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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일기] 네이버 셀러가 됐다

밖에선 안 보였던 많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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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국 아마존 상품을 그대로 긁어서 네이버에 올려 파는 구매대행 판매자를 저격한 글을 썼다. 근데 그 짓을 내가 하고 있다. 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만드는 걸 쉽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랬다. ‘개미 일기’라는 이름의 이 글뭉치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팔아 부자가 되고 싶은 군소매체 기자의 먹고사니즘을 담았다.


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쉽다고 했나


그래, 만드는 건 쉽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기자처럼 이커머스라고는 귓동냥으로만 들은 샌님도 5분이면 만든다. C2C 개인 판매자의 군단을 흡수하고 있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명성에 걸맞을 만큼 쉽다. 사업자등록증? 그런 거 필요 없다. 개인이든,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당장 스토어 개설 가능하다.


물론 스토어명과 대표 이미지가 조금 고민되긴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 나에겐 이 자리까지 올라온 창의적인 머리와 불타는 키보드와 무료 배포되는 윈도우 그림판이 있으니까. 그래서 만들었다, ‘헬개미마켓’. 여기까진 최소한 ‘돈’이 드는 영역은 아니다.

물론 디자이너가 아닌 기자 같은 사람이 BI(Brand Identity)를 제대로 아웃소싱해서 만들려면 돈이 든다. 하지만 기자는 돈이 없어서 그림판 열어서 직접 그렸다. BI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부자가 되고 말리라는 성공의 갈망을 담았다.

헬개미마켓 – 소싱편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게 문제다. 뭘 팔아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상품을 매입해서 팔자니 안 팔릴게 무섭다. 사실 어디서 사와야 될지도 모르겠다. 기자가 공장장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뭘 만들고 싶더라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한다. 그렇다고 발품 팔아 공장을 찾아가서 OEM이니 ODM이니 해 달라고 하기엔 MOQ(최소주문수량)가 부담이다. MOQ를 맞추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한데 기자는 돈이 없다. 안 팔리고 재고로 남아버릴 때의 위험을 감내할 용기 또한 있어야 하는데, 기자에겐 용기가 없다. 망할 것 같다.


헬개미마켓 – 상품상세편 


어찌어찌 상품을 구하더라도 문제다. ‘상품이 팔릴 법한’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고민과 시간이 수반된다. 비슷한 상품을 잘 팔고 있는 누군가의 상세 페이지를 모방해보기도 하고, 아이템 스카우트니 뭐니 찾아가며 검색어 키워드를 최적화하고자 노력해봤지만 도무지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응, 그거 아냐”라고 말하는 네이버 느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실 네이버 느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네이버인 척하는 마케팅 대행사의 전화는 스마트스토어 개설 다음날부터 엄청나게 받았다. 다들 내 스마트스토어 트래픽이나 검색어 키워드가 후지다고 하는데, 바로 어제 상품 품목 1개 올린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 하면 너무한 거 아니냐.


내용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가장 많은 것이 네이버 파워링크 광고 올려드리고, 스토어 찜 작업을 무료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다. 말은 무료이고, 지원인데, 결국 어디선가 돈을 내라는 메시지가 포함돼 있는 것은 함정이다.

네이버 셀러가 되니 나에게도 이런 메일이 수시로 온다. 상품찜이나 스토어찜 작업 단가는 건당 300원이란다. 무료지원이라고 하는데 유동 IP연결 수수료 비용이라고 월 5만~5만5000원 정도를 받는 업체도 있다.

여기서 스토어 찜 작업이란 일종의 어뷰징이다. 조금 다른 세계의 높은 분들이 댓글 부대를 고용하는 것처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세계에도 어디선가 나타난 알바 부대의 공작이 있다.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셀러들 사이에서 사실처럼 통용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스토어찜’, ‘상품찜’ 데이터가 상품 우선 노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네이버 아이디만 있다면 ‘상품찜’, ‘스토어찜’을 할 수 있기에 알바 부대를 고용해 이걸 빠르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가능한 것이다. 물론 찜작업 트래픽은 가짜지만, 개미 셀러라면 이런 알바 부대의 트래픽 공세 또한 넘어서야 한다.


