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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LG·SK]로열티 1조 '분할 지급'..SK이노베이션 영향은

조회수 2021. 4. 1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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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자사의 파우치셀을 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영업비밀 침해(Trade secret)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조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로열티(Royalty)'로 지급한다. 2조원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1조원을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이유는 조 단위 합의금이 일시에 지급될 경우 SK이노베이션에 가해지는 재무적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지급키로 한 '로열티'는 로열티의 종류 중 '최저 기술료'와 '정액 기술료(fixed royalty)'에 해당된다. 최저 기술료는 이전 기술의 사용효과를 묻지 않고 계약기간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지급하는 기술료의 최저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정액 기술료는 판매액에 관계없이 기술에 대한 대가를 고정 금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로열티는 최저기술료 외에도 △선불금(로열티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형태) △경상기술료(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정률로 지급) △최대 기술료 등이 있다. 이 중 경상 기술료는 로열티 비율을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지 정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고, 선불금은 재무적 부담이 큰 옵션이다.


특허청이 2017년 발간한 '지식재산 분쟁 현황 조사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로열티를 지불할 때 정액기술료를 선호하고, 로열티를 지급받을 때는 경상기술료를 선호한다. 지급할 경우에는 지불 금액이 정해진 걸 선호하고, 로열티를 받을 때는 매출액에 비례하는 걸 선호하는 것이다. 로열티율 평균은 5.5%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직원을 데려와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누설토록 한 게 이번 분쟁의 발단이 됐다. ITC 최종 판결문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숨기려고 한 증거를 볼 때 불공정수입조사국의 판단(영업비밀 침해)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생산공정에서 영업비밀 침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사는 이번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규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적재산권 분쟁은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와 색채, 모양(트레이드 드레스)'까지 확대됐고,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때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가 문제가 됐다.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특허 기술 외에도 영업권과 상표권 등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으로 침해된 지적 재산권을 특정하기 보다 피해 보상금 규모를 정했다. 또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논의했고, 현금과 로열티를 합산해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가 LG에너지솔루션이 50%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를 로열티로 받기로 한 이번 합의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실적.

업계의 관심은 SK이노베이션에 가해지는 재무적 영향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상당 기간 동안 1조원을 분할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판매 매출로 지난해 1조61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손실은 4265억원을 기록해 적자 규모가 컸다.


매출액의 10%(1610억원)를 로열티로 지급한다고 가정해보자. 대략 SK이노베이션은 6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에 로열티를 분할 납부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으로만 2019년 690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1조6102억원의 매출을 냈다. 매출 규모가 1년 동안 2배 커진 것이다. 이를 감안해 SK이노베이션이 로열티를 분할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매출이 커지는 만큼 로열티 지급 기간은 줄어든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SK이노베이션 실적 및 현금성 자산 추이.

다만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전지회사의 영업이익률이 5%를 겨우 넘는 걸 감안하면 로열티에 대한 재무적 부담은 상당하다는 평이다. 로열티는 기업 회계에서 매출 원가에 반영된다. 로열티 비용은 결과적으로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별도 기준 원가율은 48.9%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와 화학 등의 지주사이자 배터리를 생산하는 사업 회사다.


로열티 외 '현금지급 1조원'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일회성 비용에 반영한 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1조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올해 1분기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1조원의 합의금을 충당금(지출이 확실시되는 비용을 미리 비용으로 회계에 인식하는 것)에 반영할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이 1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보유한 자체 현금으로는 부족하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059억원이다.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자산은 14조42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보유현금과 달리 지급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5월 분리막 제조사인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를 상장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동시에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의 지분 10%를 매각할 계획이다. 이런 자산 매각을 통한 지급은 재무적 부담도 덜어준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2020년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 현금화 가능한 자산 현황.

SK이노베이션과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4931억원이다. 매출채권까지 합하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4조4242억원에 달한다. 자산 중 7%가 현금, 15%가 매출채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적 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에서 1조원의 현금을 받을 경우 현금성 자산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1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조원을 로열티로 분할해 받게 된다. 로열티 수익은 매출로 잡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상승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2조원의 합의로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했다"며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 지급으로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이 늦춰진 만큼 사업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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