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같은 로봇 만든 신세계건설, 한국에서 굴러갈까?

조회수 2019. 4. 20. 23: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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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키바 드디어 등장?

신세계건설이 무려 ‘AGV(Automobile Guided Vehicle)’를 대중에 공개했다. 물류센터에 설치하는 용도다. AGV란 무엇인가. 식상한 예를 하나 들자면 아마존이 2012 인수한 기업인 키바시스템즈, 지금은 아마존의 자동화 물류센터에 도입된 진열 선반(랙)을 달고 이동하는 로봇이 그거다. 알리바바, 징둥과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 홍보 영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그거 맞다.

물론 한국 물류센터엔 그런 거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을 갈아 넣어도 효율이 나오니까. 화주나 물류센터 입장에서 하드웨어 개당 도입단가(단가 체계는 업체마다 다르다.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묶어서 파는 곳도 많다.)가 수천만원 이상이라고 하는 AGV를 물류센터에 막 깔아보기에는 뭔가 찝찝함이 남았을 것이다. 엄청난 고정비를 들여서 투자했는데, 효율이 안 나오면 어찌하나. 괜히 모가지가 위험할 짓은 안하는 것이 상책이다. 쫄리면 그냥 인력도급업체 통해 알바 뽑아서 조지면 어떻게든 굴러가는 게 물류 현장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선 느낌이 조금 다르다. 신세계건설이 AGV를 공개한 장소는 제 10회 국제물류산업대전(K-MAT)이 열렸던 킨텍스에서다. 지난해 K-MAT까지는 잘 보이지 않던 AGV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신세계건설을 포함해서 AGV 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아직까지 한국 도입 레퍼런스는 없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실제 최근에는 기자에게 AGV업체를 소개해달라고 문의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도 있었으니, 뭔가 일어나긴 할 것 같다.

K-MAT에서 만난 한국형 키바(?)들. 위에서부터 Geek+, CA Systems, 신세계건설이 공개한 제품이다. 여기서 AGV를 돌리는 핵심은 예쁘게 생긴 깡통 하드웨어가 아니라, 물류센터 안에서 수십수백대의 하드웨어가 충돌하지 않고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기억하자.

AGV는 역시 중국산이…

신세계건설이 이번에 공개한 AGV는 중국산이다. 중국 업체 무샤이니(Mushiny)가 만든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도입 사례가 없지만,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쑤닝그룹의 이커머스 자회사 쑤닝이거우가 물류센터에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국산 식품은 여전히 먹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이 한국보다 몇 수 이상 앞서있다는 것이 복수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AGV는 B2C 전자상거래 물류, 그러니까 ‘다품종소량’의 상품을 진열하고 피킹(Picking)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영 방식은 기본적으로 GTP(Goods To Person)다. 작업자가 시스템에 특정상품을 피킹 한다고 입력하면 해당 상품이 진열된 선반이 작업자가 있는 피킹 작업대까지 이동한다. 그러니까 상품을 픽업하러 다니는 것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가만히 있고, 선반이 사람 앞까지 이동한다. 신세계건설이 이번에 공개한 AGV의 주행속도는 장비마다 다르지만 비싼 것이 1.7m/s, 싼 것이 1.5m/s라고 생각하면 된다.

AGV의 진열 방식은 기본적으로 랜덤스토우(Random Stow)를 사용한다. 쿠팡이 아마존을 따라한다고 도입한 그 방식 맞다. 랜덤스토우는 일반적인 물류센터의 입고 방식, 그러니까 특정 상품의 진열 위치가 정해져 있고, 작업자가 상품을 핸드카트나 지게차 등으로 끌고 해당 위치에 입고를 하는 방식과 다르다. 작업자가 물류센터 선반 빈 공간 아무 곳에나 상품을 넣고, 바코드를 스캔하면 시스템이 해당 위치를 진열 위치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같은 상품이더라도 진열 위치는 각각 달라지는, 쿠팡의 표현을 빌리자면 작업자가 상품을 아무데나 입고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방식이다.

기자가 직접 알바를 뛰었던 티몬 장지동 물류센터 현장. 여긴 휴지는 휴지 놓는데다 진열해야 되고, 휴지를 픽업한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위치에 가서 해야 된다. 일반적인 물류센터의 구조다.

