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파워를 추억의 스카이가 만들었다?

조회수 2019. 6. 18.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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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써봤다

아이폰 X이 공개될 때 내가 가장 기대하며 봤던 제품은 에어파워였다. 사실 아이폰은 어차피 사게 될 거고 에어팟은 내 얼굴에 안 어울릴 게 뻔하다. 패완얼류 제품인 에어팟을 나도 껴본 적은 있다. 그걸 본 누군가가 귀에서 고무나무 수액 흘러나오는 조에족이라고 해서 조에족 특기인 창술로 찔러 죽였으니 그 사람은 더 이상 찾지 말기 바란다.

에어파워는 동시에 여러 제품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다. 그런데 다른 제품들이 주로 손바닥만 한 데 반해서 거의 이불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실제로는 손바닥 하나 반 정도 크기일 텐데 워낙 충격적이어서 이불처럼 보였던 것이다. 출시되면 덮고 잘 생각까지 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사진이다

특히 “제품 위 아무 데나 물건을 올려도 충전이 된다”는 문구는 사용자들의 통점을 정확히 가격한 것이었다. 고개가 영 안 돌아가서 한의원에서 침 맞은 느낌. 아이폰은 그때 처음 무선충전을 들고나왔지만 이미 다른 안드로이드폰들은 무선충전을 지원한 지 몇 년쯤 지난 상태였는데, 선만 무선이지 정확하게 놓아야 하는 건 똑같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처음 상상한 무선충전은 침대나 테이블 위 아무 데나 던져놓으면 지가 알아서 충전시키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정확하게, 아아주 정확하게 퍼즐을 맞춰야 충전이 됐다. 뭘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예민한 사람은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기자처럼 충전 못 하게 하면 게거품 물고 쓰러지는 타입이 예민할 경우 대참사가 벌어진다. 위치를 조금 잘못 놓아서 충전이 안 된 상태의 폰을 아침에 마주했을 때의 분노는 그 무엇과 비할 수 없다. 그래서 침실에서는 굳이 유선을 고집하는 수밖에 없었다. 선을 꽂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국가의 미래와 안녕을 찾으며 잠이 든다.

그러다 와디즈에 등장한 스카이 멀티파워패드가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겠지만 스카이는 가성비폰 브랜드로 살아남아있다. 예전처럼 마케팅을 하지 않을 뿐. 착한텔레콤이라고 해서 중고폰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는 회사가 브랜드를 인수했다. 이건 뭐 중요한 이야긴 아니다.

아름다운 제품이다. 물론 내 책상은 이렇게 깨끗하지 않다

그 스카이 충전기가 마치 에어파워처럼 생겼던 것이다. 사실 에어파워보다는 좀 작은 편인데 에어파워가 이불 같은 느낌이었다면 무릎담요 정도는 되는 느낌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개를 한꺼번에 충전 가능할 것만 같은 이름.

폰을 아무 데나 놓았을 때 무선충전이 되도록 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전선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원형의 코일이 부품으로 들어간다(전선이라면 전선이긴 하다). 이 코일이 폰에 있는 코일을 발견하면 주변에 자기장을 쏘는데, 이 자기장은 근거리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보통 패드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에어파워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코일을 최소 16개, 가능하면 더 넣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코일은 전기 설계에서 ‘저항’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에너지 손실로 발열이 꼭 발생한다는 의민데, 16개가 한꺼번에 열을 막 내놓으니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을 것이다. 겨울에 난로로 쓰면 좋겠지만 발열이 지속되면 회로가 녹는다. 그렇게 내 전기이불은 데뷔도 못 하고 사라졌다.