헬개미마켓 – 마케팅편


올린 상품을 잘 팔기 위해 수반되는 마케팅도 문제다. 도매상에서 상품을 떼어 온다면 아예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자는 이미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는 나보다 구매력이 좋아서 조금 더 ‘원청’에 가까운 도매상으로부터 상품을 떼온 이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4000원에 떼온 상품을 5000원에 올려 파니 누가 같은 상품을 4500원에 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4000원에 네이버 파워링크 광고까지 돌려버리는 혼미한 일이 발생한다.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자는 셀러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헬개미마켓 – 물류 및 CS편


기쁘게도 아직 물류 문제는 터지지 않았다. 정말 슬프게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개설 이후 판매된 상품이 한 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한 건도 지인이 불쌍해보였는지 그냥 사준 것 같다. 살 것 같이 간만보고 “비싸네, 안사야지”하고 댓글 남기고 떠난 이종철 기자는 두고 보자.


하지만 물류는 앞으로 상품이 팔리기 시작한다면 반드시 수반될, 넘어야 할 산이 된다. 한 건 포장하고 송장 출력해서 붙이고 택배업체에 출고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다. 이게 수백개씩 늘어나면 일이 되는 거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풀필먼트’고 뭐고 필요 없다. 당장 팔린 11900원짜리 냄비 하나 팔아서 기자가 남기는 마진은 1000원이 채 안 된다. 여기서 네이버 느님에게 드려야 하는 택배 및 결제 수수료가 빠져나갈 예정인데 얼마가 나갈지 감도 안 잡힌다. 일주일 누적 영업이익이 1000원도 안 되는 사람이 무슨 풀필먼트를 하겠는가. 풀필먼트도 돈이다. 


자연히 따라오는 반품과 같은 CS도 숙제가 될 것이다. 현단계에서는 그놈의 CS가 제일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판매자분은 미남인가요?” 같은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24시간 이내 고객 문의에 응대하지 않으면 네이버 느님의 벌점이 내려온다. 벌점이 누적되면 스마트스토어 판매 자격이 정지되기까지 하니 개미라면 누구나 열심히 답변해야 한다.

너, 누구냐?

그 와중 잠재적인 가장 큰 위기는 ‘사장 재고’다. 안 팔리고 남아 버리는 것, 그만큼 절망스러운 것은 없다. 실제 기자의 지인인 네이버 판매자 중 한 명은 지난해 동안 열심히 네이버 판매를 했지만 1년 동안 남은 건 영업 손실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다고 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여긴 지옥이야. 개미지옥. 도무지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히는데, 나가지도 못하고 있어”


찬란한 빛, 드랍쉬핑


다행히 기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문제 ‘사장 재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름하여 ‘드랍쉬핑’이다. 말이 참 거창한데, 쉽게 말해서 기자가 재고 리스크를 지지 않는 판매 방법이다. 기자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에서 구매한 고객이 있다면 기자는 오후 4시까지 해당 주문을 취합하여 기자에게 상품을 공급한 도매상에게 전달해준다. 도매상 물류센터에는 실물 상품 재고가 있는데, 해당 주문 정보를 기반으로 도매상이 대신 고객까지의 물류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반품을 처리해주는 개념이다. 


물론 드랍쉬핑을 쓸 경우에는 기자가 받는 순마진율이 떨어진다. 도매상이 기자에게 제공하는 상품 공급가에는 ‘물류 처리 대행비’와 ‘도매상의 마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처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익숙해지는데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자가 상품 판매로 얻을 예상 마진율을 넘어서는 역마진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 한 ‘영업손실’ 리스크 또한 없다. 그야말로 무자본 창업이 가능한 셈이다. 외부 일정이 많은 기자 일을 하면서 동시에 네이버 셀러를 하기에도 드랍쉬핑은 좋은 선택지가 된다. 최소한 몸을 써야 하는 포장과 물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기자는 드랍쉬핑을 통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익숙해지고, 이후 순차적으로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자 한다. 다행히 스마트스토어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SNS에 공유하자 수많은 공급자들이 ‘상품’을 대주고 싶다고 몰려오기 시작했다. 선풍기도 있고, 성인용품도 있고, 공구도 있고, 식품도 있다. 이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마도 시간문제다. (계속)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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