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이마트, 언제까지 땅 팔아 돈 마련할까요

조회수 2020. 11. 24. 15: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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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1인자는 누가 뭐라해도 ‘이마트’죠. 1993년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를 개장한 뒤 현재까지 업계 1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점포 수로 보나 매출규모로 보나 경쟁사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앞섭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형 할인마트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점차 치열해지는 경쟁과 이커머스 출현 탓에 수익성이 둔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마켓컬리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온라인 소비시장을 차지하며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마트가 오프라인 시장에서 현재 지위를 유지하며 하던 대로만 한다면 유통 시장에서 이마트의 존재감은 빠르게 줄어들겠죠.


이마트는 이미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 자체가 상당히 버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요. 워낙 다양한 사업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 대부분을 창출하는 할인마트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합쇼핑몰 확장, 호텔사업 지원, 이커머스 시장 확대 등 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경쟁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에 집중하느라 먼저 지쳐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지난주 공시를 보시죠. 이마트는 지난 19일 호텔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에 27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요. 다음날인 20일에는 스타필드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 신세계 프라퍼티가 스타필드수원에 1990억원, 스타필드창원에 92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지난주 이뤄진 자본거래 총액만 5610억원에 달합니다.


이마트가 얼마나 다양한 사업들에 손을 뻗었는지 한 번 보겠습니다. 이마트는 2014년 프랜차이즈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해 ‘이마트24’를 런칭했구요. 2015년에는 통합형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를 열었습니다. 또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을 시작으로 복합쇼핑몰을 대대적으로 늘리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반려동물 브랜드 몰리스 펫샵의 문을 열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SSG닷컴’ 법인을 출범시켰습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외에도 ‘노브랜드’, ‘삐에로쇼핑’,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다양한 사업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마트의 상황은 괜찮을까요?


우선 실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마트는 별도기준 올 3분기까지 총매출액 11조5473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4.3% 매출을 늘렸습니다. 영업이익은 2106억원으로 지난해 2258억원보다 줄어들긴 했는데요. 감소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타격을 입었다고 하는데 이마트는 끄떡없는 모습입니다.

범위를 넓혀 2014년도부터 2019년까지 6년치 실적을 한 번 보겠습니다. 매출액은 10조8000억원에서 13조2000억원으로 늘었는데요. 영업이익은 66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확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떨어졌는데요. 갑자기 하락한 것은 아니고 매년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6.1%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1.9%를 기록했습니다. 수익성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죠. 그동안 롯데쇼핑, 홈플러스와의 지나친 출점경쟁에다 이커머스 출현 등으로 유통채널이 다변화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수익성이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을 보면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이기는 합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할 만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마트의 다양한 변화의 시도들이 아직 성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인데요. 모든 자회사들의 실적을 더한 연결기준 실적을 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마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정말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신사업 성과가 미진하며 이마트에서 나는 실적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6조3000억원으로 별도 기준 10조6000억원보다 약 5조7000억원이 많은데요. 영업이익은 1500억원으로 별도 기준 2100억원보다 600억원이나 적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올 한 해에 발생한 것은 아니구요. 201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별 차이 없다가 최근 들어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최근 공개한 3분기 IR자료를 보시면 현재 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총 10개의 주요 자회사 실적이 나와 있는데요. 이중 신세계푸드, 에브리데이, 신세계 TV쇼핑, 신세계 I&C 등 4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올해 누적 영업손익이 모두 적자입니다. 그나마 신세계 TV쇼핑과 신세계 I&C는 올 6월에 연결 실적에 잡히기 시작했죠. 이 둘을 제외하면 8개 회사 중 6개 회사에서 적자가 난 셈입니다.

관건은 바로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창출해내는 현금창출력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들을 꾸준히 지원해줄 수 있느냐입니다. 사실 이미 모든 투자금을 영업활동을 통해서만 충당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구요. 이 질문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신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틸 체력이 있느냐겠죠.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이마트의 핵심사업인 ‘SSG닷컴’은 출범 과정에서부터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 등 2곳에게 7000억원을 지원받았구요. 지난해 점포 13곳을 매각하고 재임대하는 형식(세일앤리스백)을 통해 약 1조원을 마련했습니다. 또 올해 4월에는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던 마곡부지를 8000억원에 팔았죠. 이미 재무건전성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보유자산을 팔지 않고서는 사업 자금을 대기 어려운 것입니다.


앞으로 예정된 투자도 상당합니다. ‘SSG닷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센터 설립 등에 대규모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갈 것이 확실하고요. 경기도 화성에 국제테마파크를 짓는데 5조원 가까운 투자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스타필드창원과 스타필드수원에 각각 7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현재 이마트가 운영 중인 점포 10곳 가량이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점포를 지난해처럼 세일앤리스백 형식으로 유동화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마트가 언제까지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신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일앤리스백으로 당장 현금은 마련할 수 있겠지만, 리스부채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크죠.


결국 이마트가 힘을 주고 대대적으로 투자한 신사업들이 빨리 도움이 돼야 할 텐데요. 빠른 시일 내에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이마트의 경쟁상대인 쿠팡, 네이버, 카카오,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도 현재 사활을 걸고 전투에 임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마트는 유통시장 출혈경쟁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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