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서가엔 우주왕복선 매뉴얼도 있지요"

조회수 2016. 10. 28. 0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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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황두진의 읽기 "이제는 작가 정체성도 느껴"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배우 유정아씨가 추천한 황두진 건축가입니다.

배우 유정아 편 바로가기

건축가 황두진. 예전에 비슷한 릴레이 독서 추천 코너에서 연결된 적이 있어요. 그때는 황 선생님이 저를 추천하셨는데 이번에는 제가 황 선생님에게 어떤 책을 읽고 계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배우 유정아 씨의 추천의 말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건축가이면서 글쓰기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황두진 건축가도 그 중 일인입니다. 일간지에 칼럼도 연재하고 최근에 자신의 건축 철학을 담은 책도 냈습니다.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연락했을 때 순회 강연차 해외 체류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고 꼼꼼하게 답을 적어 보내왔습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느껴졌습니다. 독서 취향과 범위를 보여주는 목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자인 유정아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학교, 동네, 책, 보이스 트레이닝, 답사 등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관계입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그리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만, 오랜만에 봐도 그 전에 나눴던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은 분입니다. 특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근황을 듣고 싶습니다.

소위 '무지개떡 건축'(주거와 다른 기능이 복합된 건축으로 제가 만든 용어입니다.)을 계속하고 있고, 한옥과 관련된 작업 또한 ‘직업 속의 직업’처럼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개업한 이후 이제 시간이 꽤 흘러서 이전에 했던 건물을 증축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잠시 공공 프로젝트로부터 멀어져 있었는데 다시 진입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그건 현상공모로만 가능한 일이므로 떨어지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신문에 약 반 년 동안 무지개떡 건축의 사례를 추적하는 연재를 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태평양 지역 4개국 4개 대학을 방문하는 순회강연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강연은 어떤 거지요?

외교부의 '국민 모두가 공공외교관'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갈수록 평평해지고 있는 지구에서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한국 건축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방문한 도시는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방콕 그리고 시드니였습니다. 그간 제가 해온 다양한 작업의 경험이 이런 관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강연지로서 유일하게 서구권 도시인 시드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평하고 매끄러운 지구는 편리하고 좋은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원래 건축가가 꿈이셨나요? 개인홈페이지 이력 보면 밴드 하다가 죽도록 맞은 적도 있다고 썼던데요. 진로에 대한 특별한 계기나 각오가 있었나요?

원래는 자연과학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건축이란 분야는 그냥 그런 것이 있나보다 했지요. 미술책에서 사진 몇 개를 본 정도였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세상을 폭 넓게 볼 기회가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그러다가 계열별로 공대를 들어갔는데 1학년 1학기에 마침 지도 교수가 건축가 교수님이어서 면담하러 갔다가 복도에 있는 도면과 모형을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습니다. 평행우주를 발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유학파이면서 우리 한옥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고 작업에도 반영해온 것으로 압니다. ‘무지개떡'에 비유하고 책도 썼습니다. 건축 철학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건축도 창작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독창성, 즉 특수성으로 승부가 갈리기는 합니다. 그러나 오래, 그리고 높이 가려면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전통과 역사, 과학과 기술에 대한 공부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건축은 개인의 세계관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가 정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문학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미학문야에서 건축은 예술이다, 아니다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으로만 점철되어 있다면 건축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는데 저에게는 ‘다공성(多孔性, porosity)’과 ‘중첩된 기하학’이 그런 세계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다공성’은 벤야민이 이야기해서 유명해진 개념이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접근합니다. 체적과 표면적간의 관계를 이용해서 건축의 내외부가 맺는 관계를 다양하게 조율하는 개념입니다.

‘중첩된 기하학’은 한 건물 안에 다양한 기하학이 존재하면서 그것이 다양한 기능 및 재료와의 연계를 통해 건축을 매우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두 가지 모두 생각의 뿌리는 한옥을 다뤄본 경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사옥도 많이 지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다른 건축물과 다르거나 달라야 한다고 믿는 점이 있나요?

열린책들 구사옥과 해냄 사옥을 했습니다. 그리고 메디치는 저희 회사에서 리모델링한 건물에 입주했습니다. 출판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일의 절반입니다. 그 이외의 기능은 대체로 아웃소싱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건물보다 지역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물도 지역이 제공하는 것을 모두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출판은 도시를 호흡해야 합니다.

건물 자체로는 다양한 성격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발코니, 옥외 계단 같은 것도 그런 용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 잘 꾸며진 주방 같은 것이 있어서 서로 뭘 만들어 해 먹고 그러면 분명히 다른 생각이 떠오릅니다. 가끔 대기업 중역 회의실 같은 출판사 회의실을 보곤 하는데 그런 데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겠습니까.

