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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누구를 위한 ‘배달법’을 만들고 있는가

배달기사, 배달대행업체, 음식점, 소비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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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한다면서 깜짝 놀랄만한 안을 제시했다. 주행 중에 추가적인 콜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배달대행 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전문가랍시고 내놓은 안일 것이다(라이더유니온 성명서 中)”


고용노동부가 22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과 관련하여 배달대행 업계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들은 배달기사는 물론 플랫폼, 음식점, 소비자에게 누구도 환영 받지 못할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규제조문은 신설 예정인 <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안 제 672조>다. 그 내용을 먼저 살펴보면 이렇다.


제672조(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등) 

① 법 제78조에 따라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는 이륜자동차로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하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이동통신단말장치의 소프트웨어에 이륜자동차로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하는 자가 등록하는 경우 이륜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면허 및 제32조제1항제10호에 따른 안전모의 보유 여부 확인 

2. 이륜자동차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가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중에는 후속 배달 요청이 수신되지 않도록 이동통신단말장치의 소프트웨어에 반영하는 등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


② 제1항에 따라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는 물건의 수거·배달 등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해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모든 법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그렇듯 관련 법령 개정이 추진된 이유는 아름답다. 고용노동부는 성명서를 통해 규제조문 신설 추진 배경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배달을 중개하는 자에게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다양한 안전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륜차와 관련한 사고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5년간 업무상 사고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이 음식 및 숙박업으로 이 중 대부분은 배달음식업의 이륜자동차 사고”라며 정부개입 필요성을 밝혔다.)

출처고용노동부

현재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제672조 1항이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배달기사는 배달 수행 중에 플랫폼을 통해 추가 배달주문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게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알려면 배달대행 업태를 이해해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이 이번 입법예고를 두고 “배달대행 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전문가랍시고 내놓은 안”이라 평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배경부터 정리해본다.


배경1. 배달기사의 고용 체계


먼저 배달기사의 고용 체계를 알아야 한다. 배달기사는 통상 월급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다. 고정 월급을 받는 형태의 전속계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배달건당 수수료를 지급 받으면서 일을 한다.


배달기사의 일자리 형태를 규정하자면, 요즘 ‘플랫폼 일자리’라고도 부르기도 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부가적인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반대로 단점이라 한다면 ‘정규직’이 아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사족이지만 화물운송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물류업계의 현장직종은 큰 틀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참고 콘텐츠: ‘플랫폼 일자리’와 ‘긱 일자리’ 사이, 정부의 답변]


배경2. 배달대행업체의 역할


앞서 배달기사를 ‘플랫폼 일자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플랫폼, 그러니까 메쉬코리아(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같은 배달대행업체가 프랜차이즈 음식점 본사나 지역 음식점을 영업해서 배달기사에게 ‘주문’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배달기사는 배달대행업체가 공급하는 기사용 앱을 설치하여 주문을 받아 수행한다. 통상 배달기사가 음식점에 직접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직접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대행 시장구조에 대한 더 자세한 참고 콘텐츠 : 서울과 지방의 배달대행, ‘특이점’을 찾아서]


이 주문은 통상 ‘전투콜’이라 불리는 배차 방식(시스템 배차, 강제 배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으로 배달기사에게 배정된다. 전투콜이란 쉽게 말해 먼저 플랫폼에 올라온 주문을 잡는 배달기사에게 해당 주문을 수행하는 것이다. 플랫폼에 등록된 복수의 배달기사들이 더 많은 주문을 잡기 위해 경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폐해가 있다면 과도한 경쟁체계로 인해 ‘안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배달기사는 음식점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주문을 잡는다. 여기까진 괜찮다. 주행 중에도 주문을 잡기 위해 수시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터치한다. 그래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고용노동부가 이번 입법예고에 안전사고 발생을 명분으로 ‘배달기사는 배달 수행 중에 플랫폼을 통해 추가 배달주문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내용을 추가한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배경3. 배달기사의 임금체계


