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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나르는 택시를 만나다

이미 우리는 공유의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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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사업 진입을 막고자 택시 파업이 한창이던 18일 아침. 저는 그 기운을 몸소 느끼는 경험을 합니다. 부천에 있는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에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인천에 있는 집에서 택시를 타면 불과 20분이면 가는 거리였지요.

방심했습니다. 전날까지 분명히 잘 잡혔던 택시가 잡히지 않습니다. 블랙리스트 확인창이 되버린 듯한 카카오택시 호출창이 애석합니다. 거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제 모습이 안 쓰러웠는지, 지나가던 행인 한 분이 “오늘 택시 파업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알고 보니 이 분 택시기사입니다. 자기도 지금 파업 현장에 가고 있다고 하네요.

카카오모빌리티가 비밀병기로 내세운 ‘스마트호출’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 스마트호출 없이도 택시 잡기는 쉬워요. 둘째, 가끔씩 일반호출로 안 잡히는 상황이면, 대개 스마트호출로도 안잡힙니다. 오히려 스마트호출 부르면서 ‘똥콜’ 위치를 택시기사가 인지하게 돼 그들을 피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도 강합니다. 이럴 때는 그냥 도로에 나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습니다.

결국 20분 거리를 1시간 거리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자 터덜터덜 거리를 걸었습니다. 아직 택시를 타면 지각하지는 않는 시간입니다. 아쉬움에 요즘 뜬다는 카풀앱이 떠오릅니다. 택시 타는데 불편함을 못느껴서 생전 깔지 않았던 ‘타다’와 ‘풀러스’ 앱을 설치했습니다. 타다는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풀러스요? 10분, 20분이 지나도 안 잡히네요. 얘네도 파업했나 봅니다.

아무래도 풀러스는 다신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 우버도 그랬어요. 20분이 넘어도 기사가 안왔는데, 그대로 앱삭제 목록으로 들어갔습니다.

화물 나르는 택시가 꽤 많다면?

히치 하이킹이라도 해야되나 싶던 와중, ‘빈차’ 표시등을 한 택시가 빠르게 앞을 지나갑니다. 손을 흔들었으나, 택시는 무시하고 스쳐갑니다. 그 택시가 멈춘 곳은 50m 정도 떨어진 어떤 음식점의 문 앞. 트렁크를 엽니다. 음식점에선 가게 주인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와 트렁크에 들어있는 박스 3개를 옮깁니다.

손을 흔들던 기자를 무시하고 바로 눈 앞에서 화물운송을 하고 있는 택시. 이럴 거면 ‘빈차’ 표시등을 왜 띄웠는지.

말로만 듣던 택시 화물운송 현장입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허가된(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한) 화물차가 아니면 ‘남의 물건’을 ‘유상’으로 화물운송 할 수 없습니다. 택시기사 분이 가게 주인한테 돈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아주머니가 꺼내간 물건이 택시기사의 물건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택시 화물운송은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양재 꽃시장에서는 택시로 하는 화물운송이 비일비재합니다. 올해 초 후배 기자가 직접 취재했던 현장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여러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화물운송 서비스 진출을 검토했습니다. 어디는 실제 했던데도 있구요. 어디는 검토만 하고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택시기사가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라 한국엔 택시 공급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한국처럼 저렴한 가격에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드뭅니다.

화물운송을 하는 택시기사분들도 이런 심정입니다. 과거 기자는 취재차 한 택시기사에게 관악구에서 금천구까지 서류 운송을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기사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을 태우든 화물을 태우든 돈만 받는다면 상관없어요. 사람이 잘 안타는 시간에 화물콜 자주 나오는 곳에 가는 기사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요.

이미 공유의 시대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소비자들은 택시가 부족하면, 다른 운송수단을 부를 것입니다. 18일 아침 타다와 풀러스 앱을 깐 저는 꽤 절실했습니다. 대체재가 없었거든요. 버스가 있긴 했지만, 이걸 타면 필히 현장엔 지각을 합니다. 앞서 화물을 옮겼던 그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더블로 준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오늘은 쉽니다”라는 냉혹한 한 마디만 받았지요. 정말 막막하더군요.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공급자들은 승객이 부족하면, 다른 것을 태웁니다. 과거 택시의 화물운송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별별 제보가 다 들어옵니다. 화훼시장 사장님뿐만 아니라 요식업계 사장님, 군부대에서도 택시 화물운송을 애용하고 있다구요. 택시기사는 또 그 요청을 받습니다.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모든 택시기사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리기사를 태우는 ‘택틀(택시 셔틀)’이라는 것도 있어요. 간선운송을 하면 대개 공차로 돌아오는 택시기사들이 주문 다발지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대리기사를 태우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대리기사들은 택시 기본요금보다 훨씬 싼 가격에 택시를 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택시기사님에게 물어보니 대충 보면 대리기사인 것 같은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올해 3월 동물운송업이라는 게 생겼다고 하더군요. 이에 따라 ‘동물택시’라는 게 운영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국토부의 택시운송, 화물운송과는 다른 농림부의 ‘동물운송’입니다. 동물운송이 별건가요. 소를 키우는 시골 할아버지는 트럭을 가진 옆집 삼식이에게 이 소를 어디까지 옮겨달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장에 나서기 위해 닭장을 가지고 버스에 올라타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언젠가 쏘카 직원 한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한 여름에 쏘카 차량에 들어와서 하라는 운전은 안하고, 가만히 차량에 머물다 가는 사람이 있다구요. 이 분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쏘카도 모릅니다. 다만, 쏘카 입장에선 돈이 안 되는 분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마도 그 분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키고 숙박업소처럼 쏘카 차량을 이용했겠지요.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우버이츠가 배달기사를 일반인으로 채용한다고 하지만, 이미 배달기사는 일반인이에요. 오토바이 운송업(퀵서비스, 배달대행)은 별도의 허가가 필요없는 자유진입 업종입니다. 이륜차 원동기 면허만 있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누구나 배달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지난해 영국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직원 한 분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담배 가지고 오셨으면, 담배로 숙박비를 내도 된다고요. 그 동네 택시기사 중에는 담배로 택시비를 받는 분도 많다고 하더군요.

세상은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은 그냥 편해서, 그냥 더 싸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이용합니다. 그게 불법이냐 아니냐는 별로 관심없는 문제입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사례중 불법인 것도 있고, 예전엔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도 있습니다. 법의 회색영역에 놓여져 조심조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도 있지요.

어찌됐든 이미 공유의 시대입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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