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네트웍스 숨가쁜 자산 사고팔기..빚정리? 신사업?[넘버스]

조회수 2021. 5. 14. 10: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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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AJ네트웍스 홈페이지

물이 반쯤 들어있는 컵이 있습니다.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물이 반이나 차있네’ 혹은 ‘물이 반밖에 없네’ 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단지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거죠. 기업이 처한 상황도 비슷한데요. 계열사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돈이 많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대형 인수·합병 같은 신사업 준비를 하고 있구나’라고 예상할 수도 있죠.


아주그룹에서 2007년 계열 분리된 AJ그룹은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IT 기기·건설장비 대여 업체 AJ네트웍스는 AJ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AJ네트웍스는 보유한 AJ파크 지분 100%를 734억원에 팔았다고 공시했습니다. 2007년 설립된 AJ파크는 주차 업계 2위 회사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AJ파크의 자산은 2024억원입니다. 당기순익은 82억원이죠.


이외에도 AJ네트웍스는 총 5개 계열사를 지난해부터 정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이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신사업을 위한 대형 M&A 등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 혹은 사고 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보려 하는 걸까요. 두 가지 시선으로 AJ그룹을 살펴봤습니다.


급한 불 끄기 위한 헐값 매각


AJ네트웍스가 2020년 이후 공시한 계열사 지분 처분 내역은 총 5건입니다. 5건의 매각으로 벌어들인 돈은 2772억원입니다. 매각 매물 중엔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취득 1년도 안 된 시점에 처분한 계열사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 7일 매각 공시된 AJ파크인데요. AJ네트웍스는 2020년 8월 메디치가 보유한 AJ파크 주식 44.9% 전부를 1주당 매매대금 4만5869원에 사들입니다. 총 취득금액은 673억원이죠.


그런데 1년도 안 된 지난 7일 보유 주식 전부(100%)를 하이파킹에 넘깁니다. 금액은 734억원. 지분 44.9%를 취득하는데 673억원을 썼던 점을 고려하면 헐값에 판매한 거죠. 1주당 매매대금은 2만2423원입니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2020년 이후 처분 및 합병 공시.

매각 전 계열사의 보유 자산을 처리한 흔적도 눈에 띕니다. AJ네트웍스는 AJ토탈 보유 지분 100%를 1275억원에 처분했는데요. AJ토탈은 매각 결정 전 보유한 일부 자산을 처리했습니다. 기타수익 항목을 보면 매각예정자산처분이익이 있는데요. AJ토탈의 지난해 매각예정자산처분이익은 123억원에 달합니다. 해당 이익은 AJ토탈 지분 100%를 보유한 AJ네트웍스가 추후 대주주로서 취하겠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분주하고 급하게 계열사를 정리한 거죠. 매물 처분 목적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은 ‘사업 효율성 제고’입니다. 비슷한 의미인 ‘재무구조 개선’도 눈에 띄죠. 재무 상태 악화로 돈이 필요했다는 말이죠.


최근 AJ네트웍스는 갚아야 하는 돈이 크게 불었습니다. 빚의 총계를 총차입금이라고 부르는데요.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J네트웍스의 총차입금은 8441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10.3% 늘어난 수치죠.


특히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 증가 폭이 눈에 띕니다. 작년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880억원으로 1년 만에 55.4% 급증했습니다. 단기차입금만으로도 에비타(EBITDA)와 맞먹는 수치죠. 에비타는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빚을 갚기 위해선 현금이 더 필요했던 겁니다.


계열사 실적이 하락세라는 점도 골치 아팠을 겁니다. AJ네트웍스의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171억원인데요.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적자(당기순손실 33억원) 입니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AJ네트웍스 차입금 추이.

실패에도 여전한 신사업 발굴 의지


그럼에도 신사업 의지는 여전합니다. AJ네트웍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매각으로 확보한 비용은 차입금 상환 및 운용 자금뿐 아니라 신사업 투자에도 쓰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다만 어떤 신사업에 쓰일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신사업 의지는 사업보고서에서도 드러납니다. AJ네트웍스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신규 사업 전망 항목을 넣어뒀는데요. “기존 사업부 이외에 다양한 신상품 개발 및 시장진입을 통해 종합렌탈사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실천 중에 있습니다”라는 설명입니다. 특정 신사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의지는 드러낸 거죠.

가장 최근 매각 매물인 AJ파크를 처분하면서 처분 목적에 ‘신규사업 투자재원 마련’을 넣은 것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분명합니다. 현재 AJ네트웍스의 빚이 무리한 투자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AJ네트웍스는 2019년 링커블과 AJ바이크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 AJ엠을 설립하고 둘을 종속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AJ바이크와 링커블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습니다.

AJ엠은 설립 직후 법인 운영을 위해 217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는데요. 2019년 매출액(36억원)의 6배에 달하는 비용입니다. 링커블과 AJ바이크 지분 처분은 불가피했던 거죠. 설립 목적이 사라진 AJ엠은 오는 31일 AJ네트웍스에 합병될 예정입니다.  

출처: AJ네트웍스 IR자료
AJ그룹 지배구조.

AJ네트웍스는 최근 이대현 전 대표의 퇴임으로 박대현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PWC삼일회계법인,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를 거쳐 두산엔진에서 재무 및 기획을 총괄 기업재무 전문가입니다. AJ네트웍스에는 지난 3월 말 합류했습니다.


박 대표는 AJ네트웍스 계열사 정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몸집을 줄여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까요. 아니면 2년 전처럼 다시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나설까요. AJ네트웍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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