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포기하기 싫을 때, 서피스북2 리뷰

조회수 2018. 7. 2. 12: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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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좋은 그 노트북

이런 단단함은 처음 본다. 매트한 질감에 샴페인 골드와 실버를 오가는 컬러 때문이다. 제련 기술이나 생산단가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극한으로 뽑아내면 그뿐이라는 버블시대적인 생각의 강렬함이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 레트로의 느낌이 난다. 아이보리의 텅 비고 가벼운 PC의 무뚝뚝함과, 의미 없는 추억들이 스친다. 들었을 때 그래서 더 배신감이 든다. 15인치 1.905kg, 13.5인치 1.534kg.

레트로 PC같은 질감이 느껴진다

굽힐 줄은 알지만 부러지지 않는 다이나믹 풀크럼 힌지 사이에 미세한 다이아몬드 커팅을 넣어 기계의 매력을 배가했다. 접었을 때 상판과 하판이 붙지 않아 불안감이 들지만, 태블릿 부분을 반대로 꽂아 접었을 때 키가 눌리지 않는 것은 반대로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힌지의 높이로 작은 예각이 생기는 것도 바닥과 수평인 것보다 편리하다.

옆에서봤을 때 뜨는 부분이 있어 키를 건드리지 않는다

엄격한 의미의 2-in-1


태블릿에 엉망인 키보드를 달고 2-in-1이라고 하는 제품들과는 다르다. 상판 부분에도 부품이 충분히 들어가 있다. 태블릿을 분리했을 때 프로세서와 내장 GPU, SSD로 구동되고, 조립했을 때 외장 GPU인 지포스 GTX1050/1060가 구동된다. 태블릿 만으로도 PC에 해당하지만 하판을 꽂을 때 고성능 PC로 변하는 셈이다. 태블릿 모드를 사용할 때도 꽂아서 사용하는 게 더 좋은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태블릿 만으로는 5시간, 랩톱으로는 17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실제로는 당연히 그보다 짧다. 랩톱 모드로 사용했을 때 열시간을 채 사용할 수 없다. 배터리를 위해 모든 설정을 내어줘야 달성할 수 있는 상상 속 기록이다. 윈도우 랩톱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상판에는 발열판과 스피커가 숨어 있는데 정교하고 이질감 없다
안도감이 드는 하체

크고 아름다운 힌지


힌지를 분리해보면 좌우에 전기적 고정을 하는 장치와, 중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핀이 있다. 버튼 하나로 철커덕 잠기는 부분이 큰 매력이다. 덜거덕거릴 문제 없이 하판이 상판을 꽉 움켜쥐는 기분이 든다. 해제할 때는 감옥에서 수갑을 풀어줄 때의 해방감이 찾아온다.

위는 힌지 데이터핀, 아래는 상판을 잡아주는 접합 부분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이 힌지에서 오는데 디지타이저 작업을 위한 대부분의 각도에서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고정돼 심적 안도감이 찾아온다. 안전벨트처럼 급하게 밀면 접히지 않으며, 천천히 부드럽게 밀어서 접어야 한다. 작업 시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다. 힌지의 매력에 대해서는 기자의 이전 기사 ‘서피스북 첫인상’에서 확인하길. 상하판 분리하는 소리를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질감과 키보드의 매력


슬림형 노트북치곤 깊은 1.5mm 키보드를 쓴다. 완전하고 부드러운 소재의 매력 덕분에 키보드를 두드릴 때 완전한 느낌이 든다. 플라스틱처럼 부드럽고 금속처럼 단단하다. 같은 의미로 터치패드 질감도 매우 좋은 편이다. 테스트해본 윈도우 노트북 중 씽크패드와 견줄 정도로 훌륭하다. 맥북보다 미끄러지는 느낌은 없고 반대로 너무 움직여 오류가 생길 일이 적다.


 

키는 단단하고 깊으며, 힌지 아래에 발열을 위한 부분을 숨겨놓았다. 이마저도 아름답다.

3:2 디스플레이


윈도우 노트북에서 권장하지 않는 비율인데 그 윈도우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구현했다. 태블릿을 이상한 모양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보통의 제품보다 세로 부분이 더 길다. 해상도는 15인치 기준 3,240 x 2,160으로 실물로 보면 맥북에 비견될 정도로 훌륭하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카메라 판형(3:2)을 꽉 채워서 지원하는 점도 만족스럽다.

3:2 화면이지만 랩톱으로 보기에도 어색하지 않다.

무한대로 늘어나는 가격


가장 저렴한 제품이 194만원이며, 가격을 최대로 올리면 399만원짜리 제품이 된다. USB A와 C, SD카드 슬롯을 제외하면 확장성이 떨어져 도킹 스테이션을 준비하고 서피스 펜을 별도로 구매하면 가격이 더 늘어난다. 13.5인치 제품도 지포스 GPU를 탑재한 것은 약 250만원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서피스북2 가격은 250만원~무한대로 봐야 한다. 성능에 대해서는 심지어 데스크톱에게도 무리인 윈도우 MR 기기를 군소리없이 돌려낸다는 점에서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다.


맥북이 아니라는 것


MS는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맥에 윈도우를 깔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북에 윈도우를 깔아 쓰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비즈니스맨의 어떤 애환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맥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 주로 Xcode나 어도비 툴들이 필요하면 맥을 쓰면 된다. 맥에 윈도우를 써야 한다면 맥북에 윈도우를 깔아 쓰면 된다. 맥 OS와 별개로 금속의 차가움과 찌르르함, 밤의 어스름한 빛, 두 손을 모으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타격감, 터치패드, 서슬 퍼런 날렵함이 갖고 싶을 수도 있다. 제조사들이 자꾸 맥북 같은 랩톱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강함, 모던함, 금속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온기와 레트로의 추억, 불안함이 하나도 없는 안정감 넘치는 키감과 힌지, 화면을 날아다니는 서피스 펜의 미끄러움 등이 서피스북2를 선택할 이유다. 맥북에만 신경 써서는 맥북이 될 수 없다. 이 제품은 적어도, 가격과 무게를 제외하면, 컴퓨터를 살 때 가성비 등의 이름으로 포기하는 그 어떤 것도 포기하기 싫을 때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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