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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책, 고민되면 일단 사세요"

'직원 책값 무제한 지원'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의 독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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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에 이어 박흥용 작가가 지명한 이준익 감독, 그리고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에 이어 이준익 감독이 추천한 박정민 배우 편이 지난 주에 나갔습니다.

오늘은 임정욱 센터장이 추천한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 차례입니다.

책 많이 읽는 걸로 소문 난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가 어떨까 싶은데요. /임정욱 센터장의 말
김봉진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배달의 민족' 본사였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 창 너머로 보이는 석촌 호수 야경이 꽤나 운치가 있었습니다. 한쪽을 계단식 관중석처럼 꾸며놓은, 다용도 회의실 같은 공간으로 들어가니 무슨 벽보 같은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금은 촌스러워 보이는 서체의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배달의 민족' 광고에서 많이 본 글꼴이었습니다. 질문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체는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배달의 민족 창업할 때부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세 가지가 나왔고, 네 번째 서체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세 개는 무료 배포했고, 마지막 것은 마무리 작업 중이에요. 다섯 개까지 만들려고 해요.

-그런 일은 왜 하지요?
제가 좋아서요.(웃음) 그리고 저희 브랜드를 잘 알리고 싶어서예요. 회사의 정체성을 알릴 것을 생각하니까 고유의 서체가 있으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예전에 디자이너로 일할 때 경험한 게 있어요. 현대카드 일을 외주로 했는데 그때 전용으로 개발한 유앤아이 서체라든가, 또 제 옆의 팀이 네이버 나눔고딕 서체 작업을 했었는데, 그런 것들 보면서 글꼴이 가진 힘에 대해 알게 됐죠.

'배달의 민족' 창업할 때 저희 서비스가 갖고 있는 키치와 B급 같은 느낌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서체가 많지 않았어요. 이 서체들은 '버내큘러(vernacular, 토착의)' 디자인이라는 게 특징이에요.

무슨 말이나면, 가령 이태리 어느 해변에 가면 집들이 다 하얗게 돼 있고 지붕은 파란 식이잖아요. 그런 건 어떤 디자이너가 그렇게 도시 설계를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죠. 제주도에도 현무암으로 된 돌담벽들이 예쁘게 서 있잖아요. 그 지역 토착민들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만든 거죠.

디자인을 전문으로 배우지 않은 일반인도 뭔가를 꾸미거나 알리기 위해 디자인적인 표현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뭔가 미숙하고 어눌한 느낌, 하지만 정감어린 그런 디자인을 말해요.

여기 보시는 첫 번째 서체는 '한나체'라고 해서 제 큰 딸 아이 이름을 붙인 건데요, 아크릴판 위에 시트지를 붙이고 칼로 오려낸 느낌이 나요. 투박하고 예각이 많지요. 서체 전문 회사에서는 안 하는 방식이지요.

그 다음 해에 제 둘째 딸 이름을 따서 만든 '주아체'는 함석판에다 붓으로 둥글둥글하게 쓴 듯한 서체예요. 아마 많이 보셨을 텐데 여기저기 다른 회사에서도 광고로 많이들 써요.

세 번째는 '도현체'라고 해서, 아크릴로 오려낸 느낌이에요. '도현'이란 이름은 회사 구성원들 자녀들 이름을 놓고 제비를 뽑아서 정했어요.

왜 대표이사 애들 이름만 넣느냐고 해서.(웃음) 아이들 이름을 붙인 것은, 서체 디자인을 많이 하신 안상수 선생님 서체가 '미르체' '마노체'라고 불렸는데, 두 이름이 안 선생님 아들들 이름이에요. 저희도 오마주해서 붙인 거예요.

네 번째는 연성체. 역시 직원 아이들 이름 중에서 뽑아 붙였어요. 이 서체는 한글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붓글씨로 쓴 것처럼, 끝이 과도하게 꺾인 특징이 있어요.

서체를 만들 때마다 포스터도 하나씩 만들어요. 한나체는 빅터 파파넷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그 다음 주아체는 UX(사용자 경험) 전문가인 도널드 노먼의 '우리 모두는 디자이너다'에서 따왔어요.

