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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북] 유발 하라리의 책읽기와 글쓰기

조회수 2017. 5. 19. 2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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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진 일상 중에도 하루 2시간 위파사나 명상 잊지 않아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북클럽 오리진의 [미니북]은 손바닥 안의 책 한 권입니다. 화제의 저자 인터뷰를 비롯한 긴 호흡의 글을 전합니다.


오늘은 <사피엔스>에 이어 후속편인 <호모 데우스>를 출간한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학교 역사학 교수 인터뷰입니다.


인류 역사에 대한 거대 서사와 대담한 해석으로 일약 세계적 저자로 부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또 한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으로 계기로 이메일을 보내봤습니다. 이번에는 신간 소식 외에도 그의 글쓰기와 책 읽기, 명상 같은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폭넓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책 <사피엔스>에 이어 두 번째 책인 <호모 데우스> 영문판이 출간됐을 때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두 책이 이 정도로 성공을 거둔 것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모든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고 빠져들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이제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 격상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이 그러합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신적인 능력이라고 여겨왔던 능력을 우리가 얻어가고 있는 겁니다. 특히 생명을 설계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그렇습니다.

성서에서 신이 동식물과 인간을 자신의 뜻에 따라 창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 우리는 아마 동식물은 물론 인간까지 우리의 바람대로 설계하고 만드는 법을 알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유전공학을 활용해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 낼 것이고; 두뇌-컴퓨터 간 직접적인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사이보그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유기체와 비유기체를 부분적으로 결합한 존재는 물론 완전히 비유기체로만 된 존재를 만드는 데도 성공할지 모릅니다.

21세기 경제의 주요 생산품은 직물이나 자동차나 무기가 아니라 신체와 두뇌와 정신(mind)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막대한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난 역사와 현재 21세기에 직면한 선택지 모두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두 책에서 시도했던 것입니다. <사피엔스>는 석기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지내온 역사를 축약했던 겁니다. 그 책에서는 우리가 보잘것없는 유인원에서 지구상의 지배적인 존재로 바뀌어 온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어떻게 해서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 왔는지; 자본주의는 어떻게 전 세계에 확산됐는지; 지금의 인류는 석기 시대보다 과연 더 행복한지 등에 대해 관한 질문에 답하려고 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도 번역된 <호모 데우스>에서는 21세기 인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기술과 정치, 사회, 종교 들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빅데이터와 결합한 알고리즘이 우리의 욕구와 선호를 우리보다 더 잘 파악할 때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하는 업무가 점점 더 늘어난다면, 인공지능이 택시기사나 의사, 교사, 경찰관 들을 대체할 수 있다면 고용 시장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쓸모가 없어지는 수십억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독교와 이슬람교 같은 종교들은 유전공학을 통해 초인류(트랜스휴먼)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 것과 장차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실리콘밸리는 신기술과 기기 이상으로 새로운 종교(세계관)를 만들어내게 되지는 않을 것인가?

-저자로서 일찍 크게 성공한 셈인데요, 그 후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저의 성공에 대해서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런 책을 연구하고 쓰기 위해서 대단히 열심히 노력한 후에, 그 결과물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안 좋은 면도 있습니다. 이전보다 (자유)시간이 훨씬 줄었고, 해야 할 일은 훨씬 더 늘었습니다.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거의 매일같이 인터뷰를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예전에 비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켜야만 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제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고, 아무도 제게 어떤 것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인터뷰와 강연과 프로젝트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95%는 거절을 해야만 합니다.

-두 책 다 인류의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쉽게 읽힙니다. 글쓰기 비결이 뭔가요? 나름의 어떤 훈련을 거쳤나요?

책을 쓸 때 대학 교수들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탐구욕 있는 익명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종종 저의 독자를 지적인(intelligent) 10대로 상상합니다.

가령, 자본주의 경제나 뇌과학 같은 어떤 복잡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마다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17세 청소년이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제가 쓴 글이 자본주의를 17세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아마 저 자신이 그 주제를 충분히 잘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대학교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저 자신을 훈련합니다. 수업 시간에 제가 자본주의 같은 것을 설명하는데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가 생각을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기후 변화'에 관해 뭔가를 이야기하는데 학생들이 지루해 한다면 저는 그 문제가 우리 삶에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겁니다. 만약 '남녀의 젠더(gender) 관계'에 대해 뭔가를 설명하니까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키우는 게 좋을 겁니다.

