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저성장 늪' 비상..'노무 전략' 변화 요구된다

조회수 2021. 1. 18.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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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료=금융감독원)
현대제철 노조 파업 현황.

현대제철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3일 현대제철 국내 5개 공장(당진, 인천, 포항, 순천)의 노조가 연합해 48시간 동안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제철 울산공장 협력업체 노조는 1월 한달 동안 3차례에 걸쳐 파업했습니다. 원청은 물론 하청까지 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제철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현대제철은 지난 몇 년 동안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중 임단협 갈등이 가장 극심한 곳으로 부상했습니다. 최근 강성인 현대차 노조는 회사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고 있죠.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습니다. 기아차 노사도 한발씩 양보하면서 지난해 말 임단협을 마쳤습니다. 기아차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하되 연장근로 시간을 보장받았습니다.


완성차 계열사는 생산 현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 노사가 화합하는 분위기입니다. 노조는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에 힘쓰고 있죠.


반면 현대제철은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 등으로 노조의 교섭력이 커졌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현대차와 기아차 수준으로 임단협을 마치려고 하면서 협상이 꼬이는 모습입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난해 1월 노동리뷰(금속산업의 노사관계 평가와 전망)를 통해 “철강업종 근무 특성상 현대제철이 기아차보다 연장 노동시간이 많은데, (현대제철은) 저임금 분포가 많다”며 “노조는 현대차보다 높은 수준을 원했지만, 현대제철은 현대차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현대제철 실적 추이.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사관계마저 악화되면서 이중고를 겪는 모습입니다. 현대제철의 노사관계 무엇이 문제일까요. 노조의 ‘몽니’일까요. 현대제철의 노조 대응 전략이 문제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대제철은 강성인 노조를 대응하는 데 있어 전략이 부재해 보입니다.


노사관계는 대화와 협력보다 노사 간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노조와 회사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노사관계를 달리 정의합니다. 노사 모두 힘의 역학에 따라 노사관계를 풀어갈 전략을 짜죠.


긍정적인 노사관계는 ‘파트너십’에 있습니다. 경영진은 노조와 파트너십에 힘쓰고, 노조는 경영진에 협조할 때 노사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굴러갑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조는 분배를, 회사는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만큼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노사갈등이 파업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조업의 경우 파업이 발생하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손실로 이어집니다.


노조가 파업을 할 능력이 있다는 건 공장 내 조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파업은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입니다. 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임단협 타결금으로 보전받게 됩니다. 결국 회사는 파업을 막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고, 더 큰 비용을 치루게 되는거죠.


물론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회사는 임금 인상의 명분이 생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경우 노사관계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현대차그룹은 노조가 파업을 해야 임금을 올려주면서 노사관계가 악화됐죠.


최근 현대제철의 노사관계를 살펴보면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입니다. 2년 연속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겼습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임단협은 계열사가 현대자동차를 상회해 임금을 인상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차보다 임단협을 빨리 마칠 수도 없었죠. 노동계는 이를 ‘현대차그룹의 임단협 가이드라인’이라고 부릅니다.


노조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에는 철강 사업장은 완성차의 90%, 철도 및 부품사는 80% 수준으로 임단협을 마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 노조 내부에서는 현대차보다 힘들게 일하면서 임금은 낮다고 하소연합니다. 현대제철 노조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게 된 데는 이 가이드라인이 한몫했습니다. 현대제철 노조는 2019년부터 5개 사업장이 연합해 임단협을 나섰고, 지난해 그룹의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무력화시켰습니다.

출처: (자료=민주노총)
현대차그룹 임단협 현황.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죠.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3차 제시안을 통해 2만3000원(정기승호분 포함)을 인상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경영정상화 추진 격려금 100%와 위기극복 특별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죠.


하지만 노조는 “2021년 교섭에서는 (사측이) 합당한 제시안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라며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현대차 그룹 눈치보기를 지속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의 임금인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나섰습니다. 노조가 현대차를 상회한 임금인상안에 반대한 건 노사가 처한 상황 때문입니다.


현대제철 노사는 통상임금 협상과 함께 단체협약(노사가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을 합의한 문서)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통상임금이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입니다. 그런데 2013년 대법원이 통상임금도 정기성과 고정성, 일률성을 갖출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현대제철 노조는 2018년 인천지법에서 “연장수당을 제외한 상여금 800%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대제철은 약 1500억원의 미지급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노동자 1인당 약 800만원이 돌아갑니다.


아직 2심 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사측이 불리한 상황인 건 틀림없습니다. 현대제철은 자사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받은 만큼 상여금 비율과 연장근무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거죠.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이하 임개위)를 통해 통상임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출처: (자료=민주노총)
현대차 그룹사 통상임금 현황.

현대제철 노사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대신 합의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노사는 현재 800%의 상여금을 600%로 낮추는 대신 수당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제철 정규직 노동자는 월 10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합니다. 현대차는 통상임금에 합의하면서 3만5000원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했는데, 현대제철은 6만5000원이 추가로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현대제철의 임개위는 지난해 말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단체협약 논의는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노사는 임단협을 통해 상주 근무조와 교대 근무조의 연장근무 방침을 논의해야 합니다. 단체협약 협상은 임금협상보다 합의가 한층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제철은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현대제철의 임단협은 갈수록 회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모습입니다. 노조의 조직력은 통상임금 소송으로 갈수록 강화되고 있죠. 노동계는 임단협 합의가 지연될수록 노조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현대제철 수익률 현황.

현대제철은 전방산업이 침체되면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입니다.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까지 높아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더했습니다. 과거 5%를 넘던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추락했죠. 원가율은 94%까지 치솟았습니다. 


1000원을 벌기 위해 940원을 써야 하는 수준까지 수익률이 악화됐죠. 통상임금까지 상여금에 산입됐으니 회사의 인건비 부담은 높아졌습니다.


현대제철은 과거 그룹사의 임단협 가이드라인에 묶여 임단협 전략을 짜기 어려웠습니다. ‘현대차 눈치를 보지 말라’는 노조와 ‘노조 눈치를 보지 말라’는 그룹사 사이에 끼여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죠.


갈수록 강성 성향으로 변모하는 노조에 대응하려면 현대제철의 노무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해보입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 노사처럼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되면서 고용 불안이 불거졌고 회사가 전략적 우위에 섰습니다. 하지만 철강업의 경우 크게 달라지는 게 없죠.


현대제철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세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노사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칙을 고수하거나 노조의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철강산업이 처한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하고, 경영에 노조를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죠.


이미 현대차의 노사관계가 노사 모두에 발전적 모델이 아닌 점은 충분히 입증됐습니다. 현대제철은 달라진 노조를 상대로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당근’과 ‘채찍’이란 이분법에서 탈피해 ‘전략’이 필요해 보인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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