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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터와 배민라이더는 뭣이 다를까

조회수 2020. 2. 13. 16: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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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이 두 개로 나뉜 이유

기자는 배민커넥터다. 가끔씩 생각날 때면 라이더용 앱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주문을 받아 돈을 번다. 이런 이야기를 밖에서 하면 흔히 듣는 말이 “얼마나 버냐”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별로 못 번다. 한 시간에 많으면 1만원 정도 되는 돈을 번다. 건수로 환산하면 한 시간에 2~3건 정도다. 이것도 주문이 꾸준하게 나올 때나 그렇지 그보다 못할 때도 있다.

1월 22일 배민커넥트 주행기록. 이 때는 운이 좋아서 한 음식점에서 두 개의 배달주문을 묶어갔다. 두 건 배달 완료에 총 38분이 걸렸고 8000원을 벌었다. 이후에도 3건 정도 더 하고 집에 들어갔다.

오토바이 배달기사 중에선 한 시간에 5~7개 이상씩 배달하는 사람도 흔한데 누가 보면 웃을 일이다. 밝히자면 기자도 무리하면 시간당 3~4건까지는 배달할 수 있다. 주행 중에도, 음식점에 도착해서 픽업을 기다리면서도 휴대폰을 쳐다보면서 여러 주문을 동시에 잡아 묶어 배달하면 가능한 일이다.


예시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A음식점에서 픽업을 하고, B음식점에 가서 픽업을 하고 A음식점의 음식을 받을 A고객에게 배달을 간 다음, 근처에 있는 C음식점 주문을 잡아 픽업을 하고, 동선상 조금 가까운 C고객에게 먼저 배달을 갔다가, B고객까지 배달을 마무리 한 다음, 운이 좋아 D음식점에서 고객 주문 두 개가 나와 한 번에 픽업하는 식이다.


이렇게 써놓기만 해도 혼란한데, 실제 배달하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픽업 제한 시간과 배달 제한 시간과 함께 내 마음도 타들어간다. 혹여 주소를 잘못 적은 고객이라도 만났다 치면 열불이 뻗쳐오른다.


하지만 기자는 무리하지 않는다. 어차피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돈은 아니니까. 목적 하나는 취재다. 라이더 생태계를 몸으로 느끼는 거다. 그렇게 많은 문 앞 배송 요청이라던가, 지옥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고층 배달이라던가, 배송지 주소는 1층이라 쓰여 있는데 반지하로 들어간다던가, 아파트 대단지에서 목적지를 못 찾아 헤매는 경험을 몇 번 해보면 얕게나마 생태계가 보인다. 본업인 기사를 쓸 때 이 경험을 녹인다.


아마 두 번째가 진짜 이유다. 무게가 꽤 많이 나가는 사람이 다이어트 하기 좋은 운동을 생각하다보니 자전거가 생각났다. 운동을 하려면 어차피 나가서 자전거를 탈 것인데, 겸사 돈이라도 벌면 좋지 않은가 싶어서 배민커넥터를 한다. 현시점 기자가 거주하는 인천에서 배달기사로 일할 수 있는 수단은 배민커넥트가 유일하다. 우버이츠는 망했고, 쿠팡이츠 얼른 와라.


물론 욕심은 내지 않는다. 몇 번 음식점 사장님한테 픽업 늦었다고 혼나다 보면, 가끔은 묶음배달 한답시고 설치다 콜센터의 독촉 전화 몇 번 받다보면 생계형 라이딩의 촉박함이 일부나마 느껴진다. 묶음배달 없이 한 번 픽업하고 한 번씩 배달하면 여유롭다. 은근히 내가 모르던 동네 곳곳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온 국민이 배달기사가 되는 시대


우아한형제들이 12일 “나도 배민라이더, 커넥터 할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 내용을 한 줄 요약하면 ‘배민라이더(배민라이더스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지입기사)’와 ‘배민커넥터’를 포함한 배달기사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6~12월)만 월평균 2600명씩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 신규 계약이 늘어났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라이더만 추리면 배민라이더는 2283명, 배민커넥터는 1만4730명이다. 이 숫자가 어떤 숫자냐면 쿠팡맨(5600여명)보다 많고, 국내 최대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이 밝힌 택배기사 숫자(1만8000여명, 2019년 기준)와 맞먹는다. 온 국민이 배달기사가 되는 시대다.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건 실활동 라이더의 숫자로, 누적 등록 기사수로 환산하면 이것보다 훨씬 많다. (자료: 우아한형제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자유로운 일자리’와 ‘어느 정도의 수익 보장’을 꼽았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원체 배달기사라는 직업이 이직이 많다는 부분도 영향을 준 것 같다”며 “다른 직업에 비해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본인이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도 신규 라이더 유입에 한 몫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의 월소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배민라이더의 2019년 하반기 평균 소득은 월 379만원으로 상반기(평균 312만원)보다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의 경우엔 배민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은 423만원이었고 상위 10%는 632만원 이상의 소득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라이더’를 기준으로 뽑은 데이터라는 회사측 설명이다. 일부 존재하는 파트타임 라이더의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아한청년들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주문 한 건당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이 지불한 건당 배달팁은 3214원, 배민라이더들이 받은 평균 배달료는 건당 4342원으로 나타났다. 배민라이더의 주당 평균 배달수행 시간은 41시간으로 나타났다. 월 423만원이라는 소득, 건당 4342원이라는 평균 배달료, 주 41시간이라는 배달시간을 기반으로 역산하면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는 시간당 평균 5.94건의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업무를 하지 않는 쉬는시간(앱 오프라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배민커넥터는 왜 조금 버나요?