-최근에 FT에 기고한 칼럼에서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명 선언문을 비판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글을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알고리즘에 의해 우리의 삶이 조직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시나요?

페북의 미래 비전을 비판한 FT 칼럼

그렇습니다. 저는 알고리즘이 우리 삶에 미치게 될 영향에 관해 대단히 우려합니다. 충분한 규모의 데이터와 충분한 능력의 컴퓨팅 능력이 합쳐지면서 기업과 정부는 곧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삶을 좌우할) 권위는 나로부터 알고리즘으로 옮겨가게 될 겁니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내 욕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의 결정을 예측하게 되고 심지어 나를 대신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될 겁니다. 예컨데,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쳐볼까요. 이것은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입니다.

문제는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실제로는 모른다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아주 잘 알지도 못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로스쿨을 택하는 것은 변호사 일이 실제로는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혹은 자신의 잠재능력에 대해 아주 잘못된 관점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심지어 자신의 재능이나 기질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릴 적부터 꿈을 실현하겠다며 전문 댄싱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에서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20년 안에 우리는 구글이나 텐센트에게 우리 자신을 대신해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할 겁니다.

구글과 텐센트는 하루 24시간 우리를 추적할 겁니다. 우리의 모든 이메일을 읽을 뿐 아니라 우리가 구입하는 것도 다 모니터할 겁니다. 심지어 바이오메트릭 센서를 사용하면 우리 몸과 두뇌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도 실시간 추적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긴장했을 때는 혈압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일을 실패했을 때는 두뇌의 어떤 영역 뇌파 신호가 밝아지는지도 다 알 겁니다.
반면에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잊고 삽니다. 그 결과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 아주 부정확한 인상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구글과 텐센트는 내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무서울 정도의 정확성으로 우리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로스쿨이나 발레 학교에 가는 것이 시간 낭비일 거라고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차라리 좋은 심리학자나 교사가 되는 게 나을 거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논리를 확장해가다 보면 결국에는 구글과 텐센트가 심지어 나의 이상적인 결혼 상대까지 정해 줄지도 모르고, 이번 선거에서 누가 내 정견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인지 결정해 줄지도 모릅니다. 알고리즘은 이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만큼 엄청난 위험을 갖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너무나 잘 알게 됨에 따라, 독재 정부는 자국 시민들에 대해 절대적인 통제력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나치 독일보다 더한 힘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런 독재에 대해서는 저항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사람들은 알고리즘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억압과 차별의 희생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점점 더 많은 은행과 기업, 기관들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우리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우리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사람보다는 알고리즘이 신청서를 처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고리즘은 한 고객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와, 그와 다른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통계치를 처리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대출을 줘도 될 정도로 믿을 만한 사람인지 판단합니다. 그런 일은 알고리즘이 은행직원보다 더 잘할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어떤 사람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더라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은행은 대출 거부 사유를 알고리즘에 돌리겠지만, 알고리즘의 거부 사유에 대해서는 은행도 모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단지 앞선 기계학습에 기초해서 판정을 내릴 따름입니다.

과거 사람들은 여성, 게이, 흑인이라는 특정 집단 전체를 차별했고, 여성과 게이, 흑인은 이런 차별에 대항해 조직화하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알고리즘이 누구를 차별할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왜 그런지조차 알 수 없을 겁니다.

알고리즘은 아마 당사자의 유전자나 개인 이력에서 본인은 인식 못하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차별하는 것은 여성이거나 게이,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에게는 알고리즘이 좋아하지 않는 어떤 무엇이 있지만 정작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설사 당신이 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것에 맞서 항의를 조직화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21세기에는 20세기에 횡행했던 특정 집단의 차별 대신 특정 개인의 차별이라는 문제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가졌던 근원적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매달린 끝에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의 정신(mind)과 의식(consciousness)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두뇌를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이해하는 데는 진전 폭이 아주 작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두뇌와 정신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다른 것입니다.

