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리의 투머치 리뷰]'댕냥이'를 위하여..코리아 펫쇼 방문기

조회수 2020. 10. 24. 11:1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김주리의 투머치 리뷰>는 IT·유통·뷰티를 기반으로 한 체험기입니다. 어디로든 가고, 무엇이든 합니다. 일상 속 소소한 궁금증부터, 살까 말까 고민되는 신제품 체험까지. 모든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라고 생각될 다소 과도한 체험과 연구. 함께 해요. 췌킷아웃.

젊은 부부가 전시회장을 둘러본다. 아빠로 보이는 남성은 유모차를 끌고 작은 물통과 간식거리가 담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다. 알록달록한 디저트가 전시 돼 있는 부스에서 여성은 직원에게 묻는다.


“아기가 생식을 안 해봤는데 괜찮을까요? 이제 10개월이에요”


영유아용품 박람회냐고? 아니다. 지난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반려동물 박람회, ‘코리아 펫쇼 2020’의 풍경이다. 유모차에는 아직 ‘강아지티’를 벗지 못한 견공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출처: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코리아 펫쇼 2020’

기다리고 기다리던 ‘펫쇼’, 천만 반려동물 가구 모여라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열린 ‘코리아 펫쇼 2020(이하 ‘코펫’)’에는 코로나19로 장기간 중단됐던 박람회가 열리길 기다려온 반려동물 가구가 총출동했다. 회장은 보호자와 함께 마실을 나온 반려견들이 직접 간식을 시식하고 용품을 체험해보는 모습으로 가득 찼다. 견주들 또한 한 손에는 리드줄을, 다른 손에는 잔뜩 구입한 반려동물 용품을 들고 미소 띈 얼굴로 회장을 누볐다.

출처: 무척 사교성이 좋았던 댕댕이

“시식해보세요!”


오색 빛의 반려견 간식을 전시한 부스의 직원이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취재차 방문한지라 반려견을 데려오지 않았다는 기자의 말에 직원은 해맑은 목소리로 답한다.


“네! 보호자분이 시식해보고 맛있는 거 골라가시면 되십니다”


“???”

출처: “드셔보라”는 말에 당황하는 손

소고기와 연어, 단호박 등의 재료로 가공된 식품은 반려견은 물론 보호자가 직접 시식해 간식의 신선도, 냄새, 식감을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도록 비치 돼 있었다. 종종 ‘불순물’로 만들어진 반려동물의 사료와 간식의 ‘리콜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옛말이 됐다.

출처: 기자는 양고기를 선택했다. 맛있었다…

반려동물 의료보험부터 상조까지…”미래도 책임진다”


회장의 한쪽에는 반려동물의 노후를 위한 서비스 업체의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해당 업체들은 유사시 반려동물에게 급한 수술이 요구되는 경우, 또는 질병·사고 시 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보험 서비스부터 언젠가 세상을 떠날 반려동물의 장례절차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상조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출처: 펫쇼에서 만난 오리지널 푸들 친구들. 건강하고, 점잖고, 밝았다.

‘사람이 아픈 게 낫다’는 말은 모든 반려동물 가구가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증상을 직접 설명할 수 없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구토 한 번에도 노심초사 병원에 달려가는 게 보호자의 마음이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검사 한 번 하다 보면 몇십만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거기에 행여 심각한 질병이라도, 아니 질병의 징후라도 발견돼 조직검사까지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비만 1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부담스러운 치료비에 무거운 마음으로 검사를 미루는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의료보험은 너무나 고마운 시스템일 것이다.

출처: 펫보험 부스 풍경.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보호자는 이곳에서 상담을 받는다

“가족이야”


열심히 취재를 진행하던 기자가 처음으로 지갑을 꺼냈다. 기자가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가족사진’ 촬영을 제공하는 사진관 예약 부스다.

출처: 반려동물과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꽃비사진관’ 부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족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꽃비사진관은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전국에 스튜디오가 마련돼있다. 필연적으로 동반 생활이 짧을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과의 가족사진은 보호자라면 누구나 남기고 싶은 기록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와 같은 다묘, 다견 가정의 경우나 고양이의 보호자는 낯선 환경에 예민하고 까다로운 반려묘와의 외부 촬영을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꽃비사진관은 스튜디오에 펫 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관리사를 배치했으며 스튜디오 도착 후 반려동물들이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스튜디오 예약은 시간대별로 한 가정만 가능하다.


“가족이 몇 분이세요?”


자취생인 기자가 한 명이라고 답하니 질문이 되돌아온다.

“아뇨, 가족들. 같이 찍을 아이들 포함해서 몇 명인지 알려주시면 알맞은 시간대에 예약해드려요”


3마리의 반려묘, 한 마리의 반려견.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또 다른 아이의 액자까지. 기자의 ‘가족’ 목록을 신청서에 작성한 후 제출했다.

출처: ‘가족사진’ 촬영 신청 완료

애완동물에서 가족으로


반려견을 포함한 모든 반려동물이 ‘애완동물’로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비싼 고양이’, ‘싼 가격에 데려온 강아지’ 등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와 인식이 낮았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반려동물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을 뜻하는 애완동물로 취급됐으며 가게(샵)에서 구입하는 물건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크고 작은 계기와 사건들로 이들은 우리와 함께 생을 보내는 가족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시장은 그런 우리의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출처: 반려동물 드라이룸. 소음이 적고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취재에 협조해준 킹 찰스 스파니엘 ‘빙수’도 무서워하지 않는 듯 보였다.

다만 아직도 반려동물의 법적 정체성,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립 돼 있지 않은 한국사회는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일부 주와 유럽의 경우 반려동물을 사유재산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는 법안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 또한 그 길을 걸어가길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아플 때도 그들의 일생동안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주는,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들을 위한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By 리포터 김주리

출처: 기자의 반려동물들/촬영=김주리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