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통 전문가 오진섭 "가치있는 소비를 꿈꾼다"

조회수 2017. 7. 19. 18:5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니치 향수 썽봉 국내 론칭

최근 5~6년 동안 국내외 뷰티 업계에서 충성 고객층을 꾸준히 늘여나가고 있는 것이 향수, 그중에서도 니치 향수가 되겠다. 세계 향수 시장의 성장세가 연평균 2~3%인데 비해 니치 향수 브랜드 매출은 15% 증가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하다.

출처: 썽봉(100BON)
'틈새(niche)'라는 뜻으로 출발한 니치 향수는 천연 원료를 사용해 인위적이지 않고 매력적인 향을 가진다. 이에 나만의 향수를 찾는 고객들에게 있어 유명 브랜드보다도 더욱 가치를 띄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향수에 비해 높은 가격 탓에 니치 향수는 곧 비싼 향수라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 공공연히 자리잡아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과감히 깨버릴 '착한' 니치 향수가 국내에 새롭게 론칭된다고 하니, 바로 면세가 4만 원대(50㎖ 기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향을 제공하는 썽봉(100BON).
오는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썽봉은 해외 유통 전문가 오진섭이 독점 수입한다. 이도 이례적인 것이 정확한 구매 계획을 세우고 브랜드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다수인 면세점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증된 제품을 가져오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백화점에 앞서 면세점을 통해 첫 론칭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특별한 케이스로 다가온다. 오진섭은 "한국 뷰티 업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벌이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이 같은 결정에 큰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2003년 니치 향수의 개념이 전혀 자리 잡지 않았던 국내 시장에 크리드(CREED)를 최초 수입해온 그의 또 다른 도전이라 사료된다.

"CK나 폴로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 향수가 큰 소비 시장을 이루고 있었던 당시, 향수 1병(75㎖) 당 28~48만 원대의 크리드를 론칭한 것은 실험적인 결정이었죠. 이어 2세대 니치 향수라 할 수 있는 아쿠아 디 파르마(AQUA DI PARMA)까지. 우연히 시작했고 2010년에 들어서 큰 붐을 일으키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면세점 미팅을 통해 썽봉을 접하게 된 오진섭은 향의 매력에 취해 곧바로 프랑스로 넘어갔다. 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향수 원액 제조사 로베르테와 협업, 에르메스 퍼퓸에서 16년간 인터내셔널 디렉터로 자리했던 썽봉 창업자의 경력 역시 그를 움직인 요인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실한 콘셉트가 있었다. 프랑스어로 Sent Bon, 좋은 향기라는 뜻을 가진 썽봉은 '천연의(natural), 합리적인(accessible), 친환경(green)'을 기본으로 100% 식물성(vegan) 원료로 만들어진다. 프랑스 그라스에서 정성스럽게 길러진 원료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 베이스와 유기농 밀 알코올에 정교한 배합 기술이 더해져 완성되는 것이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보틀의 기대했다면 썽봉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소박하거든요. 병도 페이퍼도 리사이클로 대체하고 관례적인 절차를 뺀 투명한 공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런 거품을 제거하니 합리적인 가격대로 좋은 니치 향수를 제공할 수 있는 거지요.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지속 가능성이라고 하죠.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더불어 인간이 잘 살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패션과 뷰티 업계에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사항이 될 거고요. 거품이 꺼지고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에 상응하는 가치가 실현될 때 좋은 소비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썽봉은 론칭 첫날부터 오는 31일까지 롯데면세점 소공점 12층 공용 향수 존에서 기념 시향 행사를 제공한다. 국내에 선보이는 향수는 프랑스 유기농 에코 서트 인증을 받은 우드 우드 & 아미리스, 카르비 & 자뎅 드 휘기에, 네롤리 & 쁘띠 그랭 프렝따니에를 비롯한 10가지다. 개인적으로 네롤리 향에 애착이 간다는 오진섭 대표. 국내에서 인기 있을 제품으로는 가볍고 달콤한 오렌지에 톡 쏘는 시트러스 레몬이 더해진 새콤달콤한 향을 느낄 수 있는 나가랑가 & 상탈 시트로네, 진한 무화과 향이 감도는 카르비 & 자뎅 드 휘기에를 꼽았다.
니치 향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썽봉의 국내 론칭 소식은 큰 이슈였다. 그들은 가격대에 대한 기쁨과 함께 인공 원료(synthetic)에 기대지 않고 어떻게 향을 구현해낼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낸다. 머스크 같은 경우 자연을 거래하는 것이 불법으로 지정되어 있고, 페츌리와 우드는 500g 당 1,000만원을 웃도는 비싼 가격대라 천연이 불가능하다는 의혹이다. 이에 오진섭은 "단지 천연 원료의 함량이 높을 뿐이 아닌가 의심을 할 수 있겠지만 썽봉은 안심해도 좋다"라고 전한다. 이어 "성질이 다른 각각의 액체를 섞이도록 도와주는 화학 재료가 들어가나 원료가 아닌 용해제 역할을 하기에 그 부분은 썽봉이 내추럴이라는 것과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위해 슬로 향수를 제안하는 썽봉. 오진섭은 앞으로도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로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번 기회에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화려한 겉치레를 살짝 놓고, 향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글=최트멍, 사진=이짹짹(셀럽스픽)

dondante14@celpick.com
06sejong@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