마 전 운전 중 번호판에 유럽식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불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단지 스티커 하나가 붙었을 뿐인데 똑같은 번호판들 사이에서 유독 그 차의 번호판이 예뻐 보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된 궁금증! 다른 나라의 번호판은 어떻게 생겼을까? 오늘 그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세계 각국의 번호판,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미국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동차의 번호판이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직업 등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시가 되곤 합니다. 미국에서는 비용만 지불하면 번호판에 들어가는 숫자와 문자를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또한 각 주(state)마다 번호판의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은 운전자가 개성 있는 나만의 번호판을 가질 수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함으로 손꼽히는 4개 주의 번호판을 뽑아봤는데, 같이 한 번 보시겠어요?


코네티컷

파란 하늘처럼 잔잔하게 그라데이션 된 바탕, 거기에 짙은 파란색으로 숫자와 문자가 쓰여진 코네티컷의 번호판은 일견 평범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 주 지도가 그려진 것이 디자인의 전부이기도 하죠. 하지만 하단의 ‘Constitution State’라는 슬로건에서 코네티컷이 바로 미국 헌법을 가장 먼저 만든 곳이라는 자부심이 엿보입니다.



사우스다코타

큰 바위 얼굴로 잘 알려진 러쉬모어 산이 있는 사우스다코타 주는 번호판에도 큰 바위 얼굴을 그려 놓았습니다. 하단에는 주의 슬로건인 ‘GREAT FACE, GREAT PLACES’가 쓰여 있는데, 이 큰 바위 얼굴이 사우스다코타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하와이

신혼여행으로 친숙한 하와이의 번호판은 하얀 바탕에 화사한 무지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와이 번호판은 휴양지 특유의 들뜬 분위기와 어우러져 거리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는데요. 하단의 ‘ALOHA STATE’라는 문구도 정말 하와이답죠?



괌은 2009년부터 빨간 부겐빌레아(Bougainvillia) 꽃이 그려진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번호판에는 ‘TANO Y CHAMORRO’라는 독특한 문장이 쓰여 있는데요. 이 문장은 괌의 원주민 언어인 차모로 어로 '땅과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캐나다



미국처럼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캐나다 역시 각 주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의 번호판을 사용합니다.

특이한 점은 번호판을 통해 차주의 생일이 몇 월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인데요. 뒤쪽 번호판의 오른쪽 상단에 붙은 스티커는 차주가 태어난 달을 의미합니다. 번호판에 생월이 붙어있는 이유는 바로 자동차 번호판의 갱신 요건 때문입니다. 캐나다는자동차 보험을 가입해야만 번호판을 갱신할 수 있는데, 갱신 기간의 기준이 바로 차주의 생월이라고 합니다. 


퀘백

퀘백의 번호판에는 ‘Je me souviens’라는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어로 '나는 기억한다', 보다 심도 있게는 '우리는 과거의 모든 혈통과 전통과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라는 뜻을 지녔는데요.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퀘백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과거 프랑스인이 처음 개척한 퀘백 주는 영국과의 대립으로 전쟁이 벌어졌고, 이에 이 지역에 살던 프랑스인들은 본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게 되었죠. 결국 전쟁에서 지고, 영국에 억압을 당해야 했던 지난 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으로, ‘Je me souviens’는 퀘백 주의 모토가 되었다고 합니다.



노스웨스트, 누나부트

북극권에 위치해 있는 에스키모 족 자치구인 누나부트와 그에 인접해 있는 노스웨스트의 번호판은 ‘EXPLORE CANADA'S ARTIC’, 즉 캐나다의 북극을 탐험해 보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심지어 번호판의 모양 자체가 포효하는 북극곰의 형태라니 그 참신함과 귀여움이 놀라울 정도이죠!



매니토바

매니토바의 번호판에는 평화로운 목화지의 풍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매니토바는 캐나다의 5번째 주로, 캐나다 내에서도 가장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번호판 상단에도 ‘Frindly Manitoba’라는 슬로건이 붙게 되었죠.


태국

태국의 번호판은 자동차를 등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좋은 번호의 번호판을 차에 붙이면 돈과 명예, 권력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렇게 좋은 번호는 모두가 갖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경매를 통해 번호를 차지합니다.


최근에는 '1กก 1111'이라는 번호판이 경매에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 숫자의 시작인 1과, 태국어 자음의 시작인 ก가 붙어 만들어진 골드 넘버! 낙찰가는 무려 2500만 바트로, 한화로는 약 8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렇게 좋은 번호를 갖게 된 사람들은, 번호판을 주문 제작하여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요. 좋아하는 풍경부터 헬로키티와 같은 캐릭터까지 원하는 대로 제작해 주는 가게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이런 호화로운 번호판은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겠죠? 태국에서는 차량 등록 번호를 양도 또는 매매할 수 있어 이렇게 만들어진 번호판은 부의 척도뿐만 아니라 재테크 용도로까지 사용된다고 하네요.


중국

중국에서는 차량의 번호판을 보고 차주의 거주지와 용도, 심지어 신분까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번호판의 가장 앞에 붙는 한자 인 京(북경), 沪(상해), 粤(광동성), 津(톈진) 등으로 차량의 등록지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다음에 오는 알파벳으로는 그 차의 용도, 혹은 차주의 신분이나 세부 지역을 알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등)의 경우 알파벳 A는 차량 번호를 가장 먼저 받은 사람들에게 부여됩니다. 이 사람들은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거나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죠. 직할시가 아닌 성(省)급의 도시에서는 알파벳이 세분화된 지역을 나타냅니다. 그 성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 순서로 알파벳이 정해지는 거죠. 이를 통해 그 지역의 도시들에 대한 위계까지 엿볼 수 있다고 하네요. 


