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밑 빠진 신세계조선호텔'에 돈 붓기?
신세계그룹이 7년째 적자만 내는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에 대규모 긴급수혈을 결정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지며 적자 폭이 급격히 확대된 데 따른 조처다. 이번 자금투입의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점에서 ‘급한 불 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회사 이마트는 올 초 약 1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한 바 있지만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이 악화하며 유상증자 효과가 빠르게 사라졌다.
이마트는 지난 19일 자회사인 신세계조선호텔에 총 27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중 1800억원은 현금이며, 나머지 900억원은 서울 소공동 일대 땅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만년 적자 사업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마트 내에서 호텔∙리조트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회사로 올 3분기에 4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객이 끊기고 내국인의 야외활동 또한 위축되며 호텔의 빈 객실들이 늘어난 결과다. 이마트가 유통, 식음료업, 건설레저업 등에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모두 흑자를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호텔업은 항공업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으로 꼽힌다.
다만 신세계조선호텔이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은 맞지만 애초 영위하던 호텔사업의 경영상황이 녹록치는 않았다.
과거 별도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년 적게는 80억원에서 많게는 38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진출한 면세사업이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다. 김해국제공항의 높은 임차료, 중국과의 사드이슈 등 각종 악재들이 겹치며 누적 적자만 900억원을 초과했다. 결국 신세계조선호텔은 2017년 12월 면세점부문을 물적분할했고, 2018년 3월말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에 매각했다.
면세사업을 떼어내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적자는 지속됐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첫 독자 브랜드인 ‘레스케이프 호텔’을 런칭하며 호텔 사업에 집중했으나 초기 흥행에 실패했다. 경쟁 호텔보다 높게 책정된 객실료 등의 영향으로 적자가 나며 회사 전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속적인 적자에도 공격적으로 호텔을 늘려나가는 선택을 했다. 올해 레스케이프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론칭하고 ‘그랜드 조선 부산’점을 지난 10월 새로 열었으며,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점도 오픈했다. 여기에 ‘그래비티 서울 판교’, ‘그랜드 조선 제주’,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등 3개 호텔을 오는 2021년까지 열 계획이다.
누적 적자에 악화된 재무구조
다만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수익이 저조해 비용만 나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마트가 올 4월 신세계조선호텔에 한 차례 999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원조에 나섰으나 유상증자 효과는 빠르게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900%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총차입금은 약 4000억원 수준인데 보유한 현금이 없어 순차입금 또한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이마트가 이번에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한 2700억원의 유상증자 또한 그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당장의 자금 투입을 통해 재무구조는 개선되겠지만 호텔 사업이 흑자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유행이 오래 지속되는 것도 변수다.
재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의 호텔사업 확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나중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자를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