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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쓰러져가는 집 많은데…재건축 14년째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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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 작성일자2018.11.02. | 16,918 읽음

1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23 일대. 4층짜리 다세대 건물이 서 있는 축대에 세로로 길게 금이 가 있었다.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나간 곳은 손가락 두 마디가 들어갈 만큼 벌어져 있었다. 축대 가장자리에 만들어 놓은 주차장 한편은 땅이 주저앉으면서 시멘트 바닥이 깨져 있었다. 그 밑으로는 오래된 1, 2층짜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20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는 한 노인은 “비라도 오는 날에는 집이 무너질까봐 까치발로 걷는다”고 했다.


조순필 후암1구역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전문위원은 “붕괴 위험 건물도 많거니와 차가 다닐 수 없거나 좁은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다. 재건축이 시급한데 서울시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고 했다.


서울시가 노후 건물 밀집지역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주거 환경을 고려하면 도시 정비가 필요하지만 재건축을 허용하자니 주택시장을 들쑤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후암1구역은 서울시가 재건축을 두고 고민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달동네로 불리는 후암동 일대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일제강점기 때 지은 빨간 벽돌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 논의가 처음 나온 건 2005년. 당시 서울시도 이 일대를 재건축재정비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재건축은 정권과 시장이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바뀌며 결국 14년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용산역 인근 노후 건물이 붕괴하자 주민 불안은 더 커졌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재건축 지구 지정을 해제해 단순 증·개축이라도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3월 후암1구역 조합설립위 측은 주거 밀집 지역인 후암동 내 4획지만 단독으로 재건축을 하겠다는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최고 18층까지 재건축을 허용한 지구단위계획이 2020년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에 4획지만 따로 재건축을 하고 나면 나머지 지역은 재건축을 해도 (기존 기존계획에 따라) 5층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허용하면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쑤신다는 비판도 부담스럽다. 후암1구역의 경우 재건축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땅값이 3.3m²당 6000만 원까지 올라 있다. 조 전문위원은 “박원순 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을 철회한 직후 서울시 측에서 당분간 용산 내 도시정비사업은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했다.

이 같은 갈등은 후암1구역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서울 내 건축물 중 준공 30년을 넘긴 건물은 40%(25만3705동)다. 과거 이 지역들을 재건축 지역이나 뉴타운 등으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정권에 따라 서울시 정책이 바뀌면서 무산된 경우가 많다. 2013년 이후 서울에서 뉴타운 등 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354곳이고, 이 중 170곳은 서울시가 직권 해제했다. 구역 해제는 개발이 중단됨을 뜻한다.


갈등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조합설립위는 최근 서울시의 뉴타운 지정 해제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직권으로 뉴타운 지정을 해제한 성북구 성북3구역은 주민들이 직권해제 효력정지 처분 신청을 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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