배달기사가 버는 돈은 천차만별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플랫폼 일자리 특성상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일하면 당연히 돈을 많이 벌고, 적게 일하면 돈을 못 번다. 배달기사들이 신호를 위반하는 등 위험한 곡예운전도 감수하는 이유는 그래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달기사가 받는 배달료는 통상 건당 3000~3500원이다. 최근 업계의 과열 저단가 경쟁으로 인해 배달료는 적게는 2500원까지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배달기사에 따르면 통상 고객 주문이 발생하여 배달기사가 주문을 잡고 음식점에 방문하여 경우에 따라 조리를 기다리고 픽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20분, 목적지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20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한 시간에 배달기사가 처리할 수 있는 주문건수는 많아야 2~3개라는 게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한 시간에 배달기사가 버는 돈은 배달료를 3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6000~9000원 꼴이다. 여기서 배달대행업체에게 내야하는 수수료와 오토바이 유지비용 등을 제하면 현행 최저임금(시급 8350원)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번다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서 깔때기 하나 달자면, 한 시간에 2~3개 배달이라는 것은 하나의 음식점에 방문하여 하나의 음식을 픽업하고, 한 명의 고객에게 전달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음식배달 업종 특성상 식사시간(점심과 특히 저녁)과 주말 등 피크타임에 주문이 몰린다는 특성이 있는데,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에 일을 한다면 통상 배달기사는 이 정도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경4. 그래서 탄생한 묶음배송


배달기사 중에는 한 달에 300~400만원 이상의 돈을 번다는 이들도 있다. 앞서 밝혔던 건당 임금 구조에서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 시간에 6~7건 이상의 음식을 배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던 한 음식점에서 하나의 음식만 픽업하는 방식으로는 물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숫자다.


이 숫자를 배달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배달기사가 한 음식점에서 여러 목적지로 가는 음식을 동시에 픽업하거나, 비슷한 경로에서 주문이 나온 여러 음식점을 경유하면서 음식을 묶음배송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달기사가 한 달에 300만원 이상의 돈을 벌려면 묶음배송은 그야말로 필수다. 때문에 플랫폼은 배달기사의 묶음배송을 지원하는 기능을 프로그램에 녹여 넣기도 한다. 비슷한 경로에서 픽업하면 좋을 음식들을 배달기사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플랫폼은 배달기사가 여러 번 픽업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묶음배송’을 막는다면 누구보다 배달기사의 반발에 직면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우버이츠 같은 경우는 초기 한국 진입 당시 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유로 ‘묶음배송’을 전면 규제했지만, 지금은 최대 2건까지의 묶음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묶음배송을 제한하는 대신 우버이츠의 건당 배달료는 5000~6000원으로 통상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료 대비 높다.


시나리오1. 배달기사의 임금은 반토막


이제 시나리오 한 번 써본다. 현행 배달대행의 고용체계, 임금체계를 그대로 가지고 간 채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가 실현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먼저 배달기사의 임금은 반토막이 날 것이다. 묶음배송을 하지 않고 한 시간에 할 수 있는 배달건수는 앞서 언급했듯 많아야 2~3건이다. 배달기사는 현행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 것이다. 여기서 자기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고, 위험한 근무환경을 감안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질문해보고 싶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배달기사’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인식은 열악하다. 현재와 같은 임금체계에서도 배달대행 업체들은 ‘고용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배달기사는 일반적인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아니다. 그나마 신규 인력을 유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열심히 하면 그나마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는데, 고용노동부의 입법 예고는 그것을 전면적으로 부셔버린다. 라이더유니온을 필두로 많은 배달기사와 배달대행업체들이 고용노동부의 개정안에 전면 반박하는 이유다.


시나리오2. 공급 감소가 가지고 올 파장


결과적으로 배달기사의 수입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배달기사의 숫자도 줄어들었다고 하자. 이는 ‘배달 음식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서비스 품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지금도 피크타임에는 제시간에 주문이 처리가 되지 않아 배달대행업체에 불만을 표하는 음식점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 대표적인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기사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묶음배송이 허용되는 지금도 이런 상황이다. 당연히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가 현실화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배달기사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극단적으로 배달기사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묶음배송’이 안 된다면 배달기사 1인당 생산성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수요가 같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필연이다.


