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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최선을 다한 것으로 충분” 이세돌 vs. 한돌 1국 뜨거운 승리 현장

인간의 승리가 아닌 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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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 인류의 마지막 희망 이세돌9단이 은퇴한다. 은퇴 경기는 AI에 맞서는 인간 대표답게 NHN이 만든 바둑 AI ‘한돌’과 치러진다. 이 승부는 은퇴 대국을 지목하는 전통에 따라 이세돌 9단이 한돌을 직접 지목한 것이다. 총 3국으로 이뤄지며 1·2국은 서울에서, 마지막 3국은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신안에서 이뤄진다.

한돌을 처음 들어본 이들도 많겠지만, 한돌은 이미 호선(접어주는 점수 없이 동등한 상태에서 두는 바둑)으로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 등 국내 톱 랭커들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인공지능에 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이세돌 9단과 NHN 측은, 이세돌 9단이 2점을 먼저 놓고 7집반을 한돌에게 주는 접바둑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세돌 9단이 이기면 2국은 호선으로, 지면 3점 접바둑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한돌의 대리기사는 NHN의 이화섭 대리가 맡았다. 이화섭 대리의 별명은 앞으로 이자황이 되지 않을까.

대국장에 도착한 이세돌 9단은 피로해 보였다. 신중한 기사답게 대국 시작 전 거의 움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가끔 한숨을 쉬는 모습에서 긴장한 느낌이 들지만 그마저도 섹시해 보인다.

피로해보이는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은 긴장되는듯 종종 한숨을 쉬었다

커피를 마시려 뚜껑을 여는 이세돌 9단의 손에서 다기를 만지는 고풍스러운 매력이 드러난다. 탈출구가 없는 남자다. 이세돌 9단은 원래 섬세한 손짓이 섹시하다고 정평나 있다.

이 경기를 두고 인간 프로 기사들과 NHN의 예측은 서로 달랐다. 인간들은 모두 “해볼 만하다”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NHN 측은 사실 낙승을 예상한듯했다. 그러나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대국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한돌은 차분하게 한집씩 지어가는 타입의 기사가 아니다. 여러 집을 오가며 난전을 치르는 타입이며, 집을 짓다가 다른 집으로 옮겨가는 등 인간이 둘 수 없는 형태의 기질을 갖고 있다. 이세돌 9단 역시 흔들기로 난전을 벌이는 타입이지만, 한돌은 인간이 아닌 만큼 인간미따윈 찾아볼 수 없다.


프로기사인 송태곤 해설위원에 따르면, 초반 포석(빌드업)은 무난하게 시작했지만, 중반 20분께 한돌이 우변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며 이세돌 9단이 장고를 두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류는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이세돌 9단은 평소의 슬픔이 느껴지는 무표정이 아닌 도깨비 같은 표정으로 바둑판을 응시했다. 그걸 지켜보는 인류 역시 그의 박자에 맞춰 함께 한숨을 쉰다.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는 초반(대국 20분 경과)

대국 55분쯤 되자 이세돌 9단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승부는 후반에 벌어졌다. 평소 기질과 다르게 수비적으로 임하던 이세돌 9단은, 후반 한돌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승부는 여전히 팽팽했고, 승률을 가리키는 그래프는 지속적으로 한돌이 우세했다. 백돌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인류는 78수로 백 석점을 씌웠고, 한돌은 돌 세개를 어이없이 잃고 말았다.

한돌이 78~82수 이후 장고를 하자 라이브 시청자들이 “바둑두는 사람 어디갔나”와 같은 훈수를 댓글로 두고 있다

이어지는 이세돌 9단의 묘수 82수를 통해 흑대마를 살렸다. 혹자는 78수와 82수를 두고 ‘신의 한 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초보 기사도 알아낼 수 있는 ‘장문’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다르게 어릴 때부터 차차 교육받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트레이닝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즉, 이것은 인간이 인간을 가르칠 때 배우는 수다. 신의 한 수보다는 ‘인간의 한 수’가 인류의 승리를 이끌었다.


중앙 하단의 ‘ㅎ’모양에서 위로 튀어나온 흑돌이 묘수로 불린 82수로, ‘인간의 한 수’다

82수 이후 승부는 기울었고 결국 87수에 한돌은 항복을 선언했다.

예상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끝난 경기

만약 NHN이 한돌을 인간미 있는 AI로 만들고자 했다면, 이때 ‘Baduk XXchi Doone’라는 문구를 띄우거나, 조종 기사를 원격 조종해 바둑판을 엎어버렸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그러나 점잖은 한돌은 소란스럽지 않게 패배를 인정했다. 결과는 흑 92수 불계승.