-자기 건축물은 다 자식 같겠지만 그중에도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설계한 건물이 자식이라면 끊임없이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을 하는 셈입니다. 떠나보낸 아이들은 각자 자기 팔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아주 망가지거나 심지어 없어지는 경우도 보는데, 애가 타지만 그것도 그 아이의 운명입니다. 반대로 한참 후에 가서 봤는데 제법 연륜도 생기고 제 손을 떠났을 때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문에 답을 하자면, 결국 자식과 똑 같습니다. 지금 낳아 키우고 있는 아이가 가장 각별하지요. 그 다음으로는 낳고 키우면서 고생을 많이 한 아이입니다. 건물이 완성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냥 가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다들 바쁘게 건물 안팎을 다닙니다. 이렇게 그 건물에 ‘일상’이라는 것이 생겼을 때 느끼는 독특한 감정이 있는데 그것을 좋아합니다.

-국내 건축물 중 가장 아끼는 다섯 가지를 꼽는다면요?

건축가로서는 그 어떤 건축물이라도 (심지어 제가 한 것도) 비판적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냥 인간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건축은 다 좋습니다. 낡으면 사연이 있어 보여서 좋고, 새롭고 멋지면 잘나 보여서 좋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 중에서도 굳이 구별하자면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건물이 좋습니다.

-어느 글에서 "열려 있는 건물이 좋다"고 했더군요. 잘 구현한 건물을 사례로 들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공공시설이고 출구가 여러 곳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통제한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습니다. 동선에 약간의 혼란이 있지만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한 작은 불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면의 주거지역으로 작은 출구가 더 생겨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열려 있는 공간에서는 사람들의 몸짓도 좀 더 편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조감도

-한칸서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취지는 무엇이고 지금까지 반응은 어떤지요?

하하, 주목받았나요? 저희 회사에 특이하게도 국문과 출신이 한 분 있습니다. 설계직은 아니고 저희가 ‘큐레이터’라고 부르는 분입니다. 서로 책 이야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책을 큐레이팅 해보면?'하고 시작한 일입니다. 저희 회사가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사람들이 서점의 존재를 잘 모릅니다. 책이 안 팔리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만, 그래도 큐레이팅 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그러다가 책이 임자를 찾아가면 참 경이롭지요.

-김수근 전기를 비롯해 책도 쓰고 글도 꾸준히 써오셨습니다. 건축가들 중에 뛰어난 저자들이 국내에도 많습니다. 건축과 글쓰기에 어떤 관계가 있나요?

아주 다른 일입니다. 건축은 혼자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여러 명이 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상보적이라 좋습니다. 회사에서 여러 사람과 설계 프로젝트를 하다가 혼자서 글 쓰는 시간이 돌아오면 마치 두 개의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전에도 글을 많이 썼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생긴 것은 최근입니다.

건축가들이 글을 많이 쓰는 것은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당하신 말씀’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저 자신 경계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생각과 느낌에 솔직하고 충실한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정체성이 생긴 것은 최근이라고 썼더군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작년에 '무지개떡 건축'을 쓰면서 갖게 된 생각입니다. 이전까지는 건축가로서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글 쓰는 일이 굳이 건축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건축에 대한 글을 주로 쓰고 있지만 마음가짐에는 변화가 있습니다. 일종의 욕심일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글쓰기를 중단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평소 책은 어떤 방식으로 보세요?

일단 형식 불문, 내용 불문 무작위로 넓게 읽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매력적인 주제를 만나면 그 계통으로 한동안 집중해서 읽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반되는 견해도 가급적 접해보려고 합니다. 쉽게 선동이 가능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겠지요.

직업상 저에게는 문자 못지않게 시각의 세계도 중요합니다. 사고 체계가 오직 문자의 세계로만 구축되어 있는 듯한 분을 만나면 좀 힘듭니다. 대상이 문자건 아니건 주어진 사물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나름의 독서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픽션보다는 논픽션, 특히 전쟁사와 관련된 책들을 좋아합니다. 큰 틀의 상황 전개에 개인들의 입장이 들어가고 거기에 각종 객관적인 내용이 더해지면 최고입니다. 앤드루 새먼(Andrew Salmon)이라는 영국 기자이며 작가가 있는데 한국전쟁에 대한 아주 좋은 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습니다. 마침 한국에 주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 만날 일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은 이전에 비해서 순수문학도 좀 더 자주 접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화제의 문예지인 미스테리아, 릿터, 악스트 등을 한꺼번에 사서 읽었습니다. 김남일의 ‘천재토끼 차상문’,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굳빠이 이상’, 등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빼놓지 않고 보는 작가의 책이 있다면?

문헌학자의 입장에서 전쟁 관련 책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 김시덕 교수의 책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통속작가로는 법률 소설 작가인 존 그리샴 또한 거의 다 읽었습니다.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은요?(신구간 국내외서 불문)

국내 서적으로는 카프 작가인 김남천의 '경영', 그리고 그 후편인 '맥'을 읽은 것이 기억납니다.

-그 책을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위에서도 썼듯이 제가 최근에 무지개떡 건축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하위 개념인 상가아파트의 역사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 최초의 아파트 소설이 있다고 들어서 구해 읽었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지만 식민통치에 대한 고뇌 같은 것은 안 나옵니다. 심지어 일본인도 전혀 안 나옵니다.