같은 랜덤스토우라도 AGV와 쿠팡의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작업자가 빈 선반을 찾아서 끝없는 여정을 떠나야 할 수 있지만, AGV는 진열 또한 GTP로 진행된다. 작업자는 가만히 있고, 빈 선반이 알아서 작업대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작업자는 그렇게 앞으로 온 진열대에 상품을 박스 단위로 입고할 수도 있고, 낱개 상품을 입고할 수도 있는데 입고수량은 자동으로 시스템에 기록으로 남는다. 예컨대 20개 들이 샴푸 한 박스를 진열하면 낱개 샴푸 20개가 재고로 시스템에 추가되며, 만약 샴푸 단품을 넣으면 1개가 재고로 추가되는 것이다. 나중에 샴푸 2개를 주문한 고객이 있어서 주문만큼 픽업을 하고 바코드를 스캔하면, 재고에서 샴푸 2개가 차감된다. 물론 이런 재고연동은 물류 시스템에선 기본 중에 기본이니 놀라진 말자.

돈을 더 낸다면 추가 집품 로봇을 도입해 피킹 작업자가 ‘포장(Packing)’이나 컨베이어 라인으로 전달하는 집품 과정도 무인화 시킬 수 있다. 영상 링크(콘텐츠 원본)에 보이는 집품 로봇이 그것인데, 이 로봇이 컨베이어벨트와 연결되는 ‘접점(Bypass)’ 역할을 할 수 있다. 집품 로봇에 작업자가 올려놓은 상품을 집품 로봇이 컨베이어 라인까지 자동으로 이동하여 툭 떨궈놓는 식이다. 이 로봇은 포장박스에 상품을 담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는데, 예쁘게 담아주지는 않기 때문에 작업자가 각을 잡는 과정은 필요해 보인다.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AGV를 도입할 경우 기존 까대기 방식으로 물류센터 인력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70% 이상의 인력을 절감할 수 있고 더 적은 규모의 장비와 창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도입업체가 피킹 스테이션을 가져가는 규모에 따라서 운영 효율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작업자가 물류센터를 배회하는 시간을 줄여서 효율을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예요?

사실 AGV 도입을 고민하는 업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이다. 기존에 하던 대로 사람 뽑아서 까대기 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면, 굳이 AGV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아마존과 같은 ‘간지’가 돈을 벌어주진 않는다.

신세계건설의 AGV의 도입 비용은 기존 존재하는 DPS(Digital Picking System) 도입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물론 단순히 DPS 시스템만 도입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DPS 도입 이전에 사전 필요한 선반(랙)과 컨베이어를 설치하는 비용을 포함해서 비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센터에 DPS를 선투자한 업체의 경우 기존 설비를 걷어내고 AGV를 설치해야 하기에 투자비용 회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만약 새로운 물류센터 구축을 고민하고 있는 업자라면, AGV 도입이 DPS 도입과 비슷한 수준이면서 인건비는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요즘 유행하는 신선식품을 위한 온라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면 AGV 도입이 꽤 괜찮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MAT에 참여한 또 다른 AGV 업체인 Geek+ 관계자는 그들의 AGV가 영하의 온도에서도 운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당연히 신선 물류센터 도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으로 판단된다.

신세계건설 측은 AGV가 임차형 물류센터에 도입했을 때 비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구매하지 않고, 타인의 물류센터를 임차하는 경우에는 몇 년의 계약기간이 지날 때마다 물류센터를 재계약하거나 옮겨야 한다. 이 때 설치한 고정선반을 원상 복구하기 위한 비용이 꽤 큰데 AGV를 쓴다면 복구비용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라는 것이다. 화주의 물동량이 증가하거나 다루는 상품의 SKU(Stock Keeping Units)가 증가하더라도 필요에 따라서 로봇을 충원하거나 로봇에 올라가는 선반을 커스터마이징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오른쪽에 있는 선반처럼 상품 특성에 따라 선반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고객사 니즈에 맞춰 책도 넣을 수 있고, 옷도 걸 수 있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신세계건설 AGV의 하드웨어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방식과 QR코드와 관성항법을 이용한 방식이 그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SLAM은 센서 기술로 자율 주행하는 방식이고, QR코드 방식은 물류센터 바닥에 붙어있는 QR코드를 AGV가 비전 인식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구획화 된 공간에서는 SLAM 방식보다 QR코드가 낫다. 이유는 단순하게 저렴하기 때문이니 돈이 많으면 SLAM 방식을 구매하면 되겠다.

바닥에 붙어있는 QR코드를 보라. AGV들은 QR코드를 따라 움직인다. 아마존의 키바 홍보 영상을 보더라도 바닥에 붙어있는 QR코드를 확인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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