세 번째 주아체는 '디자인 싱킹'에 관한 내용이고요. 네 번째는 츠타야 서점을 만든 마스타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에서 따왔어요. 넷 다 저희가 디자인과 관련해서 영감을 많이 받은 분들 말을 포스터로 제작했어요.
-예전부터 '직원들에게 책값을 무제한 지원하는 회사'로 소문이 자자했지요.
지금도 책값은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해주고 있어요. 법인카드로 책값 결제한 것은 무조건 다 회사에서 부담하죠. 다만 몇 가지 제약들을 걸어 놨어요. 온라인 구매는 안 되고 반드시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사라고 하고 있어요.

책값도 가급적 할인받지 말고 정가로 사라고 해요. 출판 시장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맨날 할인받고 하면 어떻게 되겠냐, 서점에 가서 보기도 하고 직접 정가 주고 사라고 해요. 서점들 그러다 망하면 어떻게 되냐, 그러죠.
-그렇게 하니까 직원들이 책을 많이 읽던가요?
점점 늘어나는 건 사실이에요. 그건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보는데, 게 중에는 너무 과도하게 늘어나는 사람도 있어서 일정 정도 지침선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회사에서 부담하는 책값은 한 해 얼마나 되지요?
지금은 월 2500만원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1인당 10만원이 좀 안 되는 수준인데, 아예 안 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개인별로 다양해요. 아주 높은 사람도 있고..
-책값이 회사 비용 차원에서는 부담이 얼마나 되나요?

단순히 비용으로만 볼 수 없는 게, 구성원들의 자기 성장에 대한 욕구와 열망 이런 걸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저는 그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아주 긍정적으로 봐요.
-그 질문을 드린 이유는, 예전에 구글 인사 담당 부사장이 인터뷰 때 한 말이, 구글의 유명한 무료 식당이나 부대 시설 같은 게 사실은 돈 액수로는 얼마 안 되는데 밖에서는 굉장한 선전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원래 사람들이 상대적이지요. 다른 회사에서 안 하는 걸 해주면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이잖아요. 저희 회사도 제도 중 하나가 1층이 카페 거리인데 여기와 다 계약이 돼 있어요. 저희 구성원들은 어딜 가든지 사원증만 보여주면 공짜로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회의실처럼 써요.
배달의 민족 사내 준칙을 재치있게 적어 놓은 포스터

-공간을 아웃소싱하는 거네요.
네. 회사 안에 키친도 있고 여러 공간이 있지만, 다들 사내에서 회의하는 것보다 나가서 하고 싶어하잖아요.

그리고 회사는 늘 회의실이 부족해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늘 그래요. 그래서 주변 카페를 계약해서 쓰는 식으로 했어요. 경영 차원에서 보자면 임대료나 시설투자비가 안 들어가니까 좋죠. 카페 커피값이 훨씬 더 싼 거예요.

그리고 매번 회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본인이 선택해서 가는 거니까 만족도도 높죠. 심지어 구성원들은 그걸 회사 복지로 느껴요. 그러니까 다 좋은 거죠.

비용 측면에서 보면 저희는 훨씬 저렴하면서 구성원들 만족도는 높아지는 그런 걸 저희도 하고 있는 셈이죠. 구글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홈페이지에서 회사 소개를 보니까 '배민신춘문예'라는 것도 열던데요.
아, 그건 그냥 고객들 상대로 한 이벤트 행사입니다. 가볍게 치킨이나 피자 같은 주제어를 가지고 시를 짓게 하고 시상도 합니다. 재미와 감성을 나누고 싶어서 여는 행사예요.

작년 1회 대회 때는 치킨,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이 주제였고, 올해는 음식 가지고 n행시를 짓게 했어요. 이번에 감동적인 문구가 참 많았어요. 1등 당선작에는 치킨 1년치 365마리 쿠폰을 경품으로 드리고 있습니다.
제2회 배민신춘문예 대상작 (배달의민족 부문)

제2회 배민신춘문예 최우수상 (배달의민족 부문)

-직원들 책값에 그렇게 관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책에 대해서는 제가 체험을 한 게 있어요. 한번 사업에 실패하고 났을 때였어요. 제가 디자이너라서 어렸을 때는 책을 통 안 읽었거든요. 그림책, 포트폴리오 이런 책만 보다가 사업 실패 후 서른 중반 때부터야 비로소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땐 인생도 잘 안 풀리고 하니까, 뭐 잘되는 사람들, 그런 분들이 가진 습관 같은 걸 하나씩 해보자 싶어서 살펴보니까, 모두들 책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하더라구요.

