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파워텔 왜 매각하나"..KT 노조, 주총장서 구현모 대표 성토

조회수 2021. 3. 29.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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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500억원 보유한 KT파워텔(이하 파워텔)을 헐값 매각하는 건 누굴 위한 선택인가?"


29일 오전 7시30분 서울시 양재동 KT 연구개발센터 앞에 KT 노동조합원들이 모였다. 이날 KT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건 '파워텔 매각 반대'다.


KT는 지난 1월 22일 무전기 전문 자회사 파워텔을 보안 장비 제조사 '아이디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디스가 KT로부터 파워텔 지분 44.85%를 40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이다. 이번 매각 배경으로 KT는 디지털 플랫폼 전문 기업(이하 디지코)으로의 전환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란 입장이지만 KT 노조는 이번 매각이 임직원들과 사전 논의 없이 이뤄진 깜깜이 계약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출처: (사진=이건한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KT 연구개발센터 앞에서 파워텔 매각 반대 시위 중인 KT 노조원들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을 포함해 67일째 계속된 이들의 외침은 이날 주총장 앞에서도 이어졌다. 노조는 "이번 매각이 구현모 KT 대표의 치적 쌓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구 대표가 취임 당시 약속한 기업 재구조화의 희생물로 '만만한' 파워텔을 택했다는 주장이다.


파워텔은 2010년 한때 연매출 1270억원을 기록했을 만큼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무전기 수요가 감소하며 2019년도 매출이 627억원까지 감소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직원 수는 141명에 불과하다. KT 입장에서는 신성장 사업 위주로 사업을 개편한다는 목표에 따라 지금이 파워텔 매각의 적기일 수 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파워텔은 여전히 업계 1위이자 KT에 매년 50억원 이상의 현금을 안겨주고 있는 '알짜' 회사"라며 "이번 매각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KT와 파워텔 노사 간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파워텔 노조는 특히 5년으로 명시된 고용 보장 기한이 끝난 이후의 직업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아이디스가 500억원의 유보금만 확보한 채 회사를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파워텔 매각에 대한 비판은 주총장 내에서도 이어졌다. 구 대표가 통신과 관련 없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한 주주는 "(무전기 전문 자회사인)파워텔 매각은 자기모순"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KT는 오는 31일까지 파워텔 매각 계약을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이틀여가 남은 현재, 노사 모두가 만족할 만한 협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처: (사진=이건한 기자)
29일 주주총회가 열린 KT 양재 연구개발센터 정문

이날 주총에서는 KT 탈통신 사업 성과, 통신 서비스 품질 등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주주는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설명은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라며 "KT의 계열사 종속회사까지 포함하면 그룹 내에만 60개 이상의 기업이 있는데 그중 비통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회사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20년 KT의 비통신 사업 분야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유의미한 성장을 이룬 사업 분야는 인공지능(AI)·디지털혁신(DX) 부문이 유일하다. 전년 대비 11.7% 성장한 5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KT의 2020년 별도 서비스 매출 15조원과 비교하면 아직 비중이 낮다. 구 대표는 이날 주총장에서 2025년까지 관련 B2B(기업간거래) 및 플랫폼 매출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같은 시기 KT 내 디지털 플랫폼 사업 비중을 20% 수준으로 높이고 이익 달성도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주총에 참여한 KT 새노조 관계자는 "오픈시그널이 발표한 통신품질 평가에서 KT가 국내 경쟁사들과 비교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2020년 12월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이 발표한 '2020 한국 모바일 네트워크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KT는 2019년에 이어 7개 평가 항목 중 단 한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오픈시그널의 측정 방식이 정교하지 않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오픈시그널 조사 결과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갖고 있다"며 평가 결과를 일축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제39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5개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디지코 전환 가속을 위해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종주선업'과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이 목적 사업으로 정관에 추가됐으며 제39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 대비 주당 250원 늘어난 1350원으로 확정됐다. 배당금은 다음 달 27일부터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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