에어파워의 특허내용. 모던해보이는 외관 아래 수많은 뱀이 또아리를 튼 느낌이다. 수면 위 우아하게 머물기 위해 열심히 발짓을 하는 백조 같다. 그런데 백조는 사실 물 위에 그냥 떠있을 수 있어서 수면 아래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는다

스카이 패드는 코일이 5개다. 마구 중첩하지 않고 수평으로만 다섯개를 넣었다. 그 결과 에어파워처럼 아무 데나 놓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평 안에서는 이리저리 편하게 놓을 수 있다. 과거의 저가 충전 패드가 퍼즐 맞추기라면 이건 트럼프 카드을 섞었다가 모으는 정도의 고통이다. 훨씬 고통이 줄었다. 아 물론 돈을 땄을 경우에.

굉장히 굉장해보이는 코일 배치

코일 배열이 수평이므로 보통 폰은 수직으로 중간과 양 끝에 놓게 되는데, 잘못해서 약간 벗어난 중간과 끝 사이에 놓아도 문제는 없다. 그 부분에도 코일이 있기 때문이다. 폰 하나만 충전할 때는 패드에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놓으면 편하다. 미끄럼방지 처리가 돼 있어 접촉면이 넓으면 더 안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미끄럼방지 패드가 믿음직스럽고 스카이 글자를 무슨 조소 장인처럼 새겼다

코일이 여러 개면 또 다른 장점이 있는데, 한 번에 여러 제품을 충전할 수 있다. 에어파워는 폰 두개에 애플 워치까지 충전하는 이미지를 주로 광고했는데, 이정도는 아니라도 스카이 제품으로 폰 두개 혹은 폰 하나와 블루투스 이어폰 정도는 함께 충전할 수 있다.

스카이 멀티파워패드는 이미 와디즈에서 펀딩이 끝난 상태로, 출시 가격은 5만원 정도 할 예정이다. 이건 비싼 가격이 아니다. 흔히 무선 충전 패드와 전선이 약 1~2만 원 정도고 멀티 패드는 3~4만원 정도인데, 여기에 고속 충전이 가능한 어댑터는 별도로 사야 한다. 어댑터를 갖고 있지 않다면 5만원 비슷한 돈이 들게 되는 셈이다. 최저가에 최저가를 더해도 쓸만한 건 3만원 이상은 든다. 또한, 착한텔레콤은 유통이 강점인 회사니 구매한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더 저렴해지지 않을까.

총 다섯 군데의 영역에 놓을 수 있다
듀얼 충전

일반 무선 충전 패드는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보통 5W라고 써있으면 일반 충전 패드고, 9W 이상이어야 고속 충전이다. 그렇다면 충전기 역시 9W 이상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스카이 제품은 어댑터는 27W쯤 되고, 10W 고속 충전을 두 제품까지 지원한다고. 아이폰의 경우 제품 자체에 제한이 걸려있어 7.5W로 충전된다. 충전 속도는 선을 꽂아서 할 때와 별반 차이 없다.

이폰은 제품 특성상 7.5W로 충전되고, 안드로이드폰은 두개를 놓아도 둘다 10W로 충전된다
화이트가 스카이답지만 블랙도 괜찮다

제품 디자인은 심플하고 부드럽다. 자랑 없이 고요한 스카이다운 디자인이다. 전면에 벌집과 같은 미끄럼방지 텍스쳐가 적용돼 있고, 스카이 글자는 보일듯말 듯 들어가 있다. 비싼 제품이 아니지만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외관의 단점이라면 모던 그 자체인 패드에 비해 어댑터가 1988년 느낌이다. 그러니까 어댑터를 잘 숨겨야 한다.


1978년 청계천에서 산 거 아니다
화이트가 좀 더 낫다 1978년 청계천 제품을 복각한 뉴트로 제품 같다

이 제품을 쓰고 나서 퍼즐 맞추는 고통은 씻은 듯이 나았다. 여전히 나는 자기 전에는 유선을 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편하다. 다만 회사에서 꼬인 선들을 풀어헤치며 눈물을 흘렸던 나날은 과거가 되었다.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무선 충전이 된 마당이라 내 삶의 일차적인 바운더리 안에서의 베베꼬인 선은 영원히 사라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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