또 그때 제가 디자이너로 10년차 정도 됐어요. 그러니까 스스로 좀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그냥 회사 실무에서 배워온 것만으로 계속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그때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책을 보기 시작했죠.

그 전에는 군대에 있을 때 워낙 지루하니까 무라키미 하루키라든가 앨빈 토플러 같은 사람들 책을 읽은 기억은 있어요. 사회 생활 하면서는 거의 못 읽은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을 때는 책 때문에 삶이 달라진다든가 이런 건 별로 못 느꼈어요. 그런데 한 2년 정도 지나니까 좀 달라지긴 하더라구요. 그게 확실히 느껴지긴 했어요.

가장 크게 느껴진 게, 제가 집에서 자꾸 책을 보게 되니까 아내도 책을 보게 되더라구요. 서로 얘기하는 것도 좀 달라졌어요. 그전에는 맨날 뉴스에 나오는 이슈 그런 거 얘기하고 그랬는데 좀 더 다른 이야기도 풍부하게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집에 책장도 생기고 하니까 부모님도 책을 읽기 시작하는 거예요. 원래 부모님은 오랫동안 자영업으로 가게를 하셨는데 책이라는 걸 읽는 걸 본 적이 없었거든요.
-부모님과 같이 사세요?
네, 지금 같이 살아요. 아버님도 제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시면서 "봉진아, 이 책이 참 좋다" 이런 얘기도 하시고. 어머니도 예전부터 공부를 무척 하고 싶어하셨는데, 지금은 노인대학에 가서 중학생이세요. 초등학교는 얼마 전에 졸업하셨고.

그런 식으로 책 읽기가 실제로, 물론 사업을 하면서도 도움이 되지만, 제 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처음엔 디자인 책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 뒤로 어떤 책들을 읽어나가신 거죠?
제가 95학번인데요. 회사 생활하면서 2005년이 되고 나서 신입 디자이너들이 들어왔는데, 이 친구들 얘기하는 걸 저는 못 알아듣겠더군요.

졸업 후 10년 동안 (학계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저는 10년 동안 포토샵만 한 거였죠. 신입들이 뭘 이야기하는데 잘 이해가 안 돼서 물었죠."너희들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 했더니, "학교에서 배웠다"고도 하고 "책에도 있다"고도 해요.

그때부터 (건축디자인 전문 출판사인)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디자인 관련서들을 거의 다 사서 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내가 대학 졸업하고 나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이론이 새겨나고 작가들이 등장했구나' 깨닫게 됐고, 재미도 많이 붙었죠. '그럼 책을 좀 더 읽어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그 무렵에 읽었던 걸로 기억나는 책은 뭐가 있죠?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 이야기 모은 '디자인 생각'이라는 책, 빅터 파파넷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 이런 책이 기억나네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마케팅과 브랜딩 쪽으로 넘어가면서 '보릿빛 소가 온다' 같은 책들도 읽었어요.
-창업을 구상할 때였나요?
아니, 그땐 사업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요.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 게 아니라서. 그냥 회사에서 일이 디자인, 브랜드 쪽을 많이 해야 하니까 옆 분야를 하게 됐어요.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이런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디자인도 이렇게 마케팅과 같이 공부하면 더 재밌겠다 생각을 하면서 브랜드 쪽으로도 넘어갔지요. 그때 마침 네이버에 있을 때 UX, CMD(창의적 마케팅 설계) 조직에 지금 JOH의 조수용 대표가 그때 수장으로 있어서, 그분이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마케팅과 브랜드 전반에 걸쳐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셨고 그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기계발서라든가 경영서로도 넘어갔지요.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일하는가',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같은 책입니다. 창업하고 나서 도움이 아주 많이 됐어요.
-그러면 그때 회사를 다니던 중에 창업을 꿈꿨나요?
창업을 꿈꾸긴 했지만 지금 이 사업은 아니었어요. 브랜드 컨설팅 회사였어요. 디자인 에이전시 같은. 그걸로 계속 일을 해왔으니까요.
-그게 일반적인 경로였겠지요.
실제로도 그 분야에서 사업을 했어요. 네이버를 나와서 대학원에 붙고 난 다음에요. 네이버에서는 제가 더이상 올라갈 데가 없더라고요. 네이버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들어갔으면 모르겠는데 어느 정도 인력 채용이 멈춘 마지막 무렵에 들어가서 저로서는 승진도 애매하기도 했고.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만난 여러 디자이너들과 같이 '플러스 엑스'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했죠. 그때 동시에 '배달의 민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그건 별도로요?
네. 6년 전 시작할 때 처음엔 본격적인 사업이 아니라 일종의 작은 '토이 프로젝트'였어요. 1인 개발자들이 저마다 재밌는 아이템 하나 잡아서 만들곤 했던 시절이었어요.

