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인가

조회수 2016. 8. 11. 20: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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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 주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주요 신간들을 일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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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요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책과 리뷰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리뷰 내용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일별하는 시간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지난주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가 여러 신문 서평면에 크게 소개됐습니다. 지금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의 일과 삶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겠지요.


땅을 부동산이라는 재화로 볼 것인가, 삶의 터전이라는 문화적 가치로 볼 것인가라는 철학적 입장 충돌 이면에는, 현실적으로 개발에 따른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눈길을 끈 것은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책 세 권이 나란히 출간된 점입니다. 하나는 국내 중국 고대사 연구자가 우리 주류 역사학에 대해 쏟아놓은 쓴소리를 담은 책, 또 하나는 중국의 인문학자가 중국인에 대해 각성을 촉구한 책, 다른 하나는 한국을 잘 안다는 일본 외교관이 한국인의 '좁은 안목'을 지적한 책입니다.


셋 다 세상과 역사, 혹은 자기 자신을 보는 눈을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우물 안 개구리'를 논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생물학적으로만 보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돼있다지요. 남의 이야기는 애써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판과 극복은 그 다음의 일이겠지요.


70-80년대 대학가에 널리 읽혔던 이반 일리치가 책읽기에 대해 쓴 책이 번역돼 나왔습니다. 인터넷 시대 초입에 중세의 전통적 독서법을 논한 책인데 디지털화가 더 깊어진 지금 음미해볼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밖의 논픽션으로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 제 3탄인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 뇌과학의 역사를 재미있게 엮은 '뇌과학자들', 탐험가 남영호의 사막 횡단기가 돋보입니다.


문학 책으로는 위안부 할머니의 기구한 삶을 그린 김숨의 장편소설 '한 명'과 20세기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미스터리 단편을 골라 묶은 '헤밍웨이 죽이기'가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요즘 많이 쓰이는 신조어 중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있습니다. '젠트리(gentry,상류층)'에서 파생된 말로 '낙후된 지역을 고급화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임대료가 싼 변두리 지역이 개발되고 사람이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원주민이나 초기 정착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요즘 서울 곳곳이 그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책은 문화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등 8명의 국내 연구진이 그 현장을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 동안 현장연구한 결과물입니다.


대상은 서촌,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 등 8곳입니다.


연구진은 승자와 패자, 건물주와 세입자, 들어온 자와 내쫓긴 자 간의 갈등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네 토박이부터 세입자, 건물주, 구청직원, 자영업자, 노동자, 문화예술인, 건축가, 마을활동가, 부동산 중개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계자들을 심층면접했습니다.


이들 모두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안정감의 상실, 두려움과 혼란, 불안, 무력감, 허무주의 등 감정적 괴로움을 호소합니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도 장소가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그리고 정책적 개입이 먼저인지, 주민의 자생적 노력이 먼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부제가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병폐인 부의 집중이 얼마나 심각하고 어디에서 비롯하며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논한 책입니다.


저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 UC 버클리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파 정치경제학자입니다.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 《로버트 라이시의 1 대 99를 넘어》 등의 저서를 통해 줄기차게 오늘날 자본주의의 환부인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왔습니다.


이 책에서도 현재 전세계에 걸쳐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경제 내셔널리즘’의 근본원인이 부의 집중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80년 동안 중산층의 직업 안정성이 줄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하는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와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무엇을 예고하는지,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선택 사항이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맞설 대항적인 힘을 갖추어야 부의 불평등과 기회 축소를 향해 기우는 사회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올해 미국 대선 기간에 맞춰 이 책을 출간한 저자는 전국을 돌면서 '정치 혁명'의 기수 버니 샌더스 후보의 지지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원제는 Saving Capitalism: For the Many, Not the Few입니다. 2015년 9월 출간됐습니다.

대기업의 CEO와 월스트리트의 일류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기 급여를 효과적으로 설정하고,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장 규칙을 바꿔가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다. 그러는 사이에 일반 근로자의 급여는 앞서 설명했듯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갖춘 대항적 세력이 사라졌으므로 전혀 오르지 않는다. 근로 빈곤층과 비근로 부유층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소득과 노력은 더 이상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본주의를 구하라' 중에서

여러가지 점에서 흥미를 끄는 국내 역사학자의 책입니다.


