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와 비트코인, 공존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1. 3. 29.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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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소간 횡보세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권 주요 인사들이 비트코인은 평가절하하고 CBDC(디지털 법정화폐)는 띄우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2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가치저장 수단으로 비효율적"이라며 "금과 비슷한 투기적 자산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을 겨냥한 말입니다. 그는 이어 "CBDC에 대한 기술적 연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주요 현안에 대한 서면 질의응답에서 파월과 동일한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또한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 도입 시 지급수단으로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부터 CBDC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 중입니다. 당장은 도입 여부와 관계 없이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연구를 지속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CBDC 도입이 머지 않은 국가들도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도입했고, 일본은 4월 중 '디지털 엔화' 도입에 필요한 1차 실험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요즘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예측처럼 CBDC가 대중화될 경우 비트코인 가치는 하락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CBDC는 비트코인의 숨통을 조르는 존재가 될까요? 이는 향후 비트코인이 어떤 성격을 갖게 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재화를 구입할 수 있는 화폐의 용도, 금처럼 구입·보유를 통해 물질적 가치를 저장하는 용도입니다. 이 중 비트코인이 CBDC의 영향에서 멀어지려면 화폐 기능보다 후자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대두돼야 합니다.


CBDC와 비트코인의 기능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화폐로서의 비교입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CBDC가 그린 화폐의 미래'란 보고서에서 CBDC가 보급될 경우 암호화폐의 화폐 기능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화폐가 가져야 할 중요 요소인 △범용성 △신뢰성 △편리성 등에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는 CBDC보다 한 수 아래라는 거죠.


실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는 실물이 없을 뿐, 모든 기능과 보증 정도는 종이 형태의 법정화폐와 같습니다. 오히려 디지털 기반이기에 지급과 결제, 관리 사용성이 종이 화폐보다 뛰어나죠. 반면, 비트코인은 관리 주체가 없는 탈중앙화 화폐로서 익명성이 보장됩니다만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사고 발생 시 누구에게도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출처: 자료=신한금융투자 / 'CBDC가 그린 화폐의 미래(2021.3)' 보고서 갈무리

또 CBDC 발행 주체가 각국 화폐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란 점도 비트코인이 화폐로서는 CBDC와 경쟁하기 어려운 배경이 됩니다. 정부는 비트코인이 자국 통화 주권에 영향을 미치거나 CBDC 확산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다양한 방법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예켠대 비트코인 거래에 높은 거래세를 매기는 것만 하더라도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가치는 크게 하락할 겁니다. 이 경우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비트코인 뒤에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권력 조직이 전무합니다.


반대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극대화된다면 CBDC와 비트코인의 관계성은 옅어집니다. CBDC와 비트코인 둘 다 화폐로서의 기능을 갖지만 차이는 가치 변동성의 유무입니다. 총발행량 제한으로 희소성이 있는 비트코인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반면 CBDC는 일반 종이화폐와 동일한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즉, 비트코인과 달리 장기간 보유한다고 해서 가치가 오르는 상황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지금도 비트코인을 금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보고 인플레이션 회피 목적으로 투자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은 금보다 안정성은 낮지만 더 나은 구석도 있습니다.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가치는 잘 부식되지 않아 보존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적은 매장량에 따른 희소성에서 비롯됩니다. 비트코인 역시 그 자체로 영속성이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이고, 총발행량도 2100만개로 희소성이 보장되는 자산이죠. 실물인 금보다 보관과 이동도 쉽습니다.

출처: (자료=코인마켓캡 갈무리)
현재 비트코인 총발행량의 89%가 채굴돼 시장에 유통 중이다.

아직 비트코인의 두 가지 기능 중 미래에 어느 면이 더 부각될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한편, 거래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사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페이팔 등 대형 결제 사업자들도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비트코인이 국경을 초월해 전세계를 잇는 범용 화폐로 성장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전세계 모든 통화와 연동된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했던 페이스북의 '리브라(현재 이름은 '디엠)' 프로젝트는 전세계 정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사실상 좌초된 상태인데요. 하건형 애널리스트도 앞서 인용한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는 '화폐'란 단어 때문에 거래 수단에 특화됐을 거란 오해를 준다"며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는 거래 수단보다 정보 혁명을 주도한 '인터넷' 같이 신기술을 제공해주는 수단으로 재평가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화폐, 혹은 디지털 금이란 양쪽 측면 모두에서 그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는 단계입니다. CBDC와의 예견된 공존을 앞두고 비트코인이 어떤 변화의 길을 걷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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