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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쇼피파이, 쿠팡은 아마존..'이커머스' 전략 차이는?

조회수 2021. 4. 26. 10: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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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커머스 회사 중 1, 2위를 고르자면 어디가 있을까요? 쿠팡은 쉽게 떠오르실 텐데, 다른 한 곳은 바로 네이버입니다. 교보증권이 지난 2월 15일 낸 리포트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네이버가 17%, 쿠팡이 13%라 합니다.


두 회사 모두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사 간 비즈니스 방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고 있고 네이버의 모델은 ‘쇼피파이’라 하죠. 다른 두 회사를 모델로 삼은 네이버와 쿠팡, 전략은 어떻게 차이가 나며 또 어느 쪽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앞서게 될까요?

출처: (디자인=블로터)

쿠팡을 먼저 들여다봅시다. 쿠팡을 이야기할 때 딱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죠. 바로 ‘새벽배송’과 ‘쿠팡맨’입니다. 소비자들이 밤늦게 상품을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이면 쿠팡맨이 내 집 앞에 상품을 배달해줍니다. 국내 이커머스 회사 가운데 선도적 전략으로 규모를 키웠죠.


그런데 쿠팡에 대해선 적잖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10년간 흑자 한 번도 낸 적 없다’ ‘돈으로 만들어진 이커머스 업계 ’빌런(악역)‘이다’라는 겁니다. 이런 비판은 왜 나올까요? 쿠팡의 비즈니스 방식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주로 상품을 중개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당연히 물류는 전문 업체를 이용했죠. 그런데 쿠팡의 물류는 좀 다릅니다. 상품 대부분을 직접 매입(직매입)하고, 물류창고도 직접 두며 배송까지 직접 합니다.


물류업계에선 이를 ‘풀필먼트(fulfillment)’라 부릅니다. 기존의 물류창고가 상품을 보관하는 데만 치중했다면, 풀필먼트는 시스템적으로 상품을 적당히 보관하고 잘 분류하며 주문 고객에게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데 주목합니다.


쿠팡은 상품을 왜 직매입할까요?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입니다. 판매자에게 중개하는 것보단 직매입한 상품을 주문이 들어올 때 바로 보내주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풀필먼트에선 고객이 상품을 얼마나 주문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상보다 주문이 더 들어오면 매출을 올릴 기회가 사라지고, 반대로 주문이 덜 들어오면 재고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출처: (표=유진투자증권)
기존 물류방식과 풀필먼트의 차이.

쿠팡이 주목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한국에서 풀필먼트를 구축해 대형화에 성공한 대표적 업체인 것이죠. 쿠팡은 매출 중 90% 이상의 상품을 직접 매입해 보관하고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여느 업체보다 가장 빨리 보내줍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24조원대 매출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땅덩어리가 좁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밀집도는 높습니다. 쿠팡은 한국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풀필먼트에서 성과를 냅니다. 한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창고와 10km 거리 안에 살도록 하면서 배송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이죠.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취향상 쿠팡이 적합했다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사실 풀필먼트 전략은 미국 ‘아마존’이 원조입니다. 1999년 세계 최초로 풀필먼트를 도입했고요, 2006년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ulfillment by Amazon)을 선보였죠. 아마존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예측해 사전에 상품을 매입하고, 자동화된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분류하며(Kiba System)함으로써 물류 속도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했습니다.

출처: (이미지=FitSmallBusiness, 유진투자증권)
아마존 풀필먼트(FBA)

근데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문제가 따릅니다. 창고를 많이 짓고 사람을 많이 고용하며 차도 많이 사야 하다 보니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겁니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낸 S-1 공시 서류에 따르면 2020년 쿠팡의 판매관리비는 3조원에 달했고 매출 중 판매관리비율은 21%나 됩니다. 그리고 2019년 기준으론 판관비 가운데 무려 75%가 인건비, 13.5%가 운반·임차료입니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판관비의 거의 90%를 쓰는 겁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업계 선도자로서 일찌감치 시장을 점령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며 2020년 기준 40%에 달하는 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됐고, 이를 통해 ‘바잉파워’(구매자 우위)를 낼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쿠팡은 아직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아 바잉파워가 약합니다. 때문에 매출총이익률(GPM)도 오프라인 유통업체(25~30%)에 비해 낮은 15%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상품을 싸게 팔고 있다는 말이죠.


이에 쿠팡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습니다. 영업적자는 2016년 5650억원, 2017년 6390억원에 이어 2018년 1조1280억원으로 정점을 찍습니다. 2019년 7210억원, 2020년 6230억원 적자로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이 누적되는 게 현실이며, 언제 흑자 전환을 할지도 아직까지 요원합니다.

출처: (그래프=하나금융투자)
쿠팡의 연간 매출과 영업손익(왼쪽), 활성 사용자 수 추이.

