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페이스북은 왜 그랬을까

조회수 2018. 7. 4. 17: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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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페이스북이 대한민국 법정에 섰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의 소’에 관한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방통위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에 페이스북이 인정할 수 없다며 시작된 소송이다.


방통위는 지난 3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 이용자 이익을 저해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이 내야하는 과징금은 3억 9600만원이다.

1분기 매출액이 13조원이 넘는 페이스북 입장에서 이 금액은, 어쩌면 푼돈에 가깝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방통위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정부나 규제기관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더욱 그렇다. 정부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 괜히 그 나라 이용자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겨우 3억9600만원이 아까워서 행정소송을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고 법무법인에 의뢰했을테니 어쩌면 변호사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페이스북은 이 왜 행정소송을 제기했을까?


그 마음 깊은 곳에 ‘억울함’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이용자를 볼모로 망 사업자를 압박했다는 것이 방통위 시정명령의 골자인데, 페이스북은 과징금보다 소송비용이 더 들지언정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번 사건은 2016년말부터 2017년 초까지 페이스북이 SK텔레콤(이하 SKT)과 LGU+의 접속경로를 바꾸면서 시작됐다. 원래 SKT와 LGU+는 KT로부터 페이스북 데이터를 받았다. KT가 일종의 국제공항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는 페이스북 서버의 데이터가 KT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고, SKT와 LG U+는 KT로부터 데이터를 가져다가 자사 고객에 전달했다. 페이스북은 국제공항 격인 KT에 일정 비용을 지불했다.


이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KT, SKT, LG U+ 등 동등한 지위를 가진 통신사(peering)는 서로 주고받는 데이터에 대해 비용을 정산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되면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새로운 상호접속고시는 동등한 지위의 통신사라도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내도록 했다. 마치 전화를 건 사람이 전화요금을 내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KT는 국제공항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SKT와 LG U+에 보내는 일이 많다. 결국 상호접속고시의 변경으로 KT의 비용부담이 늘어났다.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꾼 이유다.


페이스북은 SKT와 LG U+도 더이상 KT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해외(홍콩)에서 데이터를 받도록 했다. 페이스북이 예상 못한 것은 SKT의 접속경로를 바꿨는데 SK브로드밴드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SKT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면서 SKB 용량이 부족해졌고, SKB 트래픽 중 일부가 타 국제구간으로 우회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KT가 두 ISP(SKB, LG U+) 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접속경로를 바꾸더라도 이용자 품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원인도 페이스북이 콘트롤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측은 이어 “관련 사안을 인지한 후 조치를 취했으나, 결과적으로 쓰시는 분들께 불편을 초래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캐시 서버로 넘어왔다. 페이스북은 해결책으로 SKT와 LG U+에 캐시 서버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캐시 서버는 통신사 내에 페이스북 임시 서버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 내에 페이스북 서버가 있기 때문에 해외의 페이스북 서버에 접속할 필요가 줄어들고, 망의 부하도 줄일 수 있는 대책이다. 캐시 서버는 페이스북이 마련하고 통신사의 IDC를 임대해 운영하겠다는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방통위, 페이스북, 통신사의 입장이 엇걸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국가의 통상적인 수준에서 캐시서버 비용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즉, 국내 통신사가 요구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주장이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특정국가(한국) 통신사에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경우 해외의 다른 통신사들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듯 보인다.


반면 통신사 측은 페이스북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들은 망 이용료를 내는데, 페이스북은 캐시서버 하나로 ‘퉁’ 치려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이번 사건을 ‘해외 기업’ vs ‘국내 기업’의 구도에서 보고 국내 기업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망의 품질을 책임져야 하는 1차적인 주체는 ISP다. 망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것도 ISP다.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 제공업자는 서비스 속도가 느려져봐야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방통위는 서비스 속도 저하의 책임을 페이스북과 같은 CP에만 물었다. ‘접속경로 변경’이라는 행위를 한 주체가 CP니까 CP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접속경로 변경을 한 이유는 ‘상호접속고시 변경’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페이스북 트래픽을 감당해내지 못한 것은 통신사였다.


페이스북은 통신사별로 이용자를 차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상호접속고시를 변경 전으로 돌리거나, SKT(SKB)와 LG U+에 캐시 서버를 설치해 불필요한 해외 트래픽을 막는 것이 이 갈등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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