배달의 민족도 그 중 하나였어요. 약간 가볍게 만들어진 서비스였어요. 저의 형하고 후배하고 친구하고 같이 시작했죠. 다들 각자 회사에 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했죠.

저희 말고도 굉장히 많은 팀들이 있었죠. 기사 검색을 해보면 그때 저희랑 비슷하게 나왔던 것 중에 고등학생이 만든 '서울버스', 게임회사로 유명한 '4시 33분'도 있었고... 그땐 사업자가 없어도 애플 앱스토어에다 개인으로 올리 수 있었거든요. 배달의 민족도 그렇게 만들어졌죠.

-앱 개발 붐이 한창 일 때였군요.
네, 1인 창업 이야기했을 때예요.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갈 때 스마트폰이 한국에도 나온다면서 기대가 클 때였죠. 저희도 '배달의 민족' 말고도 여러 개 만들었어요. 기획도 하고.

원래 114 서비스도 하려고 했다가 잘 안 됐고요. 사실 배달의 민족은 아주 운이 좋았죠. 얻어 걸린 거죠.

4-5명이 공동창업했을 때부터 "우리는 책값은 무료로 하자"고 했어요. 그때 제 아내가 저한테 용돈으로 책값은 무제한으로 지원해줬거든요. 책은 많이 사보라고 허용해 줬어요.

그래서 저도 회사 구성원들한테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거죠. 솔직히 저도 책을 아주 많이 읽는 편이라고는 못 하겠어요. 훨씬 더 많이 읽는 분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다만, 제 생각에는 책을 많이 보는 첫 번째 방법은 책을 많이 사는 거예요. 많이 사면 많이 읽게 되는데, 우리가 책을 한 권 살 때 너무 고민하다 보면 결국 꼭 베스트셀러만 사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구성원들에게 책 살 때는 고민하지 말고 일단 사라고 해요. 사서 남더라도 하다 못해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좋으니까요.
배달의 민족 사내 1인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직원

-그외 책을 활용한 사내 정책이 있나요?
그외에 특별한 것은 없어요. 책 추천 같은 제도도 없어요. 마케팅실만 제가 따로 추천하는 책이 있어요. 제 전공 분야니까.

일단은 사내에서도 책을 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임원들부터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사내 복지나 인사 평가, 인센티브 같은 문제들도 책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책값은 임금이나 복지에서 열외로 계산되나요?
다른 복지와는 완전히 별도로 계산해요. 왜냐하면 책값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쓰는 사람은 많이 쓰지만 하나도 안 쓰는 사람도 있어요.

책 읽는 걸 보니까 결국엔 특정 사람이 많이 읽거나 사면 주변 직원들도 따라오더군요. 곳곳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전체적으로 같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배달의 민족 사내 곳곳에 기발한 문구가 가득하다

-책 읽는 문화 확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말이네요.
네. 회사 안에도 책들이 곳곳에 많이 놓여 있어요. 저는 e북은 거의 안 사거든요. 물리적으로 잡히는 책만 사요.

처음 읽기 시작할 때 그걸로만 훈련을 했어요. 요즘은 큰 애가 12살인데, 집 책장에서 책 찾기 놀이를 해요. 주말이나 이럴 때.

예를 들어 제가 "'21세기 자본' 찾아봐" 이래요. 그러면 아이가 "아빠, 그건 어떻게 생겼어?"라고 물어요. 그러면 "아주 두껍고 위는 흰색이고 아래는 빨간색이야"라고 해요. 그러면 가서 막 찾아요.

그러다가 "어디 옆에 있어?"그러면 "아빠가 잘 읽는 경제서적 근처 어디에 있어" 그러면 다시 찾아요. 이런 과정이 재미있어요. 숨은 그림찾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아이가 찾아서 꺼내 오면 제가 간단히 얘기해줘요. "한나야, 네가 커서 아무리 힘들게 노동으로 일해도 금융으로 버는 돈이 훨씬 더 많고 빠르단다. 이 책에는 그런 얘기가 있어. 결국에는 세금을 아주 많이 내야 되고, 세금을 나라별로 똑같이 낼 수가 없으니까, 전 세계가 같이 공조해서 한번에 기업에 많이 받는 게 좋은 거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주죠.

