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헤세 같은 인생 선배 있으면 술 사달라고 졸라댔을 겁니다"

조회수 2016. 5. 12. 1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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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씨'의 작가 김대현의 그림 세계와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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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한희정 뮤지션이 추천한 '무나씨'의 작가 김대현 편입니다.

한희정 뮤지션 편 바로가기

한희정 뮤지션이 추천한 사람은 원래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 씨와 배우 강동원 씨였습니다. 하지만 소속사를 통해 연락해본 결과 현재 작업 중이거나 개인 사정으로 곤란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추천받은 사람은 '무나씨 드로잉'의 김대현 작가였습니다. 김 작가와 전화로 연락이 닿은 데 이어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김대현입니다. '무나씨 드로잉' 시리즈를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정작용(自淨作用)'이라는 이름의 문예지를 창간해 필자로서 글을 쓰고 디자이너로서 책을 만드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무나씨 드로잉은 연작으로, 검은 잉크만을 사용해 작은 종이 위에 그리는 독특한 화풍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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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씨'는 무슨 뜻이고 어떻게 지었지요?
무나씨는 저의 작가명 ‘무나’에 ‘씨’를 붙여서 만든 이름입니다. 사람들이 ‘무나씨’라고 불러줄 때 비로소 작가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 같아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나씨’의 ‘무나’는 불교 철학 용어인 ‘무아(無我)’에서 따온 말입니다. 생각이 한참 많았던 이십 대 때, 무엇을 생각하건 머릿속에 온통 ‘나’에 관한 생각들뿐이었습니다.

‘나’로부터 벗어난, ‘나’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그렇게 이름 지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그린 모든 그림이 ‘나’에 관한, 혹은 타인에게 투영된 ‘나’를 그린 그림이었던 걸 보면, ‘나를 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던가 봅니다.
-속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자정작용'이라는 건 뭐죠?
'자정작용'은 매일매일 글짓기를 통해 자기정화(自淨)를 이룬다는 뜻에서 모인 순문학 글짓기 동인입니다. 매일 자정에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다음 날 자정까지 한 편의 글을 완성하자는 단순한 규칙으로 지난 겨울 다섯 명의 동인인 정미향, 김대현, 주형민, 신수전, 김예린이 글을 써 왔습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 나온 책이 '자정작용 2016 봄' 입니다.

自淨作用 홈페이지 바로가기

-평소 하시는 작업과 책이나 독서는 어떤 관계가 있지요?
그림을 그릴 때,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곤 했습니다. 인문 서적들을 읽다가 흥미로운 생각을 얻게 되면 노트에 적어놓았다가 그 생각을 이어가며 좋은 구상을 떠올립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주로 문장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해 놓고, 그 문장을 어떻게 그림으로 번역해 낼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만큼 저의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의 관계는 밀착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의 관계를 보여주는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한 가지 제목에 따른 그림 연작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자꾸만 네가 떠올라
SINGKING OF YOU
29.7 × 42 cm, Pigment liner and marker on a paper, 2010
없었던 것처럼 있고 싶다
I WANT TO BE LIKE I WASN'T THERE
29.7 × 42 cm, Pigment liner and marker on a paper, 2009
-평소 책은 어떤 기준에서 어떤 식으로 구해서 얼마나 읽으시는지요?
예전에 인문 · 철학서를 주로 읽을 때는 계보를 따라 읽느라 애를 썼었는데, 지금은 주로 내키는 대로 읽습니다. 문학 작품을 더 많이 읽는 편이고요.

가까이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가 추천해 주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 읽습니다.
-지금 읽고 계시거나 최근에 읽은 책 (신구간 장르 불문)은 뭐지요?
가장 최근에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과 헤르만 헤세의 「방랑」을 읽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
'지상의 양식'(문예출판사, 김붕구 역, 1973) 은 지난겨울 파주의 헌책방에 들렀다가 우연히 산 책입니다. 70~80년대 책 편집 디자인 방식을 참고해보려고 샀는데, 머리말에서부터 매료되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방랑'은 헤세를 좋아하는 제게 친구가 선물해 준 책 '요양객'(을유문화사, 김현진 역, 2009)에 실린 첫 번째 단편입니다.
-그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소감을 말씀해주시겠어요? 
헤세 말년의 대작 '유리알 유희'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문체를 그리워하던 중이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문체를 다시 읽을 수 있어 반갑고, 방랑길에 오른 작가 자신이 느끼는 자유로운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시(詩)가 들어가 있어 흥취를 더하고요.

'지상의 양식'은 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화자가 '나타나엘'이라는 청자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들려주며 때로는 호통치듯, 때로는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런 인생 선배가 있었다면, 정말 자주 술을 사달라고 졸랐을 거예요.
-평소 책장에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책이 있나요?
저와 저의 소중한 친구들이 지난겨울 함께 엮어 만든 '자정작용(自淨作用) 2016 봄'(이아당, 2016)을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재민 fnt 스튜디오 실장님을 추천합니다. 예전에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인문학적 기초가 단단하신 분 같았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지, 요즘 근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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