두뇌는 뉴런과 시놉시스로 된 물질적인 네트워크입니다. 반면에 정신은 고통과 기쁨, 분노, 사랑 같은 주관적 경험의 흐름입니다. 과학은 두뇌가 어떤 식으로든 정신을 만들어낸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이 어떤 식으로든 고통과 사랑 같은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가정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는 두뇌에서 정신이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어떤 때는 수십억 뉴런이 특정 패턴으로 전기 신호를 내보낼 때 내가 고통을 느끼고, 또 다른 패턴으로 신호를 내보낼 때는 사랑을 느끼는 걸까. 여기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생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현재 가장 큰 빈틈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위험한 빈틈이기도 합니다. 과거 수세기 동안 우리는 바깥 세계에 대한 통제력을 얻어왔습니다. 전 지구를 재편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나빠졌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구 생태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가 부주의하게 전 생태계를 교란시켰기 때문입니다.

오는 세기에 우리는 우리의 내부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몸과 두뇌를 재편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우리를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더 나빠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신의 복잡성을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부주의하게도 우리의 모든 정신 시스템을 전복시키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술 이외에 각종 기고와 강연 활동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일상 생활은 어떤가요? 규칙적인 리추얼 같은 게 있나요?

집에 있을 때는 보통 매일 비슷한 일과로 시간을 보냅니다. 일어나면 한 시간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약 6-7시간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합니다.

그 다음 요가를 하고, 다음 한 시간 정도 개를 데리고 인근 숲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어쩌면 개는 핑계일 뿐이고 제가 컴퓨터와 이메일에서 벗어나 수목과 동식물을 좀 볼 시간을 갖기 위한 것입니다.) 그 후 또 한 시간 동안 좌정해서 명상을 합니다. 그 후엔 가끔 남편과 같이 친구들을 만나거나 영화를 봅니다. 그 다음 잠자리에 듭니다.

*하라리는 커밍아웃한 게이이며 남편과 함께 산다. 남편은 하라리의 일정과 대외 업무를 관리하는 매니저이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명상은 제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일 두 시간 명상을 할 뿐 아니라, 매년 30일에서 60일 사이 긴 명상 휴식을 위해 떠납니다. 저의 연례 휴가입니다.

저는 위파사나(Vipassana) 명상을 수행합니다. 고엔카(S. N. Goenka)라는 교사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위파사나에는 복잡한 철학이나 어떤 신비한 이론이 없습니다. 유일한 지침은 실체(reality)를 있는 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내 정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합니다.

*사트야 나라얀 고엔카(1924-2013)는 버마 태생의 인도인으로 위파사나(vipassanā) 전문가이다. 1969년 인도로 가서 명상 교육을 시작했고 여러 나라에 알려졌다.
위파사나를 통해 내 정신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정신은 몸의 감각들과 끊임없는 접촉 상태에 있습니다. 매 순간 우리는 몸 안의 어떤 감각을 체험하고 정신은 그것에 반응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서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에 대해, 혹은 어릴 적 기억에 대해 반응한다고 생각할 때도 실제로는 지금 여기 현전하는 어떤 몸의 감각에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위파사나를 통해 몸의 감각들과 그것에 대한 정신의 반응을 질서 있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관찰하는 법을 훈련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가장 깊은 정신적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명상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었던 것들이 어떤 기술의 도구보다도 훨씬 더 흥미로웠습니다. 명상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체에 더 가까이 접촉하는 것입니다.

고엔카와 위파사나에 대해서는 한국어로도 설명이 나와 있는 곳이 있습니다. 더 알고 싶으면 그것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

위파사나 명상센터 홈페이지

하루에 최소 2시간 저는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관찰합니다. 나머지 22시간은 이메일이나 트위터, 웃기는 고양이 동영상 같은 것들에 압도됩니다.

제가 명상으로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고통의 깊은 원천은 우리 자신의 정신의 패턴들에 있다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는데 그것이 일어나지 않으면 정신은 고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반응합니다. 그러니까 고통은 바깥 세계에 있는 객관적인 조건이 아니라 정신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인 셈입니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요?

