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김연수, 미녀 이야기에 빠져들다

조회수 2016. 2. 9. 2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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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를 북클럽 오리진이 시작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첫 손님으로 '소설 쓰는 사람' 김연수 작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끊임없이 읽고 공부하는 작가로 소문난 그는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요.

# 오늘의 독서 레시피

김연수 작가를 수배해본 결과, 일본에 가 있었습니다. 나가사키 대학에서 연수 중이라는군요. 뭘 연수하고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 첫 주자로 그를 떠올린 것은 (물론 그의 높은 지명도도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 지금 그의 손에는 무슨 책이 들려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서였습니다. 그는 성실한 소설가로도 인정받은 사람이지만,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다독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코너를 다독가들이 독서 편력을 자랑하거나 지적 허세를 과시하는 공간으로 내줄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의 누구라도 늘상 무슨 책인가를 가까이에 두고 읽고 이야기하는 생활 문화, 혹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는 게 북클럽 오리진의 소망입니다.

앞으로 이곳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책 취향이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언제 어느 누군가에 의해 여러분에게도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질문이 날아들지 모릅니다. 답할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

김연수 작가는 멀리 일본에 있는 관계로 이메일로 질문을 했습니다. 잠시 후 답이 왔습니다. 그가 읽고 있는 작품은 다소 뜻밖에도, 일본 작가 모리 오가이(森 鷗外, 1862-1922)의 장편소설 '기러기'라고 했습니다. 혹시 아시는 책인가요?
이 책에 빠져들었다는 김연수 작가의 감상은 어떨까요. 이메일로 보내온 짧은 글을 전합니다.
일본에 온 김에, 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으나 곧 도쿄 무엔자카에 사는 사연 많은 미녀 오타마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살아온 이 여자는 과연 사랑의 힘으로 인습의 그물을 찢을 수 있을까? 그러다가 돌연 기러기를 향해 돌을 던지는 장면에 이르렀습니다. 그 기러기는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인데, 벌써 무엔자카도, 미녀도 다 사라졌는데, 기러기 한 마리는 아직도 둥둥 제 마음속에 떠다닙니다.
책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을 덧붙여 볼까요.

'기러기'는 일본 근대문학의 선구 작가 모리 오가이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오가이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의 두 거봉으로 꼽히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소세키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까지 많이 소개되지 않은 감이 있습니다. 소세키가 전업작가여서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데 반해, 오가이는 직업 군의관 생활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작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도 오가이는 작품의 분량과 상관 없이 소설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일본 근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김 작가가 빠져든 기러기는 기본적으로 러브 스토리입니다. 출판사 서평을 인용하자면, 놀라운 흡인력과 함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해학적인 필치로 그려지는데, 특히 여주인공 오다마의 성적 심리 묘사가 자극적이면서도 놀랍다는군요.
기러기 도입부
저로서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지 않는지 알 수 없지만요.

어쨌든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나가사키에 도착한 다음날, 기숙사에서 막막한 마음에 찍은 사진입니다.
출처: 김연수 작가 촬영
나가사키 기숙사 도착 직후 막막함을 담아
김연수 작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그는 최근에 출간한 산문집 '소설가의 일'에서 글쓰기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거의 매일 글을 썼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지난 8년 사이에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사람이 돼갔다는 점이다.
또 자신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글을 모은 책 '청춘의 문장들' 출간 10년을 맞아 펴낸 '청춘의 문장들+'에서는 책 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모든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요.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해지죠.
그러면 김연수 작가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한 분'으로 추천한 사람은 누굴까요.
제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한 분은 철학공부하시는 이종영 선생이라는 분이십니다.

가장 최근에는 '영혼의 슬픔'이라는 책을 펴내셨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신 분은 아니지만.
'영혼의 슬픔'의 저자 이종영씨는 과연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요...

다음 순서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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