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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최신원 회장과 SK㈜, 이별은 예정된 수순?

조회수 2020. 10. 24.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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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출처=SK네트웍스 홈페이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최근 한 차례 화제 중심에 섰죠. 좋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검찰은 최 회장 자택과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SKC임직원 등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인이라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이룰 만한 상황이죠.


그런데 최 회장은 이처럼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5시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가 하나 떴습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였는데요, 최 회장이 기존의 SK㈜ 주식 500주를 장내 매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최 회장의 SK㈜ 주식수는 5만4825주에서 5만4325주로 줄어들었구요, 지분율은 매도량이 많지 않아 변함없이 0.08%를 유지했습니다.


이날 SK㈜의 종가는 19만9500원을 기록했습니다. 500주를 팔았으니 약 1억원어치를 매도한 셈입니다. 물론 1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대기업 오너일가에게 아주 큰 돈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것도 국내 재계순위 3위의 SK그룹인데요.

출처: 최신원 회장 SK(주) 보유 주식 수. / 자료=금융감독원

그렇다면 최 회장은 왜 500주를 팔았을까요. 급전이 필요해서였을까요. 오너일가의 그룹 계열사 주식거래는 일반적으로 경영권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적은 양의 주식거래라 할지라도 경영권 승계 혹은 분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SK그룹의 경영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꽉 쥐고 있습니다. 경영권과 관련지어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최 회장의 나름 소소한(?) 주식거래는 역사가 좀 깊습니다. 최 회장이 SK㈜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소유 현황’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부터입니다. 당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1500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후 꾸준히 매집을 이어가 2016년 말에는 8129주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해 역시나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2017년부터 기조가 확 바뀌었습니다. 2016년까지 5년간 SK㈜ 주식을 매수해오던 최 회장이 2017년부터는 매도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기존 8129주 중 1000주만 남기고 모두 팔았습니다. 최 회장은 2015년 SKC 대표이사를 사퇴한 이후 2016년 현재 몸 담고 있는 SK네트웍스 회장으로 취임을 했는데요, 신변의 변화와 관련된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최 회장은 기존 SKC 주식 59만4543주(지분율 1.58%)를 전량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갑작스레 보유주식 수가 10만1000주로 늘어났는데요. 최 회장이 직접 주식을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말 지분율 4.87%에 해당하는 342만여주를 23명의 친척들에게 증여한데 따른 결과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약 20년 전 별다른 분쟁 없이 승계가 이뤄진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다만 무엇보다 확실한 사실은 최 회장이 주식을 수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SK㈜의 지분을 팔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견 SK㈜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2018년 최태원 회장의 증여가 없었다면 진작에 지분관계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큽니다.


지난 15일에는 최신원 회장(1.18%)을 비롯해 최 회장의 장녀 최유진 씨(0.12%), 차녀 최영진 씨(0.12%), 장남 최성환 씨(0.12%)가 보유한 SKC의 자회사 SK텔레시스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SK텔레시스와의 관계도 정리했습니다.

출처: 최신원 회장 SK네트웍스 보유 주식 수. / 자료=금융감독원

반면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SK네트웍스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2010년 말 기준 보유 주식수는 16만2688주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약 211만주로 늘어났습니다.


최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입니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로 곧 아버지의 회사인 셈이죠.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인의 신념에 따라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 회장의 그룹 계열사 주식매매가 변화를 불러올 만한 이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 회장이 SK그룹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근거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최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으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가 어떻게 결론 날 지 현재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조사 발표 이후 최 회장의 계열사 주식매매가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요.


By 리포터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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