중국에서도 태국과 마찬가지로 좋은 숫자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6과 8, 9를 읽는 발음이 길한 뜻을 가진 단어와 비슷해서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기 때문인데, 자동차 번호판에서도 이 숫자가 있는 골드넘버들은 경매를 통해서 쟁취할 수 있습니다. 


일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단색 배경에 숫자와 문자로만 이루어진 번호판을 사용하던 일본! 그러다 다가오는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그림과 사진 등 도안이 들어간 번호판의 배부를 확대한다고 합니다. 이 번호판은 운전자의 개성을 어필할 수 있으면서도 각 지역의 명소나 특산물 등 지역을 알리는 홍보창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네요. 


유럽

유럽은 국경의 이동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빈번합니다. 그래서 유럽 전역에서 빠르게 차량의 등록 번호를 식별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된 형식을 채택하였죠. 여기에 비엔나 도로 교통 협약에 따라, 등록된 차량들은 후방부에 등록된 국가의 구별 코드를 표시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처럼 가로가 긴 하얀색 바탕에 좌측 끝부분에 파란색 띠를 가진 번호판 디자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독일

독일은 등록번호의 숫자와 문자 조합을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AH(Adolf Hitler), HH(Hail Hitler), SS(Schutzstaffel•나치 친위대) 등 나치를 연상케 하는 알파벳의 조합은 금지하고 있죠. 또한 독일에는 'H 번호판'이라는 특별한 지위(?)가 있는데요. 이 H 번호판을 달게 된다면 아래와 같은 특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배기량, 연식 상관 없이 자동차세 저렴하게 납부 가능

•보험료 낮게 책정

•촉매장치 필요 없음

•‘유로6’ 규격에 충족되지 않더라도 친환경 지대 출입 가능

이런 H 번호판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고요? 이 번호판은 바로 '잘 관리된 올드 클래식 카'에게 발급되는 번호판입니다. 1997년부터 등장한 이 H 번호판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동차에게 부여되는데요. 올드카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을 즐기고 자랑스러워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번호판 제도인 것이죠. 오래된 차를 등한시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에서는 부러운 문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처음으로 번호판을 부착한 나라인 프랑스의 국가 코드는 F입니다. 다른 유럽 연합처럼 프랑스 역시 좌측에 파란색 부분이 있는 번호판을 사용하죠. 여기에 오른쪽 끝으로 지역 코드를 붙입니다. 하지만 관리하기 위해 부착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동차 소유주가 원하는 행정구역을 선택하여 부착할 수도 있죠. 지역마다 문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등록 시에 지역 코드를 어디로 고를까 고민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참고로 클래식 자동차로 등록된 차량에는 파란 띠가 있는 유럽 연합 규격의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보다 클래식하게, 검은 바탕의 하얀색 문자가 있는 번호판이 허용되죠. 



스위스

중립국인 스위스는 유럽 연합의 번호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비슷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자체 번호판을 부착하죠. 등록번호의 앞뒤로 왼쪽에는 스위스를 뜻하는 문양이, 오른쪽에는 주(州)를 나타내는 문양이 각각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국

영국의 국가 코드는 GB, 혹은 UK를 사용하고, 영국은 ENG, 스코틀랜드는 SCO, 웨일즈는 CYM을 사용합니다. 영국 역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의 탈퇴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는 유럽연합의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왼쪽의 파란 띠에 유럽 연합을 상징하는 원형의 별 모양 대신, 영연방 내에서의 해당 지역 깃발 그림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디자인의 번호판은 영연방 전역에서 허용되지만, 영국을 떠난 다른 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GB 스티커’를 부착해야 합니다. 미니처럼 영국 태생의 클래식카들에 간혹 붙어있던 타원형의 ‘GB 스티커’의 기원이 바로 이것이죠.

독특하게도 영국은 번호판의 장착 부위별로 앞과 뒤의 바탕색이 서로 다른데요. 전방에 부착되는 것은 하얀색, 후방은 노란색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모두 같은 색을 사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죠. 날씨가 좋지 않을 때가 많은 영국이라서 일까요? 전방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시선이 앞의 노란 번호판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러한 방식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 잠깐 상식!!


우리나라의 바뀐 번호판 디자인이 바로 이 유럽형을 따르고 있다는 건 많이들 알고 계시겠죠? 그 때문인지 유럽의 국가 구별 코드를 위한 파란색의 띠가 탐이 나 오픈마켓 등에서 이 모양의 스티커를 사다 자신의 번호판에 붙이는 국내 운전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운전자님! 국내에서는 번호판 위에 그 어떠한 것도 붙일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되어 있어요. 최대 1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불법행위이므로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따라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의 1904년 '오리이 자동차 상회'에서 최초로 부착한 검은색의 자그마한 번호판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1973년 4월까지는 하얀 바탕에 짙은 파란색 글자가 새겨진 번호판을 사용했고, 이후에는 녹색 바탕에 지역명이 함께 새겨진 번호판을 사용하기도 했었죠. (이거 기억하면 빼박 아재 인증) 

하지만 추억의 녹색 번호판은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거주지를 옮겨야 할 때마다 번호판을 바꿔 달아야 하는 등의 불편이 제기되며 지역명이 표기되지 않은 것도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국 단일 번호판 체제에 오기까지, 우리나라 역시 번호판에 대한 오랜 이야기와 역사가 쌓여 있는데요. 자동차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앞으로도 함께할 번호판의 역사! 미래의 번호판은 어떤 모습일지, 여러분은 상상이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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