알파고가 졌을 때 인간미 있게 편집한 밈이다. 실제로 알파고가 띄운 메시지는 아니다

복기를 마치고 이세돌 9단은 피로를 벗고 특유의 소년 같은 얼굴로 기자간담회장을 찾았다. 아래는 기자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안정을 찾은 얼굴

특유의 소년 웃음이 돌아왔다

Q: 두점 바둑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이세돌 9단(이하 이세돌): 실력 차를 인정하기 때문에 핸드캡 매치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이 두는 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더 알고 싶었다. 주변 프로 기사들과 아마추어 기사들도 인공지능의 방식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Q: 두점을 깔기로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세돌: 두점을 깔고 두는 건 처음으로 해봤다. 당황스럽긴 했다. 10일정도 두점 바둑을 연습했는데, “두점 바둑을 연습하는 그런 날이 오는구나”라며 개인적으로도 신기했다.



Q. 최근 바둑을 멀리했다고 들었다.

이세돌: 7월부터 공식 대국을 하지 않았고 5개월 동안 공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 10일 정도는 자거나 먹는 시간 외에는 이 대국만을 준비했다. 두점이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다.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허무한 느낌이 든다. 2·3국에는 한돌이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웃음).

NHN 이창율 팀장(이하 NHN):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이었다. 2점 바둑을 학습시키면서 다른 프로기사에게는 좋은 승률을 거뒀는데 결과가 달라서 당황스럽다. 중간에 흑78수를 한돌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78수임을 확인하고 소름이 돋았다. 78수 전까지 한돌의 예측 승률은 높은 편이었지만 79수부터는 승률이 확 떨어졌다.

이세돌: 알파고를 꺾은 78수는 정상적으로 받으면 안 되는 특이한 수였다. 그러나 한돌의 78수는 당연히 거기 두는 수다. 한돌이 예측하지 못했다니 의외였다. 누구라도 그렇게 뒀을 것이다.

기자의 질문에 경청하고 있는 이세돌 9단

Q. 내일은 호선으로 두게 된다. 내일의 승부는 어떨 것 같나?

이세돌: 호선은 조금 힘들 것 같다.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할 것 같다. 인간은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 최선을 다한다면 종종 기적이 일어난다. 은퇴대국인만큼 마지막 승부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NHN: 한돌은 개발이 끝났으므로 안정성 위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Q. 알파고 이후 AI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나.

이세돌: 인공지능 연구는 부족했지만 10일 동안 한돌과의 대전을 많이 연습했다. 승률은 50% 미만이었고 오늘도 50% 미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컴퓨터를 고사양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웃음).



Q. 수비적 전략은 계획된 것인가.

이세돌: 10일 동안의 연구에서 수비전략이 더 승률이 조금 더 높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전까지는 수비적으로 둔 적이 많지 않다.



Q. 78수 이후 한돌이 흔들린 모습을 보였는데 접바둑 준비에 소홀했던 것인가.

NHN: 접바둑을 2개월밖에 준비를 못 했다. 실제 학습 기간은 여러 성능 준비를 하 다보니 더 짧았다. 머신러닝은 학습량이 많을수록 성능이 높아지는데, 세점 바둑 등도 준비하면서 학습량이 부족했다.



Q. 바디프렌즈 제품의 브레인워시 기능을 사용해봤나?(본 대회는 바디프렌즈 브레인워시배 대회다)

이세돌: 대국 전 10분정도 사용했는데 앞으로 집에서 사용하게 될 것 같다(웃음). 굉장히 좋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말씀.

이세돌: 우선 대국 지목을 수락해준 NHN에게 감사인사드린다. 승패보다는 인간과 AI의 차이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다 떠나서 인간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이세돌 9단 “인간은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총평

전문가는 대부분 한돌의 우세를 예상했다. NHN 역시 1국은 한돌 승리, 따라서 3점바둑이 되는 2국은 이세돌 9단 승리, 다시 2점바둑이 되는 3국은 한돌의 승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프로 기사와 AI의 차이가 2.5점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씌운 맥점(78수)는 한돌도, 중국의 바둑 AI 절예도, 벨기에의 릴라제도 보지 못한 수라고 한다.

결국 이세돌은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알파고를 꺾었던 78수와 동일한 78수로 인류의 승리를 알렸다.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관람객 일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쁨의 행동, 뜨거운 눈물을 그와 함께 흘렸다.

실은 인류의 승리가 아닌 이세돌의 승리다(출처=디씨 바둑 갤러리)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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