그러면 얘는 당연히 기억을 못 하겠죠. 이제 12살이니까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그런 걸 아빠랑 이야기하는 걸 즐거워해요. 그렇게 한 1년 정도를 했어요.

이제는 애가 먼저 하자고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점엘 갔더니 그 책을 알아보더라고요. 아빠 서재에 있는 책이라고요. 한나가 크면 훨씬 더 강하게 기억하겠죠.

아빠가 그런 책을 이야기했었고 실제로 이런 내용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면 책과 조금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21세기 자본'을 다 읽으셨나 보네요.
완전히 다 읽지는 못했어요. 너무 두꺼워서요.
-완독하셨으면 아마 국내에서 손가락 안에 들었을지도 모를 텐데요.(웃음)
저는 제 나름의 책 읽기 방법이 있어요. 너무 어려운 책들은 만화책이나 중고생들 위한 책들을 같이 읽어요. '21세기 자본'만 해도 만화책으로도 한 권 나와 있어요. 그거랑 이거랑 같이 읽었어요.
-경영서까지 발전하셨다고 했는데, 그 다음은요?
경영 쪽을 읽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마케팅과 연결되는데 심리학이나 역사, 고전 쪽으로 빠지게 되더군요.

많은 분들이 결국엔 고전 쪽으로 가서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들 많이 하시더군요. 하지만 처음에는 읽기가 힘든 거예요. 그 문장을 한 장 정도 다 읽고 나면, 내용은 어렸을 때부터 다 들었던 내용 같은데.

그래서 UX(사용자 체험) 관점에서 보니까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형식이 어려운 거더라구요. 이미 우리 생활 속에는 다 담긴 것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고전이 됐겠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기 시작한 게 더 쉽게 쓴 것들이었어요. 만약 이런 책을 중고생들이 읽으려고 할 때는 어떨까 해서 찾아봤더니, 그 코너에 아주 쉽게 씌어진 책들이 있는 거예요.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책도 사람들이 사긴 많이 샀지만 많은 사람이 다 읽진 못했잖아요. 거기 가면 중학생이 보는 정의론이 그림책으로 있어요.

저는 둘 다 읽었거든요. 사실은 큰 차이 없더라구요. 남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해서 방법을 찾은 게, 서울대 지정 고전을 주니어 김영사에서 인문고전 50서로 낸 게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키케로 이런 책이 만화로 나온 게 있거든요. 그걸 전집으로 샀어요.

그걸 읽고 다음에 원서를 읽으면 이해가 쉽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쉽게 씌어진 책과 원전 번역서랑 같이 읽었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고전들이 있어요. 플라톤의 국가, 논어, 한비자, 군주론, 니체 관련서를 아주 좋아해요. 이런 책 관련서만 서점에 나오면 다 사요.

군주론만 해도 이만큼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쓰는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고 편집도 달라요. 내용의 강약도 다르고. 저는 기억력이 아주 안 좋은데, 반복해서 읽다 보면 다시 상기를 하게 돼서도 좋아요.

저는 읽다 보니까 다섯 명의 고전으로 빠지게 된 것 같아요. 플라톤의 국가를 비롯한 소크라테스 관련 책들, 논어, 한비자, 군주론, 니체.

-고전의 다양한 변주들까지 즐기는 셈이네요.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 느낌이 매번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고전이겠죠. 제가 창업했을 때의 상황과 지금 5년이 지나서 상황이 또 다르니까. 이게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논어만 읽고 군자의 삶에 대해서만 자꾸 얘기하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는데, 군주론을 읽게 되면, 또 현실의 나쁜 면들, 경쟁자들과는 이래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려면 권모술수도 부려야 해 이러다가 국가론으로 가면, 아 그래도 기본적으로 올바름이라는 걸 추구하는, 그 의미를 잘 찾아야지. 그러다가 한비자로 가면 역시 인간들은 나쁘고 법으로 잘 다스려야 해. 이렇게 좀 왔다갔다 하는 게 저한테는 다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게 사실은 회사 기본 정책에도 많이 반영이 되죠. '일은 수직적으로 하고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으로 한다' 이런 사내 모토가 영향을 받은 거예요. 회사가 우리가 아무리 스타트업이고 신생회사지만, 또 아무리 모두가 자유롭게 일하는 곳이 창의성을 만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규율 위에 세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들이 그런 데서 영감을 얻은 것이죠.

