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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과 돌비시네마

조회수 2021. 2. 8.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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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돌비시네마에서

영화 <소울>은 돌비시네마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비시네마는 HDR과 사운드 분할에 최적화된 극장이다. HDR의 이름은 돌비 비전, 사운드 분할은 돌비 애트모스로 부른다. 요즘은 좋은 TV나 랩톱 등에도 많이 적용돼 있는 기능들이다. 다만 시네마 규모로 확장하면 경험의 규모도 달라진다. 소리는 파동이기 때문에 진폭을 크게 키울 수 있을수록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집에서 좋은 헤드폰이나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락페스티발에 가면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소리는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이며 귀로 듣는 것 외에도 몸으로 느끼는 경향도 있다.


돌비 비전은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HDR의 정점이다. 소비자 가전용으로 제공되는 HDR은 큭게 두가지가 있는데, 돌비 비전과 HDR10+가 있다. 두 HDR 모두 훌륭한 품질을 내니 어떤 것을 골라도 큰 상관은 없지만 돌비 비전은 돌비 회사가 만든 유료(라이선스)고 HDR10+은 삼성과 아마존이 연합해 만든 표준이다. 따라서 색역 면에서 돌비 쪽이 조금 더 까다롭다. 유료니까 당연한 것이다. 색역은 영상이나 이미지 안에서 쓸 수 있는 색의 범위를 말한다. 넓을수록 더 많은 컬러를 사용할 수 있다.

해외의 돌비 시네마, 좌석이나 스크린이 파형에 맞게 구부러져 있다

돌비 애트모스는 돌비의 사운드 세팅 기술이다. 스테레오가 양쪽 채널을, 멀티채널이 주로 채널 수를 늘려 소리를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하면, 각 사운드를 오브젝트화해서 소리의 공간감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즉, 각 소리에는 방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 엔드게임> 같은 영화의 경우 지옥에서 돌아온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에게 “On your left”라고 한다면,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되면 실제로 캡틴의 왼쪽(관객 입장에서는 오른쪽)에서 들리는 것이다. 이 소리는 극장의 형태나 크기 등을 고려해 영화 제작 시 소리를 어떻게 흘러가게 할 것인지를 사전 제작한다. 따라서 AI가 소리를 파악하고 흩어 뿌려주는 TV의 AI 사운드보다 정교하다.

돌비 애트모스 역시 TV나 랩톱 등에 적용돼 있다. 그러나 좀 가까운 왼쪽, 먼 왼쪽 등을 체험하려면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극장에 가보는 것이 좋다. 소리의 거리에서 큰 차이가 난다.


<소울>의 스토리를 유출할 수 없으니 대강의 기록만 남겨둔다. 우선 소울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주인공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나오며, 따라서 사람이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작은 밴드가 나오는데 밴드음악은 실제로 근거리에서 들으면 각 악기마다의 공간감이 존재한다. 완벽에 가깝다고 볼 순 없지만 공간감 적은 평이한 소리보다 소리가 놀랍도록 풍부하다. 피아노의 경우 멜로디와 반주가 구분돼 들리는 경험이 뛰어나다. 이때 <라라랜드>를 돌비시네마에서 봤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비 시네마의 스피커 배치 형태

음악이 아닌 소리도 정교하게 들린다. 영화 중 모래밭에서 모래바람이 부는 장면이 있다. 다른 영화로 예를 들자면, <어벤져스> 일원들이 먼지로 변하는 장면이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샌드맨 등장 장면,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을 통과하는 장면 등을 떠올려보자. 화면에서 모래는 어디선가 날아와 화면을 스치게 된다. 이때 모래가 날아오는 소리와 자글거리는 소리가 영화관에서 모두 파악이 된다. 이것은 단적인 예고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인물이 어디서 등장하는지 등이 소리로 대부분 파악이 된다. 기자가 <소울>을 본 돌비시네마 코엑스점에는 총 73개의 스피커가 있고, 이 73개의 스피커를 사용해 소리의 거리나 방향을 조절한다. 돌비시네마도 지점마다 규모가 다르니 최고의 사운드를 갖춘 돌비시네마를 찾은 다음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아래의 영상 대부분의 장면이 돌비 애트모스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원한다면 0:24까지만 보길 권한다.

돌비 비전은 꼭 추구할 필요까진 없다. 사실 극장은 암전 상태로 영화를 상영하고, 빛을 내는 스크린이 아닌 프로젝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두울 때 LCD TV를 켰을 때처럼 부한 느낌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이 영화는 CGI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캐릭터 자체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지 않기 위해 과장스럽게 설정돼 있지만 피부 등은 실제의 사람 피부 같은 느낌을 준다.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털이 한올씩 다 보인다. 실물 뉴욕이 잠깐동안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실제의 뉴욕 느낌과 유사하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돌비시네마로 보면 더 좋은 느낌을 줄 것이다. 영화에서는 뉴욕의 ‘블루 노트’ 재즈바, 실제로 존재했다가 폐업한 ‘하프 노트 클럽’을 모델로 한듯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모든 재즈바는 기본적으로 어두운 조명을 사용한다. 따라서 HDR이 제대로 적용돼 있지 않다면 캐릭터가 검은 공간에 둥둥 뜬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이때 공간 안의 배치를 열심히 살펴보면 악기나 테이블 등이 제대로 잘 구현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재즈바의 습하고 독한 테킬라 냄새가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주에서 별이 내리는 장면도 있다. OLED나 미니 LED TV가 광고할 때 꼭 나오는 것이 우주 장면이다. 이유는 리얼 블랙과 작은 별들을 표현하기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면 역시 HDR을 경험하기에 좋은 장면이다.


<소울>은 돌비시네마에서 보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화두를 던지는 성인에게 적합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만약 가능하다면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춘 극장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돌비시네마는 전국에 세군데밖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돌비 애트모스만 적용된 극장을 찾는 것도 좋다. 돌비 비전과 애트모스를 결합한 돌비시네마는 메가박스만이 운영하고 있지만, 돌비 애트모스를 갖춘 극장은 CGV와 롯데시네마, 단관 극장들에서 운영하고 있으므로 돌비 애트모스 지원 가능 극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소울>은 현재 이 시국에도 누적 관객수 120만명을 돌파한 작품이다. 다만 방역 수칙을 꼭 지키고 방문이 뜸한 시간에 시청하는 것을 권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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