충정로에 있는 야마토 아파트라는 곳이 배경인데, 마치 식민지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특수 계층 조선인들의 유람선 같은 느낌입니다. 이념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삶과 유리된 유한 식자 계층의 관념론 같은 것이어서, 카프 문학이 원래 이런가 하고 갸우뚱하며 읽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임화에게 비판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를 여러 번,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그가 한국어를 능숙하면서도 가혹하게 다루는 방식이 건축가가 재료의 통속적인 물성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느낍니다. 일부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작위의 세계’의 경우 문장의 성격상 번역 자체가 가능할 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사람들이 알면 깜짝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2차 대전 당시 미군 폭격기인 B-17과 나사의 우주왕복선 운항 매뉴얼이 있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에 군사 및 우주개발 문화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지극히 건조한 문체가 주는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 이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글쓰기를 한 사람은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즈일 것입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내렸을 때 혼자서 달 궤도를 묵묵히 돈 사람입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가장 외로웠을 사람’이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담아 ‘Carrying the Fire’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는 미공군과 나사(NASA)의 언어적 습관의 차이에 대한 대목도 있습니다. 문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스미소니안의 부관장도 지내는 등 활동이 다양했던 사람입니다.

-지금 집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책은?

지금 신문 연재중인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가 연말에 끝납니다. 단행본 형식으로 다시 정리해서 2017년 초반에 출판할 계획입니다. 사진과 도면 등을 풍성하게 넣어서 읽고 보는 책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건축 설계 외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답사를 좋아합니다. 특히 자연과 역사가 결합되어 있는 곳들을 찾아 가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아마 본격적으로는 은퇴 이후에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전적지 답사가 백미입니다.

특히 한반도는 전쟁을 빈번히 겪었고 한 자리에서 여러 번 전투가 벌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마침 주변에 군사 관련 분야에 계신 분들이 많아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좀 조직적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마도 지리학적 관점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서 장기적인 계획으로 그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하름 데 블레이의 ‘왜 지금 지리학인가?’와 한광야의 ‘도시에 서다’등이 기억에 남는 책들입니다. 사실 제가 하고 있는 분야와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사회를 바꿔놓을 거라고 합니다. 건축과 주거, 우리 삶에 대한 선생님의 전망은 어떤가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에게 편리함이나 쾌적함을 제공하는 수단들이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물리적으로는 크기가 줄어들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건축의 공간이나 구조, 형태가 다시 기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기술이라는 도전에 대한 건축의 응전이었던 근대 건축의 기능주의가 과학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오히려 해체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본래 기술과 예술의 연원은 같다고도 합니다. 앞에서 건축이 예술인지도 논란거리라고 하셨습니다만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인간 건축가는 예술 쪽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건가요?

나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림 그리고 싶은 나의 욕구를 억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싶으면 그리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간과 기계를 경쟁 구도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인간이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술이건 기술이건 인간의 역할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기능과 판단 이전에 욕구가 있는 존재인데 이것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요? 이유는?

저와 한칸서점을 같이 하는 홍수영씨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옥인동에서 '서울 오감도'라는 아주 작은 서점을 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문학, 그리고 책에 대한 생각이 누구보다 각별한 사람입니다. 최근에 많이 아팠는데 이런 기회를 가지면 다시 삶의 용기도 얻을 것 같습니다.


오리진이 고전 강독회를 엽니다.


사피엔스의 시작: 호머의 <오디세이아>


-강사: 이태수 서울대 명예교수

-텍스트: 천병희 역 <오뒷세이아> (국내 유일 희랍어 원전 완역본)

-장소: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 10층 컨퍼런스룸

-일정: 11월 15일부터 5주간 (11월 15일/22일/29일/12월6일/13일)

매 화요일 (마지막 13일만 월요일) 저녁 7시-8시 40분

-수강료: 총 5회 10만원

-정원: 30명


강좌 개요: 서양 불멸의 고전인 호머의 <오디세이아>를 국내 서양고전학의 태두인 이태수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강독하고 해설, 문답의 시간을 갖습니다.

서양 문학사의 개막을 알린 첫 작품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흔히 영웅서사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태수 교수는 호메로스의 작품은 영웅의 한계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며 특히 오뒷세이아의 주역 오디세우스는 '반(反)영웅'의 전형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유명한 귀향 여정이야말로 스스로를 영웅과는 거리가 먼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으로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합니다. 나아가 오늘날 인간이 사피엔스로서 이룩했다고 자부하는 문명의 요체도 오디세우스의 이런 자기 이해에 근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디세이아>를 읽어가면서 우리는 먼 옛날 움트기 시작됐던 문명의 예감을 어떻게 생생하게 형상화하고 있는지 천착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자화상을 깊이 감식해보려는 성찰적 노력이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신청 방법: journey.jeon@gmail.com으로 이메일 신청하면 개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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