당장 쌓이는 적자를 해소해준 건 잘 알려졌듯 소프트뱅크 덕분입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015년(10억 달러)과 2018년(20억 달러) 두 번에 걸쳐 쿠팡에 무려 3조원을 투입했죠. 덕분에 쿠팡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거두지 못했지만 비교적 안정적 현금흐름을 가진 회사가 됐습니다.


쿠팡이 이커머스 업계 ‘빌런’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라는 이름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적자경영을 유지해왔죠. 다른 업체들이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선 당연히 비슷한 규모로 돈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이 밀리는 걸 지켜봐야 하죠. 이 산업에서 최근 몇 년 새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출처: (사진=쿠팡)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대표.

이커머스 비즈니스 관점에서 쿠팡과 정확히 반대쪽 진형에 선 곳은 바로 네이버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네이버는 이커머스에서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판매자들에게 상품을 팔 수 있도록 ‘머천트 솔루션’만 주는 것이죠.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이에 대해 네이버의 역할은 SME, 그러니까 중소상공인 판매자가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분석 툴 등 모든 서비스 단계를 제공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방식은, 캐나다 이커머스 업체 쇼피파이(Shopify)와 거의 일치합니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판매자가 이커머스에 들어올 수 있도록 ‘솔루션’을 원스톱으로 제공합니다. 다시 말해, 쇼피파이는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신 판매자에게 자사 플랫폼으로 쇼핑몰을 만들어주죠.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으니 당연히 자체 판매 목적으로 물건을 선매입하지도 않습니다.

출처: (표=삼성증권)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쇼피파이는 어떻게 차별화를 만들까요? 일단 쉽고 빠르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또 페이먼트 서비스(Shopify Payments),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Shopify Capital), 고객이 쇼피파이의 풀필먼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죠.(Shopify Fullfilment Network)


아마존이나 쿠팡도 직매입 방식을 활용하나, 이는 엄밀히 말해 판매자의 상품을 중개하는 마켓플레이스에 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쇼핑물을 구축하지 않고 판매자에게 솔루션을 파는 쇼피파이는 완전 다릅니다. 이를 업계에선 DTC(Direct–to-Consumer)라고 부릅니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략도 비슷합니다. 판매자들이 자체 쇼핑몰을 만들도록 하는 솔루션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데이터 분석 툴인 ‘비즈 어드바이저’를 서비스하고요, 결제 서비스로는 ‘네이버페이’를, 입점 판매자에게는 초기 사업 자금을 위한 SME대출도 해줍니다.


최근엔 CJ대한통운, 이마트와 손잡았는데 이를 통해 간접 풀필먼트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풀필먼트 업체인 위킵, 두손컴퍼니, FSS 등에 투자하기도 했죠. 네이버가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커머스 관점에서 사실상 약점이 없어진다고 증권가는 관측합니다.

출처: (사진=saedu.naver.com)
네이버는 이커머스에서 솔루션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쇼핑탭.

쿠팡과 네이버를 한 번 비교해봅시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죠. 상품을 직매입하고 보관하며, 고객에게 직접 배달까지 해줍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정반대입니다. 쇼핑몰도 운영하지 않고, 상품도 매입하지 않으며, 고객에게 직접 배달하지도 않습니다. 같은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하는 네이버와 쿠팡이 이렇게 다른 겁니다.


그리고 두 회사의 전략은 묘하게 미국과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도 맞물립니다. 쉽게 말해,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어서 물류 배달에 수일이 걸립니다. 아마존은 그걸 줄여서 획기적 업체가 됐고, 또 쇼피파이도 그 모델을 일부 차용했죠. 근데 우리나라는 어떻죠? 땅덩어리가 좁은 덕분에 모든 물류 회사는 하루 내 배송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송 시간이 하루 이틀 걸리는 것과 반나절 걸리는 게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했는데, 그 차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만든 건 쿠팡이었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도 수익화에 성공했죠. 같은 이커머스이지만 쿠팡과 네이버의 차이는 이렇게 극명합니다.

출처: (그래픽=박수혁)
쿠팡은 쇼핑몰을 운영하며 상품을 직매입하고 배달까지 한다. 네이버는 정반대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과 함께 싱가포르를 제2의 진출지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땅이 좁고 인구밀집도가 높죠. 여러모로 한국, 특히 수도권과 환경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쿠팡은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진출지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아직 이커머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전체 상거래 가운데 이커머스 비율은 2020년 기준 7.9%에 그친다고 합니다. 시장 성장성이 큰 가운데 야후재팬과 손잡고 스마트스토어를 도입하려 하고 있죠.


물론 당장은 쿠팡이 장기간 적자를 보고 있긴 합니다. 다만 쿠팡의 적자 규모가 크다고 얕잡아 볼 건 또 아닙니다. 뉴욕증시에서 한때 시가총액 100조를 넘겼을 만큼 성장성을 인정 받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네이버는 강력한 플랫폼 장악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수익화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영상디자인=박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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