Tim Wu, The Attention Merchants (2016)
팀 우, <마스터 스위치>

출판 시대부터 라디오, 구글, 페이스북 시대에 이르기까지 정보기술의 역사에 관한 통찰이 가득한 책입니다. 인터넷의 긍정적, 부정적 잠재력을 이해하려는 사람은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Ioan Grillo, Gangster Warlords: Drug Dollars, Killing Fields, and the New Politics of Latin America (2016)

중남미의 새로운 범죄 전쟁에 관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정치와 경제 심지어 종교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통념을 흔들어 놓습니다. 어떻게 범죄성이 전쟁으로 변이되는지, 어떻게 마약 카르텔이 다국적 기업으로 바뀌어 가는지, 어떻게 갱스터들이 정치인이 되고 심지어 종교적 선지자로 변이돼 가는지 이야기합니다.

Cathy O’Neil, Weapons of Math Destruction: How Big Data Increases Inequality and Threatens Democracy (2016)

이 책도 흥미진진하면서 고정관념을 깊이 흔드는 책입니다. 사회적 권위가 어떻게 인간으로부터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이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앞으로 알고리즘이 개인에게 대출을 줄 것인지, 일자리를 줄 것인지, 감옥에 가둘지조차 결정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과학적인 객관성을 약속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의 내장된 바이어스가 있습니다. 이것이 종종 오랜 인간의 선입견보다 더 큰 해악을 종종 유발한다고 경고합니다.

Joby Warrick, Black Flags: The Rise of ISIS (2015)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들 때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서구 사회가 가진 공포와 편견에 맞장구치는 센세이셔널한 가벼운 책일까봐 걱정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읽고 보니 중동 현실에 대한 진실된 느낌을 갖고 쓴 깊고 아주 균형잡힌, 생각을 자극하는 설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Serhii Plokhy, The Last Empire: The Final Days of the Soviet Union (2015)

1980년대 후반에 공산주의 진영의 붕괴가 불가피해 보였지만 옛 러시아 제국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스릴러물처럼 쓰인 이 책은 어떻게 1991년 그 몇 달 사이에 우연한 사건들과 별난 인물들이 겹쳐지면서 수 세대에 걸쳐 러시아 차르와 소련 당기관원들이 구축하고 유지해온 제국의 해체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시기와 상관 없이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고전이라고 생각하는 책이 있다면요?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21세기를 가장 잘 예언한 책입니다. 히틀러와 스탈린 시대에 쓰였는데도 소비주의와 생명공학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렸습니다. 이 세계에서 지배적인 가치는 행복입니다. 오늘날 다수는 이것을 쉽게 유토피아로 착각합니다.
프란스 드 발, <침팬지 폴리틱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3년에 걸쳐 침팬지 무리 안에서 일어난 진짜 정치적인 투쟁을 이야기합니다. 침팬지와 호모 사피엔스 둘 다에 대한 저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읽은 과학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책일 겁니다. '모든 종의 정치인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빅 퀘스천과 답을 담은 책입니다. 저를 중세 전쟁을 연구하던 학자에서 인류학도로 바꿔놓은 책입니다.
찰스 테일러, <자아의 원천들>

서구 문명에 관해서 읽은 책들 중에 가장 통찰력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구인들이 자신과 세계를 보는 방법에 관해 썼습니다. 유의할 점은 대단히 밀도가 높은 책이라는 겁니다.
William Hart, 내용을 읽고 그치기보다 실천을 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의 가르침을 실행하면서 제 삶이 깊게 변했습니다. 말의 힘과 한계 둘 다를 보여줍니다. 말은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에는 행동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한국어 번역본이 곧 출간될 것으로 압니다.)

-책이 나오면 꼭 보는 저자가 있나요?

앞에서 이야기한 팀 우, 프란스 드 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신간은 모두 읽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방황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만약 지금 20대로 돌아간다면 뭘 하거나 배우겠습니까?