우선, 국내에선 드문 중국 고대사 전문가가 한국사 연구에 대해 관전 소감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고대 중국을 전공한 학자의 색다른 시각이 담겼습니다. 이래저래 주류에서 벗어난 소수자의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한 글이 주목받으면서 책으로까지 묶여 나왔습니다.


저자 심재훈 교수는 1998년 시카고대학 동아시아언어문명학과에서 중국 서주사(西周史)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단국대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남다른 연구 역정을 소개하고, 한국의 동아시아학, 중국 고대 문명의 속살, 한국 상고사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쏟아냈습니다. 한민족 중심주의가 초래한 '우물 안 개구리'식 역사관이 지금껏 지속되는 것이 안타까워 그런 인식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보려고 책을 썼다는군요.


우선 한국 전근대 이해에 필수적인 고대 중국 연구의 소홀함과 학문적 불균형을 지적합니다. 동아시아 세계의 토대를 마련한 중국 고대 문명이 중국만의 것일 필요는 없다면서 갑골문과 금문, 죽간 등 출토 문헌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합니다.


또한 우리 역사 인식의 문제점을 짚으며 '정직한 역사'를 위한 단초와 역사가의 진정한 의미를 묻습니다. 20세기 후반 한국인들의 뇌리를 지배한 민족주의가 현재까지 역사학 연구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동북아역사지도 같은 쟁점, 역사 관련 베스트셀러 문제를 거론하고 한국의 세계적 동양학 연구자들도 소개합니다. 주류가 귀담아들어야 할 '비주류 역사가의 넋두리' 같습니다.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나를 매혹시켜 전문연구자의 길에까지 들어서게 한 찬란한 중국 고대 문명이 경탄의 대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상상 이상의 극심한 착취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극소수에 집중된 부와 권력의 이면에서 대다수 민중들이 겪은 고통스런 삶이 그 찬란함의 원동력인 것이다. 내가 빠져든 고대 중국은 당시 최고의 선진 문명으로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학술적 혹은 문화적 대상일 뿐, 결코 찬양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역으로 초라해 보이는 한국 고대로 인해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시야를 더 넓혀 서양 사람들이 그리스나 로마 문명을 큰 거부감 없이 공통의 유산으로 여기는 것처럼, 현재 고고학 자료를 통해 드러나는 찬란한 중국 문명을, 100여 년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따르고자 한 중화라는 보편문명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동아시아 문명의 요람으로 함께 공유하고 즐기며,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이러한 기대가 아직도 사대주의적 사고로만 치부될 것인가?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중에서

이번에는 중국의 인문학자가 중국인을 관찰하고 쓴 진단서입니다.


원제는 中國人的邏辑입니다. 2015년 1월 출간 당시 중국내에서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책입니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까지 낱낱이 들춰내고 꼬집었다’는 비판과, 중국인 자신을 돌아보고 세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줬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는군요.


저자인 스위즈(石毓智)는 싱가포르 국립대 종신교수이자 중화과학기술대 등의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중국 란저우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샌디에고에서 석사, 스탠포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전공 분야가 인지기능과 언어학, 중국어 역사 어법 형태학, 언어와 문학의 관계 등입니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중국인의 특징을 문화, 인류, 역사의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통을 계승해야 할 부분과 달라져야 할 부분을 지적합니다.


다양한 해외 경험 덕분에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국을 관찰하고 진단합니다.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목차를 보면 아주 직설적입니다: 중국인은 왜 음식과 언어로 세상을 볼까? 왜 따라하고 베끼기를 좋아할까? 왜 감성적이고 과학적 사고가 부족할까? 인과관계에 서툴까? 논리적이지 못할까?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할까? 왜 부끄러움을 모를까?  돈과 뇌물을 좋아할까? 왜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걸까? 왜 질서를 안 지킬까? 등등.


중국인에 대해 이야기했다는데 언뜻언뜻 우리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이제 중국인들은 ‘자신이 진짜임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람을 채용할 때도 속을까 걱정되어 여러 가지 방어 시스템을 만들고, 모든 자료는 공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상응하는 공증기관이 없고, 대학에서도 그저 졸업장만 줄 뿐이다. 이 졸업 증서가 진짜라고 설명서를 써주는 곳은 없다. 사기와 기만행위는 이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중국, 엄청나게 가깝지만 놀라울 만큼 낯선' 중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두 나라를 지켜본 일본 외교관의 쓴소리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1958년생)는 이른바 일본의 한국통 외교관입니다. 서울대 외교학과 연수를 거쳐 두 차례 주한일본대사관(1998~2000년 일등서기관, 2011~2014년 공보문화원장)에서, 2007~2009년 베이징에서 주중일본대사관(공사)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주두바이 일본총영사로 있습니다.


