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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정의선 체제', 윤여철 사단은 변화 대상..노무전략 수정 유력②

조회수 2020. 10. 17. 2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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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노조가 집회를 여는 모습./자료=민주노총

현대차의 노조 대응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6일 2020년 임단협을 타결했습니다. 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상황을 고려해 올해 기본급을 동결(호봉승급분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경영성과금 150%(505만원)와 격려금(150만원), 우리사주 10주(185만원)를 받아 연봉 총액은 970만원 인상됐습니다. 그럼에도 기본급이 오르지 않아 노조 조합원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조합원은 파업권이 있으면서도 파업 한번 없이 임단협을 마쳤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여하튼 노사는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친 만큼 노조도 회사의 경영 상황을 공감하고 협력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노사 간 ‘데탕트’ 분위기에 현대차가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겼는데요. 현대차는 임단협 직후 상습적으로 조기퇴근한 생산직 직원 2명에게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작업을 특정 직원에게 몰아주고 쉰 직원들 50여 명도 함께 징계를 받았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며 “사측은 기강확립을 명분으로 생산현장을 탄압하고 있다”고 노조 소식지를 통해 강조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대규모 징계가 “뒤통수를 치는 일”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통상 현대차 노사는 수개월 간 진행된 임단협이 끝나면 상생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 징계는 의아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강성 성향인 만큼 사측 또한 과거엔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죠. 올해 임금 동결과 무파업에도 회사의 징계가 이뤄진 것은 회사의 노조 대응 방식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는 생산직 직원 근무 중 와이파이(Wifi)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노사 합의로 8년 동안 관행이 된 일을 회사가 칼을 빼 든거죠. 당시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와이파이 사용 금지 논의는 무산됐습니다.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현대차 노사관계의 중심축이 회사로 옮겨지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현대차 노사관계 변화, ‘윤여철 입김’ 줄어든다


현대차 노사관계의 사령탑에는 윤여철 부회장(정책개발담당)이 있습니다. 윤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가신인 ‘8명의 부회장단’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임원입니다. 2006년 9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울산공장장 겸 노무총괄담당을 맡았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노무총괄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노무총괄담당)./사진=현대자동차

그는 2012년 노사문제로 고문으로 밀려났는데, 이듬해 정몽구 명예회장이 노사문제 해결사 역할을 다시 맡기면서 복귀했습니다. 윤 부회장에 대한 노사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윤 부회장은 현대차의 ‘노사문제 해결사’라는 평가를 받지만, 노조는 그를 ‘노사관계 파탄의 전문가’라고 칭합니다.

 

그는 2013년 복귀 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산 사람이다. 죽는다는 각오로 (노조에) 대처할 각오다. 파업에 밀려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부회장은 노사관계에 있어 원칙론을 강조하는 인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이 같은 성향은 임단협 추이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노조는 한차례도 파업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말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실리를 중시하는 온건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섰습니다. 2009년 노사의 임단협 교섭기간은 252일이 소요됐습니다. 그러다 2010년과 2011년 임단협 교섭기간은 44일과 82일로 평년보다 매우 단축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노조의 임금인상률은 4.9%(인상액 7만9000원)와 5.4%(9만3000원)에 달했고, 500만~700만원이 격려금으로 지급됐습니다. 평년보다 격려금 총액이 많았죠.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와 ‘강 대 강’으로 부딪혔던 사측도 온건 성향의 집행부에는 임금인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던 거죠. 이 추세는 2014년까지 이어집니다.


2015년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가 들어섰는데요. 2015년과 2017년까지 3년 동안의 평균 임단협 교섭기간은 218일에 달했습니다. 노조의 임단협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임금은 인상됐을까요. 2015년 노사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액은 8만5000원이었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7만2000원, 5만8000원이었습니다. 임금인상 절대액만 보면 2010년과 2011년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노사 간 요구액-실인상액 ‘괴리’는 강성 집행부가 들어선 후 오히려 더욱 커졌습니다.


2010년과 2011년 노사 간 요구액-실인상액 ‘괴리'(노조 요구 금액 – 실제 인상액)는 각각 5만1000원, 5만7000원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7만4000원, 2016년과 2017년에는 8만원, 9만4000원이었습니다. 노조의 요구가 잘 안받아들여지는거죠.

