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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받아도 '찍히면' 끝..中 누리꾼 "숨 좀 쉬자"

조회수 2021. 4. 28. 10: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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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출신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하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지만 중국 내 반응은 침묵에 가깝다. 걸핏하면 중화사상을 내세우며 애국심 고취에 열 올리는 중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마드 랜드’는 25일(이하 현지시간) 개최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여우주연상 3관왕에 올랐다. 자국 출신 감독의 놀라운 성과에도 중국의 반응은 축하는커녕 외면하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자오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중국 SNS에서 삭제됐으며 바이두 등의 검색 엔진에서도 관련 뉴스 접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문화적 경사에도 외면하는 중국

출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가운데) 클로이 자오 감독

실제로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26일 오전 웨이보에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기사와 함께 “축하합니다(恭喜)”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해당 글은 “작성자가 이 웨이보를 삭제했다”는 안내문으로 대체됐다.


웨이보에서 14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와치 무비스’도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알렸지만 몇 시간 만에 해당 게시물이 차단됐다. 또한 “클로이 자오, 감독상 수상”이라는 해시태그도 검열 당국의 조치로 ‘관련 법률 및 규정 및 정책에 따라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오류 메시지가 떴다. 


이는 과거 자오 감독의 발언이 문제가 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13년 자오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10대 때 중국은 거짓말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한 홍콩 민영방송 TVB는 1968년 이후 처음으로 행사 방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의 공산당 선전부가 모든 언론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지 말고 관련 보도를 하지 않도록 명령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칸 수상’ 감독 홀대해 논란

'어느 가족' 포스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음에도 정부의 시각에 따라 홀대한 사례는 일본에서도 있었다. 2018년 아베 신조 총리는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평소와 달리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1997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 이후 21년 만의 쾌거였지만 애써 무시한 것이다.


어느 가족은 부모가 사망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연금을 계속 타다 적발된 가족의 실화에서 출발했다.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을 들추고 나라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일본 우익들은 영화가 일본 문화청의 지원을 받은 것을 들먹이며 “세금으로 만든 영화로 나라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리가 축전조차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상이 마지못해 “감독을 직접 만나 축하 인사를 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레에다 감독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블로그에 “영화가 한때 국익이나 국책과 일체화돼 불행을 초래한 과거가 있었다. 공권력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일본 정부는 대충 넘기려다 큰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예술인에게 창작의 자유를 

출처: (노마드 랜드 트위터 갈무리)

국가나 특정 세력이 나서서 창작과 예술의 영역에 손대는 것이 진정한 문화융성에 도움이 될까.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분위기에서 예술혼이 타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은 예술인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이지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 예술이라는 꽃은 그냥 둘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침에 잘 따르던 중국 누리꾼조차 이번 클로이 자오 감독 검열 사건에 대해 ‘꿈틀’하는 모습이다. 일부 누리꾼은 SNS에 “숨을 쉴 수가 없다”, “영화 창작은 예술의 영역이다. 영화를 정치화하지 마라”, “왜 노마드 랜드에 대한 뉴스를 전혀 찾을 수 없는가” 등의 글을 올리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자오 감독 사태는 현재 중국 문화계가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현지 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작의 자유를 누리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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