이전에 《한국을 모르는 한국인, 일본을 모르는 일본인》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자신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의 '맹점'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합니다.


먼저,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랐지만 국민 정서나 분위기, 즉 ‘공기(空氣)’에 휩쓸리는 경향이 강해 이것이 한국의 발전적 미래에 장애가 될 것이라 지적합니다.


또한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실상조차 정확히 파악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본관의 경우 ‘내셔널리즘에 입각한 지나친 비난’에 치우쳤으며, 외교적 관점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서 ‘역사’란 ‘민족의 스토리’가 아니라면서,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있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자국의 장래를 균형감 있게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감정적으로 발끈할 대목도, 사실 관계의 시비를 따져볼 대목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남은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우리가 보는 남의 실상이 어떤지 알려면 봐야 할 책 같습니다.

한국이 ‘공기’에 휩쓸리지 않고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을 충분히 이해하는가 못하는가의 여부는 한국의 국익과 미래를 좌우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냉정히 말해 일본은 물론 중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발전과 정치 민주화, 국제화의 진행으로 “예전의 한국과는 다르다. 시야가 넓어졌고 균형 감각을 잘 유지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도 덫이다. 착각해선 안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를, 특히 이웃나라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30년 전에 비해 더 편향되고 그럴듯해 보일 뿐인 잘못된 이해가 판을 치고 있다...

한국인의 말과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법률이나 규칙이 아니다. ‘국민 정서’인 ‘공기’와 ‘분위기’이다. 암묵적인 룰 내지는 ‘사람들의 기색’을 살피면서 따라가는 것이다. 분위기에 따르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있지만 요즘의 한국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공기에 따른다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에 따르는’ 것으로 부분적으로나 일시적으로는 합리적인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은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짜 맞추는 행위로, 중장기적으로는 큰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인만 모르는 중국과 일본' 중에서

요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못지 않게 주목받아 마땅한 것은 책 읽기입니다. 콘텐츠 소비라는 말로는 다 환원될 수 없는 무언가가 독서라는 행위에는 있습니다.


이 책은 서양 중세 수도사들의 책읽기에서 그 원형을 찾습니다.


저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는 1970-80년대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 같은 대안적인 사상으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사제 출신의 사상가입니다.


이 책에서는 무미건조한 지식 습득의 용도로 전락한 현대의 독서법을 비판하면서 12세기 수도사들의 온몸으로 읽는 읽기를 소개합니다.


저자가 대안적 읽기의 전범으로 삼는  『디다스칼리콘』은 12세기 대수도원장이자 학자였던 성 빅토르의 후고(Hugues de Saint-Victor)가 1128년경에 쓴 독서법에 관한 책입니다.


‘디다스칼리콘’은 그리스 말로 ‘공부’, ‘학습’이란 뜻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수도사들은 마치 수도원 포도밭에서 딴 포도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듯 글을 한 줄 한 줄 맛보았습니다.


당시의 책은 알파벳 순서에 따른 배치나 장(章) 구별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통으로 암기하는 편이 효과적이었고, 기억력 훈련이 읽기의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군요.


이처럼 온몸으로 읽었던 수사의 독서법은 점차 눈으로 보는 학자의 읽기로 바뀌었고, 수도원 안에서 집단으로 낭독하던 읽기는 개인적인 묵독으로 바뀌었으며, 포도밭으로 떠나는 순례와 같았던 독서는 점점 지식을 획득하는 공부에 가까워졌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1993년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읽는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기된 문제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와 함께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제는 In the Vineyard of the Text: A Commentary to Hugh's Didascalicon입니다. 1993년 11월 출간됐습니다.

읽는 사람이 과시를 목적으로 지식 축적을 추구하지 않고, 노력을 통해 지혜로 나가려 할 때 익혀야 할 습관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 나온 말은 그와 관련하여 후고가 제시한 일반적 성격의 여남은 가지 규칙 중 몇 가지다. 읽는 사람은 모든 관심과 욕망을 지혜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망명자가 된 사람이며, 이런 식으로 지혜는 그가 바라고 기다리던 고향이 된다. /'텍스트의 포도밭' 중에서

일반인의 과학 기술 교양을 위해 사이언스북스와 KAIST 출판부가 기획한 「KAIST 명강」 세 번째 책입니다.


