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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을 짓지 않으면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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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 작성일자2018.10.31. | 949 읽음

실버타운, 정확한 법적용어로는 ‘노인복지주택’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에 의거 분양, 매매 및 임대에 제한(만60세 이상만 가능)을 받는 준주택이다. 수요자가 한정되다보니 그리 인기 있는 상품은 아니다.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20개소에 입소정원은 5645명이었으나 2017년 현재에도 33개소 입소정원은 5998명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노인복지시설의 입소정원은 10만7412명이 증가했으나, 노인복지주택만은 353명 증가에 머물러 거북이 걸음이다. 수요제한 상품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공급하는 사업자가 없는 탓이다.

실버타운은 운영관리형 상품


왜 실버타운을 짓지 않을까. 실버타운은 관리형 상품이다. 분양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장기간 관리, 운영하면서 차근차근 수익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런 상품을 우리나라 주택사업자(디벨로퍼)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2015년 7월말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폐지됨에 따라 이제는 임대만 가능하다. 관리가 가능하면 개발한다는 선진국의 디벨로퍼와는 다르게 우리의 주택사업자는 분양이 가능하면 개발한다는 인식이다. 아예 관리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


하지만 실버타운 개발사업은 단지 및 시설 건설을 통한 분양, 임대사업 측면보다는 시설의 운영관리 등 서비스 산업의 특징이 더욱 크다.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운영 수단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정부도 적극적인 공급의지가 부족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 고령화에 따른 주거 문제를 대비한다는 의식이 약하다. 물론 노인복지주택은 건축부지 취득에 관한 조세를 감면받고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완화된 시설 설치기준을 적용받는 등 보조와 혜택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실버타운을 늘리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고령화는 너무나 급속하게 다가오는 불청객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7년 고령화율은 14.2%를 기록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의 예측에 의하면 2050년 우리의 고령화율은 37.4%로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 출산으로 인해 고령화율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을 위한 주거시설이 지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심회귀 현상 가속화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도심회귀다. 실버타운은 서비스산업의 특징을 가진다. 이중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의료다. 만 60세가 넘으면 실버타운에 입소할 수 있지만 사실 입소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는다. 나이 들어 느끼는 가장 큰 위험은 건강이다. 어떻게 적기에 적절한 케어(care)를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대형병원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는 당연히 노인들이 도심을 떠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대도시의 도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고 공기 좋은 전원에서 생활하던 노인들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도심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직주근접의 중요성이 더 커져 도심에 자리를 잡아야하는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주거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 학업 때문에 강남에 자리 잡았던 중장년층들도 자녀들이 분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떠나지 않는다. 들어올 사람은 넘쳐나는데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정부의 규제는 이러한 주거선호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규제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이 극심하다. 하나의 아파트를 두고 세대 간 경쟁하는 양상이다. 대도시 도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조식포함 아파트

출처 : EBS '조식포함 아파트' 화면 캡처
출처 : EBS '조식포함 아파트' 화면 캡처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으면 아파트 내 서비스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의료를 제외한다면 중장년층도 필요한 서비스들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급식이다. EBS방송에서는 이미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조식포함 아파트’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방송중이다.


이 방송에서는 소위 ‘밥 차 군단’이 아파트에 출동해 조식을 제공하는 개념인데 아파트 내 특정 장소에 고정적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담당PD는 단절된 아파트에 모임의 장을 만들고 싶었단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어찌 조식 서비스만일까. 이미 건강지킴이로 나선 헬스클럽 등도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편의 서비스를 아파트 내에서 충족하고자하는 욕구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성이다. 돈이 되어야 관련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나는 경향은 세대마다 강제로 서비스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다. 1~3만원 내에서 관리비에 부과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사업성을 보전해줄 수 있다. 기존 아파트는 힘들지만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에는 아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조식은 삼시세끼로 진화중이다. 피데스개발은 식품전문기업 ‘SPC GFS’와 식사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용인과 성남의 오피스텔에서 맞춤형 식단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마케팅에 충분히 활용하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이 바뀌어야 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시설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오피스텔 내에서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다. 실버타운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일본에서도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대규모로 자리를 잡고 진화하는 중이다. 참고할만하다.


주상복합의 부활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상복합아파트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최소 1000세대를 훌쩍 넘는 대단지여야 할 것이다. 이런 단지를 방문하면 상업시설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병원도 진료과목별로 모두 입점해있다. 아파트 상업시설 내에서 전 연령층이 눈에 띄는 것은 이런 편의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노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오랫동안 주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매매가격도 상승중이다. 2018년 상반기 서울지역 주상복합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114의 자료에 의하면 5.54% 상승했다고 한다. 2006년 10.76% 상승 후 최대치다. 도심의 배후 주거지인 서대문구가 23.26%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신도시 내 역주변의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완판행진 중이다. 전원생활을 즐기던 노인들이 건강이 악화되면서 도심에 편의시설들이 완비된 주상복합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 주변에 자식들도 함께 거주하면서 서로의 불편 사항에 대해 도움을 주고받는다.


부모님 세대는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자녀세대는 육아다. 국이 식지 않는 거리에 거주하면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 ‘근거리 거주’다. 우리의 LH와 비슷한 일본의 UR(Urban Rehabilitation)은 근거리 거주(3㎞이내)에 대해 임대료를 3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이런 추세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단순히 아파트 기능만 있는 곳이 아니라 주거와 상업 그리고 문화 등 여러 기능이 결합된 주거복합시설이 필수다. 더불어 과거의 대형아파트는 관심 없고 중소형면적이 인기다. 주상복합은 주상복합이되 새롭게 화장한 주상복합이라는 말이다.


은퇴이민 막아야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으면 해외이주가 늘어날 수도 있다.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인데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나라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국내 은퇴(예정)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소위 은퇴이민이다.


2016년 기준으로 구 단위의 연간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1179만2000원이다. 우리에게는 최저생계비 수준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적지 않은 액수다. 대부분이 휴양지라서 자연환경도 나쁘지 않다. 한국의 은퇴(예정) 계층을 흡수하기 위해 편의시설 또한 우리보다 월등하게 구비중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노인주거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자금력 있는 은퇴계층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이민을 고민하는 계층이 노인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잡코리아(Job Korea)에서 성인남녀 48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회가 되면 이민 갈 생각이 있는가?’란 질문에 ‘있다’는 응답이 무려 70.8%였다고 한다.


은퇴계층을 포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젊은이나 중장년층에게도 희망이 없다. 특히 50대 이상의 응답자들이 이민가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라고 한다. 정부의 관심과 정책지원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심형석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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