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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신발 살 땐 '펄핏'..사이즈 오차 1.4mm 미만

조회수 2021. 4. 2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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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는 지난 2월 11개의 벤처캐피털(VC) 및 액셀러레이터(AC), 스타트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2021년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 만한 스타트업은 어느 곳인지에 대해 물었다. 각 단체들은 총 108개(중복 기업 포함)의 스타트업을 꼽았고 <블로터>는 유망 스타트업들이 속한 각 업종을 심층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108개 기업 중 일부 스타트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 CEO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일상과 기업의 비전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바야흐로 '만물 온라인 쇼핑' 시대라 할 만하다. 이제는 상상하는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다. 게다가 온라인은 보통 가격도 오프라인 대비 저렴하고 시간도 절약되니 구태여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일도 점점 줄었던 요즘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여전히 매장 방문을 고수했던 단 하나의 상품이 있다. 바로 '신발'이다.


패션 업계에 따르면 의류 제품의 온라인몰 평균 반품율은 약 20%로 높은 편이다. 특히 신발은 반품율이 최대 50%에 달할 만큼 온라인 판매가 어려운 상품에 속한다. 대부분의 신발은 사이즈가 정해진 기성품으로 판매되는 반면 사람의 발모양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 단순히 '260mm' '정사이즈' 같은 요소만 갖고 신발을 사기엔 발볼 넓이, 발등 높이 등 딱 맞는 신발을 찾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같은 사이즈라도 신발 제조사마다 세부 크기가 다르다. 소비자들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출처: (사진=이건한 기자)
이선용 펄핏 대표이사

'펄핏(Perfit)'은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신발 구입 및 유통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이다.


이선용 펄핏 대표는 "농구를 좋아함에도 지금껏 국내에서 딱 맞는 여성용 농구화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경험들이 펄핏 사업을 구상한 계기 중 하나였다"며 "개개인의 발 사이즈와 신발 제조사의 상품별 실측 사이즈를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딱 맞는 신발만 추천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선용 펄핏 대표는 농구를 좋아하는 여성으로서 자신에게 딱 맞는 여성용 농구화를 구할 때마다 애를 먹었다.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런 불편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떠올린 사업 모델이 현재 펄핏의 데이터 기반 신발 추천 서비스다. 이 대표는 "개개인의 발 사이즈와 신발 제조사의 상품별 실측 사이즈를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딱 맞는 신발만 추천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기술 구현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신발 업계 관계자라면 펄핏 같은 아이디어를 한 번쯤 떠올려볼 만해도 실제 서비스로 구현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펄핏도 초기에는 해외업체들처럼 각 신발의 데이터를 세밀한 태그(Tag, 속성) 정보로 분류해 맞춤형 신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식을 시도했지만 이는 정확도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술 담당자를 영입하고 수년간 3D 모델링, 컴퓨터 비전(시각정보 처리), 데이터 머신러닝(기계학습) 외 기계공학까지 접목한 끝에 결국 사진 촬영 만으로 발 모양의 실측값을 정교하게 구해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출처: (자료=펄핏)
촬영은 단순하지만 정확한 측정을 위해 수많은 학습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된다.

펄핏의 솔루션은 크게 세 종류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발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펄핏 앱, 신발의 내측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매장용 제품, 그리고 AI를 통한 맞춤형 신발 추천 서비스다.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발 사이즈 데이터만 17만개 이상, 신발 내측 데이터 값 3만5000개 이상이 활용된 펄핏 솔루션은 발 사이즈 측정에 단 5초, 오차 범위는 1.4mm 미만의 성능을 보여준다. 이용자들은 치수 측정용 종이키트를 무료로 배송 받아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쇼핑 페이지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과 추천 사이즈를 안내받을 수 있다. 펄핏과 제휴사 협약을 통해 특정 사이즈가 몇 족 남지 않는 신발만 판매하므로 가격도 일반 쇼핑몰 대비 저렴한 편이다.


2020년 1월 펄핏 앱 출시 이후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펄핏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펄핏에서 구입한 신발의 반품율은 2% 미만으로 기존 유통망 반품율 대비 70% 낮은 수준이다. 실구매후기 3000건을 기준으로 분석한 사이즈 추천 만족도는 90.3%를 기록했다. 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월 5800여명으로 시작한 펄핏 앱 가입자 수는 12월 말 기준 15만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출처: (사진=이건한 기자)
인터뷰 후 실제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제품을 추천 받아봤다.

이 대표는 "최근 펄핏의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25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며 "앞으로 펄핏의 미래와 수익모델은 B2B(기업간거래) 영역을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펄핏에 따르면 펄핏에 발 사이즈를 저장한 플러스 고객의 경우 일반 고객 대비 서너배 이상의 구매 전환율과 재방문율, 방문율 등을 보이고 있다.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높은 록인(Lock-in, 고객 유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품율이 낮아지면 재고 관리도 한층 쉬워진다. 펄핏도 이를 기반으로 제조사 대상의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관련 시장의 개화 시점도 시기적절하다. 이 대표에 따르면 패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비대면이 강조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쳐 2022년에는 올해 대비 71% 성장한 200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중 신발 이커머스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로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함)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익숙한 이들에게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펄핏의 디지털 측정 기술 및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펄핏에 투자한 VC들도 펄핏이 보유한 기술이 기존 신발 제조·유통사들과 사업 연계성이 높다는 점, 또한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희귀 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표도 장기적으론 펄핏이 데이터로 기여하는 일상을 꿈꾼다. 시작은 일반 구매자들의 신발 구매 경험을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론 펄핏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발 제조 과정부터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아직도 많은 제조사가 오래된 방식과 데이터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개인이 디자인만 고르면 그에 딱 맞게 제품이 만들어져 올 수 있도록 소비와 제조 환경 모두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은 결국 한마디로 정리된다. '사람이 신발에 맞추는 세상이 아니라 신발이 사람에게 맞춰 만들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 일상을 바꿀 '라이징 스타트업'으로서 펄핏이 보여줄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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