이 때 음식점의 대안은 두 가지다.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직접 배달기사를 고용하는 것이 첫 번째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점이 배달기사 한 명을 직접 고용할 경우 투하되는 비용은 한 시간에 2만~2만5000원 꼴이다. 통상 1만원이 넘는 인건비와 오토바이 유지관리비, 보험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숫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사람을 뽑았을 때 배달대행을 이용하는 것처럼 한 시간에 7개 이상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음식점 입장에선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인건비가 아까울 수도 있다.


두 번째 대안은 배달을 안 하는 것이다. 원가가 올라 배달을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음식배달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하지만 배달비중이 높은 음식점, 특히 요즘 유행하는 ‘공유주방’과 같이 배달만으로 매출을 내는 음식점은 치명적이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망하던가, 음식값을 올리던가.


그렇게 음식점의 원가가 오른다면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구매하는 배달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음식점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원가인상에 대한 반대급부로 숨어있던 배달료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현행 1000~2000원에 책정되는 배달료마저 들어내지 못하는 단계가 오면, 이제 그 다음은 ‘판매가’ 인상이 찾아올 것이다. 정부가 그렇게 싫어하는 소비자 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 온다. 한 달 동안 발생하는 배달주문 건수가 배달의민족에서만 2800만건이 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한국의 음식배달 주문건수는 한 달에 약 1억건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들이 요동친다.


시나리오3. 플랫폼은 기술 동력 잃어버려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는 배달대행 플랫폼의 기술 투자 동인 또한 없애버린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플랫폼들이 배달기사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묶음배송’을 지원하고 있는데, 묶음배송 자체가 불가능해지면 그간 투자한 비용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할 이유도 없어진다.


정부가 좋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은 문제가 복잡할 때, 그러니까 사람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고용노동부의 개정안은 문제를 지극히 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나의 음식점에서 나온 하나의 음식을 한 명의 고객에게 배송하면 된다. 이건 딱히 기술이 필요 없다. 그냥 예전부터 있었던 ‘콜센터’가, 혹은 ‘음식점 사장님’이 직접 하던 그 방식이다.


이번 입법예고는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핵심 동력인 ‘데이터’ 취합을 원천 봉쇄하는 길을 열어버릴 수도 있다. 벌써부터 입법예고가 현실화 될 경우 나올 수 있는 ‘편법’들이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 예를 들어 배달기사가 음식점에서 음식 픽업을 하고 프로그램에는 픽업 처리를 하지 않아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최대한 많은 주문을 엮어서 고객에게 배달을 한다. 편법이 이것밖에 없을까?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법을 우회하는 방식은 많다고 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플랫폼이 기껏 투자해서 만들어 놓은 기술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킴과 동시에, 가짜 데이터가 판치게 된다. 가짜 데이터로 돌린 인공지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반문하고 싶다.


시나리오4. 이게 배달대행만의 이야기는 아닌데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번 입법예고의 적용대상이 ‘배달대행’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륜차 배달기사에게 적용되는 법안이며, 그 중에는 ‘퀵서비스 기사’도 있다. 퀵서비스 기사는 배달대행 기사와 달리 최소 6000~7000원 이상, 통상 몇 만원 수준의 비교적 높은 단가의 주문을 장거리 배송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묶음배송’은 퀵서비스 기사에게도 일반적인 업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퀵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급송’이라는 것이 있는데, 애초에 빠른 배송인 퀵서비스에 더 빠른 배송인 ‘급송’이 왜 생겼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건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묶음배송을 하지 않도록 하여 고객에게 더 빠른 배송을 해주는 방식이다. 당연히 고객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참고 콘텐츠: 빠른 배송을 해준다는 퀵서비스에 ´더 빠른 배송´이 생긴 이유]


문제는 ‘급송’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급송 주문을 퀵서비스 기사에게 주더라도, 기사들이 바로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퀵서비스 업체의 증언이 나온다. 건당 주문을 처리하며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은 퀵서비스 기사도 배달대행 기사와 같다. 그러니까 급송 주문을 받더라도 가능하다면 더 많은 주문을 업어가려고 하는 퀵서비스 기사도 있다.


