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멋, 커피, 그리고 카라반

조회수 2021. 4. 7. 1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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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의 본능이 발현된 여행이다. [캠핑일기]는 초보자의 캠핑 체험기를 다루는 코너다. 복잡한 세상사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줄 캠핑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안목해변

봄이 되면 영화 <봄날은 간다>가 떠오른다.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더듬는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강릉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여주인공 은수가 근무하던 라디오 방송국이 강릉에 있다. 유지태가 연기한 상우는 술 마시다 보고 싶은 은수를 만나러 택시 타고 강릉까지 가기도 한다. 영화 때문이었을까. 봄기운을 즐기다 참지 못하고 강릉으로 떠났다. 찾아간 강릉은 푸른 바다와 봄이 어우러져 화사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호젓하고 여유로운 경포호

잔잔한 경포호 풍경

강릉에 도착하니 도심에는 개나리와 목련이 만개해 있었다. 강릉하면 경포호를 빼놓을 수 없다. 방문한 날에는 아직 벚꽃이 활짝 피기 전이었다. 꽃망울을 가득 품은 벚나무들은 봄의 도착을 기다리며 벚꽃 폭죽을 터뜨릴 준비를 하는 듯했다. 호수 바람은 차가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뛰거나 걸으면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마스크를 벗고 맘껏 운동하고 여행하고 싶은 것은 모두의 마음이리라.


강릉을 찾은 것은 몇 년 만이었다. 예전보다 호숫가 정비가 더 이뤄졌고 편의 시설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었다. 잔잔한 호수처럼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뛰거나 걷는 사람이 많았다. 경포호에 있는 정자는 예전 그대로였다. 호수에 비친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것을 비유한 월파정(月波亭)이다. 조선 시대에나 지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1958년에 건립한 정자라고 한다. 정자 근처에서 쉬고 있는 새들과 어우러진 풍경이 무척 운치 있었다. 시간상 한 바퀴를 다 돌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쫀득한 맛, 장치조림

장치조림

강릉에 처음 도착해서 맛본 것은 장치조림이었다. 장치는 긴 물고기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으로, 본명은 벌레문치다. 동해안 중북부 수심 300~500m 정도의 깊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데 큰 놈은 길이가 1m에 이른다. 숙취 해소에 효과가 좋고 단백질 함량이 장어보다 높지만 지방이 낮아 건강식으로도 인기라고 한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장치 맛집으로 향했다. 강릉 시민인 후배가 안내한 곳이니 딱히 괜찮은 곳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매콤하게 양념해 끓이는 장치조림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살이 크고 탄탄한데 고등어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서 입에서 금방 사라져 버린다. 조미료도 넣지 않는지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개운하다. 원래 생선류를 잘 먹지 않는데 장치조림은 별미였다. 국물에 밥을 비비니 한 그릇이 뚝딱이다. 다른 반찬도 여럿 나왔지만 손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메인 메뉴의 맛이 좋았다. 국물이 배어든 감자도 무척 맛있었다. 생선조림을 이렇게 먹은 것도 꽤 드문 일이다. 운전을 해야 해서 소주 한 잔을 곁들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강릉의 커피 명소 속으로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본 모습

강릉은 커피의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원 동해안 지역 커피 전문점 중 약 45%가 강릉에 몰려 있다고 하니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강릉 곳곳에 카페가 많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예전 안목해변에는 횟집과 포장마차가 주를 이뤘다. 전국의 일반적인 해변 풍경과 다르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유명 카페가 들어서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강릉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오랜만에 방문했지만 카페들의 모습은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카페인 곳이 허다하니 어디를 가야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그중에서도 루프탑에 드리워진 천 아래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이 보였다. 올라갔지만 이미 만석이라 대신 실내로 들어갔다. 창가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서길래 냉큼 달려가 자리에 앉았다. 

안목해변 풍경

안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은 가히 신세계였다.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 온 뒤라 공기가 맑았고, 바다는 쪽빛으로 넘실거렸다. 아직 물이 찬데 모터보트를 탄 사람들이 파도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푸른 하늘엔 낀 하얀 구름도 아름다웠다. 무엇 하나 모자랄 것 없는 풍경. 서울에서 그토록 보고 싶던 모습 그대로다. 커피를 마시자 상쾌함을 섞은 듯한 청량함이 목젖을 적셨다. 한참을 앉아 바다를 보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창가 자리를 노리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다가왔다. 이제는 교대할 시간인 것이다.


첫 카라반 체험…쉽고 간편하다

세인트린느프렌즈 게스트하우스&카라반

강릉 여행에서 선택한 숙소는 ‘세인트린느프렌즈 게스트하우스&카라반’이었다. 선택한 이유는 위치였다. 경포호 인근에 자리해 있어서 산책하기 좋고, 안목해변과는 4.5㎞, 강릉역에서는 5㎞ 정도 거리라 이동도 편리했다. 자차 없이 KTX를 타고 가도 캠핑하기에 무리가 없는 셈이다. 또한 도심과 가까워 입실 전 식자재 준비가 편했다. 캠핑장 입구에는 편의점까지 있어서 급히 필요한 물품도 바로 살 수 있었다.


