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B마트', '배달의민족'보다 더 무섭게 성장했다[넘버스]

조회수 2021. 4. 3. 17: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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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사진=배달의민족 앱)
B마트 안내 페이지 화면

'쿠팡, 쓱닷컴, 위메프, 네이버쇼핑, 이베이, 11번가, 마켓컬리'.


내노라하는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이죠. 온라인으로 상품을 고르고 주문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시장 장악에 성공한 업체들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덕에 2020년 매출이 많게는 전년 대비 두배 가량 성장, 실적 성장 기대감을 여실히 입증해 낸 저력있는 커머스업계 공룡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이런 기라성같은 커머스 공룡들을 매우 조용히 위협하고 긴장시키고 있는 이커머스 브랜드가 있습니다. 다름아닌 배달앱으로 유명한 배달의민족(법인명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B마트'입니다.


성장 속도를 보면 쿠팡같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 그리고 오프라인 편의점 강자인 매출 6조원대의 BGF리테일(편의점 'CU' 운영사)마저도 경계심을 가져야 할 정도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게다가 가공식품이나 소량 포장된 식재료 뿐 아니라 우산, 세제, 건전지, 반려동물 사료·용품은 물론 라면, 아이스크림, 도시락, 조미료, 우유, 빵, 생수 등 동네 슈퍼마켓에서 주로 판매하는 물품이 주요 핵심 판매상품이어서 골목상권 업체들마저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자료=우아한형제들 2020년 개별 감사보고서)
B마트 매출 추정치

최근 공시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의 2020년 개별 감사보고서를 보면 B마트의 실적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약 218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네요. 이는 2019년 매출(511억원)보다 4배 이상 성장한 것이고 설립 약 3년만에 매출 2000억원 고지를 넘어 선 것입니다.


이 실적이 정확한 ‘B마트’의 실적은 아닙니다. 'B마트'의 매출을 2187억원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우아한형제들이 2020년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상품매출' 때문이고요. 감사보고서(개별 기준)를 보면 2020년 매출(영업수익)은 1조995억원인데, 매출 중에서 서비스매출이 8674억원, 상품매출이 2187억원입니다.


여기서 상품매출이란 다른 회사 상품을 매입한 후 일정 마진을 붙여 되팔아 수익을 내는 매출을 말하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은 입점업체로부터 광고료를 받아 수익(서비스매출)을 내는 업체이므로 상품매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업체입니다. 따라서 2019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상품매출이 바로 ‘B마트’의 매출이라고 추정하는 것이죠. 상품매출이 늘어나는 시점은 바로 2018년 11월 우아한형제들이 'B마트' 서비스를 론칭한 시기였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상품매출 성장폭은 다른 매출 항목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수일전 우아한형제들이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어섰다고 대대적으로 언론보도가 나갔죠. 대다수 커머스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덕에 배달산업이 각광받았고 배달의민족 입점 업체의 광고료가 크게 늘어나자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실적을 자세히 뜯어보면 광고료(서비스매출) 덕도 있으나 ‘B마트’ 매출 급증 공헌도가 1조원 매출 달성에 더 영향을 줬다고 보여집니다.

출처: (자료=우아한형제들 2020년 개별 감사보고서)
우아한형제들 매출/이익 추이

매출별로 보면 2020년 우아한형제들 전체 매출(1조995억원)은 직전해(5655억원) 대비 94.43% 급증했습니다. 매출 중 서비스매출(8674억원)도 직전해(5057억원) 대비 71.53% 늘었고요. 모두가 예상한 대로죠. 배달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인 항목은 상품매출(2187억원)이었습니다. 2187억원의 매출을 기록, 직전해(511억원)보다 327.98% 폭증, 다른 항목을 압도합니다.


‘B마트’의 성장,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선 커머스 트렌드의 변화를 알려줍니다. ‘퀵커머스 시대’의 태동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11월 공산품 배달 서비스 ‘배민마켓’으로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이듬해 11월 'B마트'로 명칭을 바꿨죠. 신선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1인용 가정간편식, 가공식품 등 공산품을 자체 물류 창고를 통해 30분~1시간내 배달해줍니다. 그때만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동네 슈퍼나 편의점 가면 살 수 있는 것을 누가 배달까지 해가며 소비할까"하는 의구심이 많았죠.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를 앞세워 보란듯이 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커머스 업계에서 "새벽배송 다음으로 새로운 소비자 욕구를 찾아냈다"고 ‘B마트’를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전체 매출이 94.43% 늘어나는 동안 외주용역비(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에 지급하는 배달대행수수료 등)는 1436억원에서 3294억원으로 129.39% 늘었습니다. 외주용역비 증가폭이 매출 증가폭보다 더 큰 이유로는 ‘B마트 영업’이 꼽힙니다. 초기 출혈이 있더라도 배달빈도나 배달횟수 등을 감안해 더 많은 라이더를 확보해야 하는 퀵커머스 사업 특성이 외주용역비에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우아한형제가 ‘B마트’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의식해서 입니다. 2019년까지야 상품매출은 대략 500억원대라서 그리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치더라도 이제는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급성장세가 예상되는 이상 더 많은 논란을 만들어낼 수 있어 보입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B마트’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서울 지역의 한 편의점 브랜드는 2020년 8월 기준으로 2019년 11월보다 평균 배달 주문액이 48% 줄었습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펫산업소매협회 등도 지난해 성명을 발표하며 B마트를 비롯한 배달앱 퀵커머스 서비스의 확대에 반발하기도 했고요.


배달의민족이 중개 플랫폼을 벗어나 직접 유통에 뛰어들었고 이런 과감한 전략이 생각보다 빨리 먹히고 있다는 점도 의미있는 대목입니. 전 유통업권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봐도 되고요.


물론 매출은 늘었으나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을 듯 합니다. 외주용역비 등 고정비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죠,. 상품 보관을 위한 시설투자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요. 하지만 ‘B마트’는 최근 최소주문금액을 기존 5000원에서 1만원으로 늘리고 수수료 체계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하니 수익성까지도 조만간 갖출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확장성에다가 안정적 수익성까지 확보하면 쿠팡이 무섭지 않죠. 격변기 커머스 업계에 또 하나의 큰 다크호스가 등장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한편 ‘B마트’는 배달앱 ‘배달의민족’ 안에 있는 또 다른 배달 브랜드입니다.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 개념이죠. 주문 제품은 대략 30분~1시간내 도착하고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취급해 초단기 배달에 적합합니다. 취급 물품 수는 초기 수백가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수천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요. 주요 거점 도심에 30여곳의 물류창고를 마련하고 여기에 상품을 보관한 뒤 주문이 오면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즉시 배달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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