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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손의 소년점프가 보여준 유튜브의 힘, 멜론도 무너뜨릴까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쇼미더머니에서 탈락한 래퍼 ‘마미손’이 유튜브에 공개한 공식 뮤직비디오 ‘소년점프’가 26일 1000만 뷰를 기록했다. 얼굴에 고무장갑 같은 분홍 복면을 쓰고 등장한 신인 래퍼 마미손은 지난 14일 방영한 ‘쇼미더머니7’의 2회차에서 광속으로 탈락했다(사실 ‘매드클라운’이라는 유명 래퍼로 추정되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모른 척 하자).

마미손은 자신이 탈락한 장면이 담긴 쇼미더머니가 방영한 당일, 유튜브에 소년점프의 공식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는 뮤직비디오에서 자신을 떨어뜨린 심사위원 프로듀서들을 ‘악당’이라고 표현하며, 소년만화의 주인공인 자신은 탈락이라는 시련을 겪어도 죽지 않고 일어나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년점프는 신인(?)의 뮤직비디오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기간 안에 1000만 뷰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이 분이 마미손 선생. 출처=소년점프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물론, 1000만 뷰 유튜브 영상은 가끔 나온다. 예컨대 2012년 공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지난 6년간 유튜브에서 총 32억회 재생됐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1)본인이 의도치 않았는데 2)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글로벌로 입소문을 타고 3)오랜기간 재생되어 왔다.

마미손의 소년점프가 흥미로운 지점은 강남스타일과 다른 양상에서 온다. 우선, 마미손은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에서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탈락이 뮤직비디오 홍보를 위한 큰 그림 중 하나였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유튜브만 타깃으로 기획된 뮤직비디오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인 것으로 들린다.

실제로 소년점프는 현재 유튜브에서만 들을 수 있다. 소년점프가 여러 화제성을 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이 음원은 오로지 유튜브에서만 청취가 가능하다. 마미손은 멜론을 비롯한 그 어떤 음원사이트에도 소년점프를 공개하지 않았다(만약 후에 공개한다면 유튜브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강점을 다 누린 후에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될 경우 음원사이트에서 별다른 수익을 가져갈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만약 마미손이 다른 음원 사이트에도 같이 소년 점프를 공개했다면, 유튜브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1000만 뷰를 찍긴 어려웠을 것이다. 청취자가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 플랫폼으로 집중된다는 것은, 크리에이터로서는 자신의 채널 구독자를 빨리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26일 오후 10시 기준, 마미손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8만명을 기록했다. 크리에이터에 도전해봤거나, 혹은 채널을 개설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구독자 18만명을 열흘 남짓에 모으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마미손은 소년점프에 별다른 광고를 붙이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오는 음원을 자신의 채널에 공개한다면 광고를 비롯한 부대 수익을 충분히 올릴 수 있다. 구독자를 바탕으로, 개인이 음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자료 제공 = 김조한 곰앤컴퍼니 이사/플랫폼전쟁 저자

음원 사이트에서 단기간 1위에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유튜브에서 올릴 수 있는 수익은 훨씬 크다. ‘플랫폼전쟁’의 저자 김조한 곰앤컴퍼니 이사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스트리밍이 될 때마다 저작자에 돌아가는 수익의 비율은 유튜브가 가장 적다(글로벌 기준). 그러나 지난 5월 기준, 유튜브의 월간 이용자 수는 18억명에 달한다. 그 어떤 플랫폼이라도 글로벌로 이만한 이용자를 모은 곳은 없다. 적은 수라도 절대 모수가 많아지면 저작자도 가져갈 몫이 많아진다. 이는 음원 재생으로 인한 수익 분배만 따져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광고 수익을 생각하면 저작자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진짜로 큰 그림.

김조한 이사는 “유튜브가 음원 제작자들에 주요한 수입처가 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주요 음원사이트와 비교해 유튜브가) 미미한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메이저와 견줘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유튜브의 인기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의 영상을 보다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댓글이 대부분 한국어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 캡처

강남스타일의 경우 댓글이 대부분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였다. 이제 국내 이용자만으로도 1000만 뷰를 찍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7월에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SM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7개 엔터테인먼트사가 케이팝(K-POP) 뮤직비디오 콘텐츠를 글로벌 플랫폼에 통합 유통, 관리하는 전문회사 ‘뮤직&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 아시아 주식회사(이하 MCPA 주식회사, 가칭)’를 만들기로 협약했다. 유튜브에서 저작권 관리를 할 수 있는 한국판 ‘베보(VEVO)’가 만들어진 셈으로, 기획사들 역시 유튜브를 주요한 음원 판매의 창구로 인식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멜론같은 음원 사이트에게는 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뜻한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무려 1조8700억원을 들여 멜론을 사들였다. 당시에는 이 투자를 카카오의 실수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 초만해도 멜론의 수익이 카카오를 벌어 먹여 살린다는 뜻에서 신의 한수라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와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보면, ‘신의 한수’라는 평가 역시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 이용자 규모나 수익 면에서 유튜브가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콘텐트 ID’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재가공된 영상의 원저작자를 찾아 수익을 나눠주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재가공 영상은 결국 해당 음원의 인기를 반영한다. 이용자들이 음원 제작자와 함께 노는 환경을 만들고, 여기서 나는 수익을 나누게 한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다.

김조한 이사는 “멜론이나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유명 음원 사이트들도 각각 지역에 제한이 있다”며 “세계 어디서든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서 저작권 보호도 된다는 것이 재미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구글은 ‘검색 기술’이라는 무기를 하나 더 갖고 있다.

‘쇼미더머니 고무장갑’이라고 검색했더니, 매드클라운을 찾아줬다. 매드클라운님, 이 글은 고양이가 작성했습니다.

위 화면은 PC 버전 유튜브(Music.youtube.com)에서 ‘쇼미더머니 고무장갑’을 검색한 결과다. 유튜브 음악 검색에서 ‘쇼미더머니 고무장갑’을 입력하면 ‘매드클라운’을 찾아준다(물론, 매드클라운은 자신이 마미손인 것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조한 이사에 따르면 “이용자가 틀렸던 검색 기록을 비슷한 용어로 기억해둔 덕에, 엉뚱한 검색어를 입력해도 대체로 제대로 된 결과물을 찾아준다는 것”이 유튜브의 무서운 점이다.

국내서는 카카오도, 네이버도, KT도 각자의 음원 사이트를 갖고 인공지능(AI) 스피커 경쟁에 돌입했다. 음원 사이트가 비슷비슷한 스피커 경쟁에서 이용자를 락인시킬 요소라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마미손의 사례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그래서, 미래는 결국 구글과 유튜브가 독식할 것인가.

p.s. 유튜브의 독식을 막을 열쇠는, 어쩌면 ‘유튜브’라는 단일 채널에서 무한대로 경쟁해야 하는 크리에이터의 ‘피로’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영국 가디언은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유튜버가 가지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충’ 등을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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