숙소는 카라반으로 정했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어서 텐트를 설치하고 철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카라반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짐만 풀면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오토캠핑장이라면 도착 즉시 분주하게 텐트를 치고, 내부에 테이블, 의자, 야전침대, 음식 등을 세팅하느라 최소 1~2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카라반이다. 별도의 장비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도착하면 바로 캠핑을 시작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한 먹을 것을 꺼내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캠핑의 간편함으로 따지면 카라반이나 글램핑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2~6인이 머물 수 있는 프렌즈 가족 카라반 내부

머물렀던 카라반 내부는 아담한 편이었다. 2층 침대가 구석에 있었는데 성인 두 명씩 네 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침대 옆에는 샤워실 겸 화장실, 싱크대, 전기 인덕션, 냉장고가 마련돼 있었다. 한쪽에는 넓은 테이블과 소파가 있어서 모든 것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였다. 밖에는 별도의 원목 테이블에서 숯과 그릴을 이용해 요리할 수 있었다. 가져간 고기를 굽는 동안 비가 내렸다. 물이 좀 튀긴 했지만 여행 기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아서 좀체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저절로 지켜지는 곳

2~4인용 카라반 내부

화장실 내부는 좁은 편이지만 그동안 오토캠핑만 다녀서인지 너무나 편리했다. 오토캠핑장은 공용 화장실, 개수대, 샤워실을 쓰는 것이 보통. 캠핑동 위치에 따라 화장실이 멀어서 불편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계속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카라반은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 이동 스트레스가 제로에 가까웠다. 더구나 여러 명이 아닌 일행끼리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위생적이고 저절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는 효과도 있었다.


방음도 나쁘지 않았다. 캠핑갈 때는 옆 동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잠자리가 달라진다. 밤새 노래를 부르며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최악을 경험을 했다는 캠핑장 리뷰도 흔하다. 만약 막 전역한 군인들이 술을 잔뜩 사 들고 옆 동에 왔다면 그날 밤은 곱게 자기 어려울 것이다.


파쇄석 밟는 소리도 어두운 밤에는 크게 들린다. 하지만 얇은 천 하나로 외부와 차단된 텐트와 달리 카라반은 소음 차단에 좀 더 유리했다. 머무는 내내 사람들의 목소리나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점이 좋았다. 물론 가끔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소음에 민감하다면 텐트보다 카라반에 머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시설은 아쉽지만 서비스는 만족

2~6인용 카라반 외부

개인적으로 최신 시설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부족한 점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침구류는 세탁 후 덜 말렸는지 퀴퀴한 냄새가 나서 교체를 요청해야 했다. 입실 시 몇 장이 지급되는 수건 중 일부도 같은 문제로 교체해야 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 탓일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불쾌할 수 있는 일이니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카라반 내부에서 설거지를 하다 보니 싱크대가 막혀서 물이 내려가지 않은 것도 당황스러웠다. 연락하자 스태프가 달려와 에어건으로 뚫어줘서 별문제는 없었지만 미리 점검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아침에는 전기가 나가서 불이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아예 전원 연결을 하지 않아 누전될 일도 없었다. 스태프에게 물으니 비가 와서 일부 전기 시설에 문제가 생긴 탓이라고 했다. 금방 정상화됐지만 바쁜 아침에 사람을 부르고 점검을 기다리는 일은 번거로웠다.


오토캠핑이 번거로울 땐 카라반 고려할 만

캠핑장 주변의 경포천 모습

카라반은 단점보다 장점이 두드러지는 시설이다. 만약 캠핑 초보나 편안함을 가장 중시하는 이들이 묻는다면 카라반을 강력 추천할 것 같다. 궂은 날씨에도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고민을 덜어준다. 만약 초보자가 우기에 캠핑을 떠나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옵션이다.


무엇보다 도착 즉시 번거로운 세팅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식기류, 에어콘, 난방용품, 침구류 등이 모두 제공되니 세면도구와 먹을거리만 챙기면 그만이다. 불어난 장비로 즐거움보다 한숨부터 나오는 캠퍼들에게도 기분 전환 삼아 권할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 오토캠핑장의 2~3배 가까이 비싼 만큼 고민의 여지가 있다. 또한 인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큰 카라반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더 높아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숙소 비용을 아껴서 식자재나 다른 여행 경비로 쓰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처음 머문 카라반은 무척 만족스러운 시설이었다. 오토캠핑에 먼저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초보자나 간편한 여행을 선호한다면 카라반으로 캠핑의 세계에 입문하고 천천히 다른 형식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또한 장비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한 이들이라면 ‘간편함’을 경험하기 좋은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린느프렌즈

주소 강원 강릉시 해안로 388

예약 홈페이지나 네이버에서 실시간 예약하기 이용

이용시간 입실 오후 3시, 퇴실 오전 11시


주문진순이네

주소 강원 강릉시 가작로 15

메뉴 장치조림(소) 2만9000원 등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보사노바

주소 강원 강릉시 창해로14번길 28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메뉴 아메리카노 4200원, 카페라떼 4500원 등


※[캠핑일기]는 뒷광고 기사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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