우아한청년들은 주 3일 이상 활동하고 있는 배민커넥터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160만원을 버는 것으로 발표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평균적으로 배민라이더는 2만원, 배민커넥터는 1만3000원 수준을 번다.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사실상 배민커넥터와 배민라이더는 동일한 근무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똑같은 운임 지급 기준을 공유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측면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하는 두 업종의 급여 차이가 분명하다. 왜일까.


그 차이점을 보자면 이렇다. 먼저, 배민커넥터는 ‘파트타임’, 배민라이더는 ‘풀타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배민라이더 중에도 현장 운영상황에 따라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우아한청년들측 설명이다. 파트타임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통상 배민커넥터의 근무시간은 배민라이더보다 적다. 그래서 월평균 급여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두 번째 차이점은 운송수단에서 나타난다. 배민커넥터는 배달장비를 직접 구비해야 한다.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운송수단으로 배달을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반면, 배민라이더는 회사 오토바이를 라이더들에게 리스해준다. 물론 여기서도 예외사항은 있다. 자기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운행을 하고 있는 배민라이더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회사의 기준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배민커넥터 활동에 필요한 헬멧과 배달가방, 배달조끼, 라이더 뱃지 등 관련 장비는 5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빌리는 거다. 배민커넥터 운송장비는 자기것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오토바이가 아닌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배민커넥터가 잡을 수 있는 주문에는 ‘2km’의 주행거리 제한이 붙어있다.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민라이더의 경우 이 주행거리 제한이 없다. 그래서 수취하는 건당 배달료의 차이가 발생한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민커넥터의 경우 2km 주행거리 제한이 있어서 건당 받는 배달료가 배민라이더에 비해서는 적은데, 편차는 1000원이 안 된다”며 “그 외 모든 임금지급 조건은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전업과 파트타임의 차이


여기까지 현시점의 이야기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민커넥터는 배민라이더에 비해 더 좋은 조건의 요금을 받고 일한 것이 맞다. 더 높은 건당 프로모션 요금을 받았고, 건당 2km 이내의 좋은 주문을 독점했다. 배민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이에 불만을 갖고 배민커넥터로 전직하는 일이 생겼다. 자전거로 운송수단을 등록하여 ‘단거리 콜’을 몰아 받고 실제로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속칭 ‘자토바이’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들은 우아한청년들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우아한청년들이 잦은 라이더 정책 변경을 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의 계약서를 1월 4일부로 통폐합해서 동일하게 변경했다”며 “예전에는 배민라이더 계약서상에 어느 정도의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출근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율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면 안 된다”며 “회사는 법적인 가이드를 따르기 위해서 라이더들의 근무시간을 규정하지 않으며, 동시에 라이더 분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청년들이 3월 4일부터 적용할 예정인 20/60정책이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를 구분하는 또 다른 정책이다. 이 정책이 적용된다면 배민커넥터와 배민라이더의 주간 근무시간은 각각 20시간, 60시간으로 제한된다. 우아한청년들이 이 정책을 추진하는 첫 번째 이유는 라이더의 과로와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서고, 두 번째는 파트타임 일자리인 배민커넥터 도입 취지에 맞추기 위함이다. 정책 시행 이후 전업으로 일을 하고자 한다면 배민커넥터에서 배민라이더로 전향을 권장한다는 게 우아한청년들측 설명이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민라이더가 배민커넥터에 유입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배민커넥터는 아르바이트 개념의 일자리, 배민라이더는 직업으로 전문 라이더를 모집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물론 그 기준이 조금 모호한 것이 맞지만 운영 측면에서 하나씩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어쨌든 기자는 현재 배민커넥터로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 운동이 필요할 때 겸사겸사 나가서 배달을 하고, 글감을 얻고, 적지만 돈을 번다. 배민커넥터가 만들어내는 가치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기자는 전업 배달기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파트타임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데 만족할 수 있는 거다. 기자의 배달 업무가 전업이 된다면 이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에 대해선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과 해법이 필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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