2040년 고용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지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일자리들이 2040년이면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를 어떤 새로운 일들이 대신할지(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학생들이 학교나 대학에서 지금 배우는 것들의 대부분은 40세가 됐을 때는 현실적인 관련성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신에 뭘 가르쳐야 할까요? 제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개인의 회복탄력성과 감성 지능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삶은 두 개 주요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학습하는 기간과 그 뒤에 이어지는 일하는 기간입니다.

인생의 첫 부분 동안에는 자신의 안정적인 정체성을 구축하고 개인적인 직업적인 기술(skill)을 체득했습니다. 두 번째 기간 동안에는 그렇게 확립된 정체성과 기술들에 의지해 세상을 항해하고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공헌했습니다.

2040년이 되면 이런 전통적인 모델은 낡은 것이 될 겁니다. 인간이 이 사회의 게임에서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평생 학습을 지속하고, 반복해서 자신을 재발명하는 것입니다.

2040년의 세계는 지금과 아주 다를 겁니다. 숨가쁜(hectic) 세계가 될 겁니다. 변화의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속해서 학습하고 반복해서 자신을 재발명하는 능력이 필요할 겁니다. 심지어 60세에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일정 나이가 지나면 변화를 싫어합니다. 보통 16세가 되면 좋든 싫든 자신의 모든 것이 한 차례 바뀌게 됩니다. 몸도 바뀌고 있고 정신도 바뀌고 있고 관계도 바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화 상태(in flux)에 있게 되지요. 자신을 발명하느라 분주합니다.

40세가 됐을 때는 더 이상 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정을 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안정적인 정체성, 어떤 안정적인 일, 어떤 안정적인 세계관에 집착하려 하면 뒤처지게 될 겁니다.

그런 당신을 지나쳐서 세계는 계속해서 질주할 겁니다. 이 끝없는 폭풍을 지나 항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단히 회복탄력적이어야 하고 감정적으로 균형 잡혀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런 감성 지능과 회복탄력성은 가르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 것으로만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교육 모델은 19세기 산업혁명기에 고안된 것입니다. 이제 파산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고 대체할 만한 것을 지금까지 우리는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지금 성인(어른)들을 너무 많이 믿지 말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성인들을 믿는 것이 안전한 방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아주 잘 알았고 세상도 천천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를 겁니다. 지금 성인이 이미 경제와 정치, 관계에 대해 무엇을 배웠든지 간에 얼마든지 시대에 뒤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기술도 너무 많이 믿지 말기 바랍니다. 기술이 당신을 봉사하게 해야지 당신이 그것에 봉사하는 식으로 만들지는 마세요.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느 순간 기술이 당신의 목표를 지시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당신을 기술이 제시하는 의제의 노예로 만들고 말 겁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잘 알려고 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말은 책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조언이기도 합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 말입니다.

이 오래된 조언이 바로 지금 21세기에서만큼 다급하게 요청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여러분은 '자신을 알라'는 그 질문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쟁자를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정부가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에 의지해 당신을 점점 더 잘 알아가고 있습니다. 구글이 당신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결국 당신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습니다. (인생)게임에서 계속해서 머물러 있고 싶다면 구글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새 책을 읽게 될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라면?

21세기 기술의 약속과 위험이 한반도에서처럼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남북한의) 한국인들은 같은 기술을 다르게 사용한 결과 서로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들어냈습니다.

남쪽은 이제 활기찬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됐고, 북쪽은 가난하고 혹독한 독재국가입니다. 둘의 차이는 너무나 커서 지구 밖 우주에서도 눈에 띌 정도입니다. 밤의 한반도를 보여주는 유명한 위성 사진에서 남한은 빛의 바다로 보인 반면 북한은 어둠에 묻혔 있었습니다.

이토록 완전히 딴판인 두 사회가 만나는 지점이 세계에서는 가장 폭발력이 큰 화력이 집결한 곳이기도 합니다. 핵전쟁의 벼랑 끝에서 비틀대는 한반도는 우리에게 기술의 힘이 우리 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인류는 원자력 에너지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사용해 천국 아니면 지옥을 건설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현명한 선택이 주는 혜택은 말할 수 없이 클 겁니다. 반면 어리석은 결정들의 대가는 인류 자체의 종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각자의 현명한 선택들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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