-사원들과 책 이야기도 합니까?
자주 해요. 가끔 이야기 하다가 질문에 답변해줄 때, 이런 책에 이런 얘기들 있는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죠.

매주 수요일 11시부터 30분간 '봉 타임'이라고 있어요. 구성원과의 자유로운 대화 시간이죠. 옆 건물 2층에 20-30명 모일 수 있는 공간 있는데, 오고 싶은 사람만 아무나 와서 저랑 얘기 나누는 시간이에요. 저는 회사 현안, 요즘 고민 이야기하고 그 친구들은 무기명으로 구글 독스에 사전 질문도 올릴 수 있어요.

익명으로 올리는데. '최근 복지제도는 어떻게 되냐, 경쟁사와는 어떤가' '작년보다 배달의 민족이 나아진 게 뭐라고 생각하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들을 해요.(웃음)

그때 여러가지 책에 관련된 얘기도 좀 하죠. 최근 읽었던 인상깊게 읽은 책. 제 경우 '사피엔스', '21세기 자본', '지적 자본론'인데 세 책이 연결돼서 아주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연결해서 좀 이야기해줬어요.
-요즘은 무슨 책을 읽으시죠?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입니다. 예전에 한 번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읽으니까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창업 초기에 한 번 읽고 두 번째인데요, 예전에는 이론적으로 읽었다면, 이제는 회사 실무를 직접 겪고 나서 보니까 필요한 게 이 책에 있었구나 싶어요.

이 책에서는 "앞으로 브랜딩은 인성이다, 페르소나다"라고 하죠. "마케팅은 사람에게 기억되게 하는 것이고, 아이덴티티 인성 관계 맺기"라고도 해요.

'배달의 민족'에도 많이 적용하려고 해요. 회사 경영을 하나의 인성,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려구요.
그 다음으로 황현산 교수의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인데, 우연히 선물을 받았아요. 제주도 내려가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어떤 분이 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길래 얘기하다 보니까 교보문고 MD라고 해요. 저한테 그 자리에서 자기가 읽고 있던 책을 선물해 줬어요.

사실 저희 집에도 있던 책이었어요. 저는 베스트셀러 경우는 대부분 일단 사 두거든요. 안 읽더라도. 보다가 안 읽히는 경우도 있고, 어떨 땐 목차나 머리말만 읽고 지나가기도 하니까.

이 책은 산문집이라서 다는 아니고 발췌해서 읽었는데 상상력이나 생각들이 의미있는 게 많아서 아주 좋더라구요.
'부자의 그릇'이란 책은 제가 서점에서 샀는데, '돈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돈에 대해 알려면 기본으로 신용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밖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기도 하나 보지요?
가끔 있어요. 젊은 친구들의 경우 창업 준비하거나. 또 출판사 분들. 제가 페이스북에 책 이야기를 많이 올리는 편이니까요.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긴 한데, 여기저기서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냥 책 이야기를 하라고들. 책 이야기는 어차피 내 이야기가 아니니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빌려서 하는 거니까 괜찮다고요. 저로서도 책을 보고 잊어버리니까 좋은 구절을 바로 찍어서 올려놓고 공유도 하고 그럽니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에서 혹은 저자 분이 책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어요.

아, 그리고 연초 연봉도 결정해야 했었는데, 우석훈 씨가 쓴 '연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도 도움이 됐어요.

생각보다 길어진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 내부를 한 바퀴 돌며 구경했습니다. 저녁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남아 있는 직원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회사 근처 오모가리 김치찌개집으로 향하는 중에도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이 말이 내내 기억에 남더군요.

저희는 배달음식업계 혁신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회사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한번 혁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회사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거죠. 단순히 법인 차원이 아니라 도덕적인 주체로서의 회사. 10년 후쯤에는 그런 주제로 책도 한 권 쓰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을 했습니다. "요즘 무슨 책 읽는지 궁금한 사람이 누구지요?"  김 대표는 좀 생각해본 후에 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페이스북 메신저로 답이 왔습니다.
김주환 연세대 교수를 추천합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의 저자이고,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의 역자이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리고 회사의 인사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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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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