재난 예측에서 온라인 광고까지 활용되는 현대 수학의 다양한 활약상을 설명한 책입니다. 저자는 KAIST 수리과학과의 세 교수입니다.


다양한 산업과 협력 분야를 넓혀가는 계산 수학의 권위자 이창옥 교수, 정보 보호의 핵심 수단인 암호로 대표되는 정보 이론의 권위자 한상근 교수, 장기 이식과 인터넷 광고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수학의 역할을 찾아나가는 그래프 이론의 전문가 엄상일 교수입니다.


현대 수학이 우리가 보았던 교과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성장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김상연 전 《과학동아》 편집장의 사회로 세 강연자가 수학의 미래와 가능성을 논한 정담(鼎談)도 함께 수록했습니다.


요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뇌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방면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런 뇌과학이 지나온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 쓴 책입니다. 저자 샘 킨(Sam Kean)은 과학책을 흥미진진하게 잘 쓰는 작가로 정평이 난 사람입니다.


전작 『사라진 스푼(Disappearing Spoon)』,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The Violinist’s Thumb)』가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세 번째 저술인 이 책도 2014년 5월 출간 당시 숱한 언론과 서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사례와 일화, 뇌과학자들의 활약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광기, 거짓말, 외상, 기억상실, 망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연결해 뇌 전체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원제는 The Tale of the Dueling Neurosurgeons: The History of the Human Brain as Revealed by True Stories of Trauma, Madness, and Recovery입니다.

'뇌과학자들' 저자 샘 킨의 홈페이지


탐험가 남영호 대장의 무동력 사막 횡단기입니다.


저자 남영호(1977년생)는 대학 때 사진학을 전공한 후 산악전문지 기자로 일하다가 서른이 되던 2006년에 230여 일간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시작으로 모험가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뒤 10년 동안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 몽골 고비 사막, 아라비아 엠프티쿼터 사막 등 8개의 거대한 사막을 건넜습니다.


<남영호 대장이 탐험한 사막>

2006 유라시아 대륙 18,000km 횡단 

2009 타클라마칸 사막 450km 종단 

2010 갠지스 강 2,510km 완주 

2011 고비 사막 1,100km 횡단 

2012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1,400km 횡단 

2013 아라비아 엠프티쿼터 사막 1,000km 횡단 

2013 그레이트베이슨 사막 700km 횡단 

2014 깁슨 사막 + 그레이트샌디 사막 1,670km 횡단 

2014 알타이 산맥 + 고비 사막 2,400km 횡단 

2015 치와와 사막 1,200km 종단


교통 수단도 무동력을 고수했습니다. 노를 저어 갠지스 강의 전 구간을 완주하고, 자전거를 타고 중국에서 포르투갈까지 횡단하고, 두 다리로 1,000킬로미터가 넘는 사막들을 건넜다는군요.


그 극한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외로움과 한계를 시험하는 고통을 반복해서 겪으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대자연 속에서야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고, 길 위에서 조금씩 자신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얼마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의 운동화를 소재로 한 'L의 운동화'를 발표한 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이번에는 위안부 문제를 다뤘습니다. 300여 개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들을 토대로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재구성했다는군요.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주인공입니다. 어느 날 TV를 통해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작가는 집필 동기에 대해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아무도 남아 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므로 소설을 통해 그런 점에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싶고, 그것이 문학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20세기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을 골라 묶은 책입니다.


저본으로 삼은 <Masterpieces of Mystery>(1976)는 20세기 미스터리의 대명사였던 엘러리 퀸(사촌지간이었던 두 명의 미국 작가 프레데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의 공동 필명이자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추리 소설 등장인물 이름)이 엮은 앤솔러지입니다. 모두 21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 등 국내 미번역 작품을 포함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작가의 작품 12편을 재선별해 한 권으로 냈습니다.


러디어드 키플링, 아서 밀러, 윌리엄 포크너, 싱클레어 루이스, 맥킨레이 캔터, 버트런드 러셀 등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 작가 12인의 작품이 수록됐습니다.


20세기 순문학으로 세계적 권위의 노벨상이나 퓰리처상까지 받은 작가들도 장르소설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출판사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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