출처: 현대차 노사 임단협 임금인상액 추이/자료=현대차지부, 언론 등

현대차 노사 간 요구액-실인상액 ‘괴리’는 2013년(2009년 제외)까지 5만원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8만원, 12만원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는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되면 사측 노사관계 전문가의 입지는 줄어들게 됩니다. 윤 부회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현대차의 노무전략 “시스템이 없어”…정의선 체제서 바뀔까


노사 관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현대차 노사 관계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주문합니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업과 조선업, 석유화학 산업과 달리 생산라인이 컨베이어벨트(물건을 연속적으로 이동ㆍ운반하는 띠 모양의 장치)로 이뤄져 있습니다.


철강업과 조선업의 경우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는데, 자동차 산업의 경우 생산라인을 멈추면 전체 생산공정에 차질이 심대합니다. 이 때문에 노조의 파업에 힘이 실립니다. 회사의 경우 노무관리의 필요성이 여타 산업에 비해 클 수밖에 없죠.


현대차의 경우 노무관리는 ‘MTM(Man to Man)’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노조 간부와 활동가, 생산직 직원들에게 노무 담당직원이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선에서 노무담당 직원들이 회사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노조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같이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스탭부서로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최고경영진에 전달합니다. 일선에서 수집된 정보로 현대차는 노사관계 전략을 짜는거죠.

출처: 현대차 노사전략 지휘도./자료=노동계

이 구조의 최상단에 윤여철 부회장이 있습니다. 본사의 정책기획팀과 정책개발실이 윤 부회장과 함께 노사 전략을 짜는 헤드쿼터(Headquater)입니다. ‘최고 경영진-관리 감독자-노사협력팀’ 3축이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울산공장 내 지원사업부와 노사협력팀은 생산 현장의 노무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현대차 본사와 울산공장의 노무 담당자를 합하면 약 2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사와 생산현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현대차의 노사관계를 관리하는 것이죠.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2010년 발간한 ‘한국과 일본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 비교(현대차와 토요타를 중심으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관계는 노사갈등이 발생하면 강 대 강의 충돌로 이어져 갈등이 쉽게 분쟁으로 확산된다”며 “협상의 기능은 취약하고 힘의 논리가 앞서는데 분쟁이 해결되면 빠른 속도로 조업이 정상화된다”고 말합니다. 이어 “시스템적으로 확보되는 관리방식이 아닌 인적인 요소에 의존하는 매우 불안정한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자료를 작성한 연구팀은 현대차 노사전략의 취약 요소가 현대차 내부에 있다고 꼬집습니다. 자료는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상시화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노조의 발언권과 교섭력을 높였다”고 진단합니다. 이어 “노사협력팀은 노조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지만 개편이 잦아 전문성이 떨어지고, 노사 모두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며 “마케팅과 재무 부서는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노사협력팀에 뒷처리만 요구해 갈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가 노사관계를 주도하기 위해 윤여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각 체계’를 마련했지만,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관계의 전문가들은 노사 모두 ‘파업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노사가 담합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강 대 강’으로 노사가 대치했고, 그 결과 파업으로 이어진 결과 노사 모두에게 임금을 인상할 구실이 생겼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출처: 현대차 노사 임단협 교섭기간 변화. 윤여철 부회장은 2008년 노무담당 총괄로 취임./자료=현대자동차 및 언론 등

윤여철 부회장이 노무담당총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노사간 임금 교섭기간이 늘어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윤 부회장이 노무 담당을 총괄하지 않았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임단협 교섭기간은 88.4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윤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133일로 42일 증가했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를 맞으면서 사측 교섭력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이 대세였던 시대 현대차 노조의 불안감은 해외 생산기지로 생산 물량을 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조는 생산물량을 최대한 보존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차량 판매대수와 생산대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2년 190만대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했는데 지난해 178만대까지 감소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울산공장은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출처: 현대차 생산 및 판매대수 변화.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음./자료=현대자동차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라인이 바뀌면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의 30%는 일자리가 불안정해집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면서까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용유지 방안을 마련하자고 한 데는 이 같은 위기감이 깔려있습니다. 결국 현대차 노사전략에도 변화의 시기가 도래한 거죠.


과거 노사협력팀을 중심으로 생산현장의 정보들을 취합해 전달하고, 윤여철 부회장이 전략을 세웠다면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친환경 시대에 생산직 직원들의 직무 교육과 전환 배치 방안을 논의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노사 모두 자동차 산업 변화로 인해 고용을 조정할 시기가 올 테니까요.


지금부터 논의하지 않는다면 현대차 노조는 고용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설 테고, 회사는 이를 손 놓고 지켜보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입니다.


By 리포터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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