결과적으로 퀵서비스 업계에서도 이번 고용노동부의 개정안이 ‘퀵서비스 기사’를 화나게 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어찌됐든 묶음배송 규제는 퀵서비스 기사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돈을 못 벌게 만들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배달기사만 뿔 나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장은 퀵서비스 업계까지 확장 될 수 있다.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입법예고


기자는 이 모든 내용에 대한 고용노동부 입장을 묻기 위해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너무나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고용노동부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는 배달대행업체 관계자와 연결돼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담당자 연락처를 알아서 전화를 해봤는데,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 분은 라이더들 안전 때문에 입법예고를 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문제 있으면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답하고 그냥 끊어버리더라고요. 담당자도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법안이 나와 버리면, 배달기사는 물론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일을 하고 있는 IT종사자들까지 다 그만두라는 이야기와 같아요”


결과적으로 기자는 ‘전투콜’이 치열한 경쟁을 일으키고, 배달기사들의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입법예고가 현실화 되더라도 원래 목적이었던 ‘안전사고’를 줄이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퀵서비스 플랫폼 대표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륜차 기사들이 한 번에 하나씩만 배달하라고 법으로 규정한다고 정말 안전사고가 줄어들까요? 저 같으면 그렇게 되면 더 빨리 달릴 것 같은데요? 빨리 끝내고 다른 화물 받으려고요. 그러면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요?”


무엇이 됐든 현행 배달대행 시장의 ‘고용구조’와 ‘임금구조’를 무시한 채 법안이 진행되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는 것에 업계의 의견이 모인다. 대체 이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 다른 배달대행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배달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라이더를 위한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어요. (전투콜 방식 때문에) 라이더들이 운행 중에 휴대폰을 조작하지 않도록, 음성인식과 같은 기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에요.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현재 상황은 다 됐고, 위험하니까 그냥 한 번에 하나씩만 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건 우리 같은 회사는 기술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에요. 일반 소비자는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배달기사는 수익에 직결되는 문제에요. 상점주가 배달대행업체를 쓰는 이유는 효율을 위해서인데, 이건 쓰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입니까”

라이더유니온이 24일 공지한 집회안내 공지

마지막으로 라이더유니온의 성명서 일부를 발췌한다. 라이더유니온은 고용노동부의 안일한 입법예고를 묵과할 수 없다며, 오는 5월 1일 창립총회와 함께 국회에서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등을 거쳐 청와대로 향하는 오토바이 행진을 앞두고 있다.


“국가가 관심가지고 강제해야 할 안전대책은 따로 있다. 가장 먼저 산재보험이다. 산재보험은 무과실 원칙으로 휴업급여, 치료비, 유족급여, 장해급여 등 라이더들에게 꼭 필요한 보험이다. 배달대행 라이더들도 산재가 되지만 많은 라이더들이 이를 모르고 있다. 또 산재적용 제외신청 제도를 두어서 사실상 산재가입을 선택으로 만들어놓고 있으며 산재가입에 대한 모든 책임을 동네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이를 플랫폼사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노후 된 오토바이를 리스해주고 비싼 렌트비를 받는 업계의 관행과, 제대로 된 오토바이 표준공임단가나 정비시스템이 없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중략)”


이번 글은 하도 답답해서 길게 썼다. 아무래도 당분간 고용노동부와 전화 연결은 힘들 것 같아서, 기자의 전화번호(010-4434-9710)를 남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본기사 송고 이틀 뒤인 26일, 기자는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연결을 통해 고용노동부 정책 담당 실무자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따로 전합니다. 참고 콘텐츠 : 배달대행 뿔나게 한 입법예고는 오해였다? 고용노동부의 입장]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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