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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SK네트웍스와 한영회계법인의 악연

조회수 2020. 10. 11.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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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로고./사진=SK네트웍스 홈페이지

검찰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자택과 회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최근 보도됐죠.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회계업계에서 SK네트웍스와 한영회계법인의 악연으로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역대로 특정 회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까지 불똥이 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비자금 사건 때는 삼일회계법인이 압수수색을 당했죠. 다른 모 회계법인 대표는 구속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내 유명 회계법인 4곳이 모두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산동회계법인 사건도 유명하죠. 대우그룹 분식회계의 덫에 걸려 아예 문을 닫았던 곳입니다. 이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등 회계법인에 불똥이 튄 사건은 수없이 많습니다.


회계법인조차 모르게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데 수개월 정도만 감사를 벌이는 회계법인이 알 턱이 없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만, SK네트웍스 압수수색은 너무 갑작스러웠던데다가 이번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를 정도로 사전에 사건이 잘 알려지지 않아 불안한 기색도 없지 않습니다.

SK네트웍스와 한영회계법인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출처: SK네트웍스 감사법인 변화 현황./자료=공시 종합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가 터졌을 때 입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를 틈타 공백기가 생긴 SK그룹 지배구조를 공격한 사태가 바로 ‘소버린 사태’ 입니다. 당시 분식회계 기간 SK글로벌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이 바로 영화회계법인(현 한영회계법인)이었습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는 2003년초 SK글로벌이 회계 분식을 통해 총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린게 드러난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최태원 회장 등이 SK글로벌의 2001년 회계연도에 은행명의 채무잔액증명서를 위조, 1조1881억원 상당의 은행채무를 없는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차대조표상 이익잉여금 1조5587억원을 과대계상하고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손실 1226억원을 과소계상했다죠.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회계 항목의 수치를 과소·과대 계상해 수치를 왜곡한게 수사 결과 드러납니다.


많은 관련자들이 제재를 받았는데, SK글로벌을 감사한 영화회계법인은 회계법인 사상 처음으로 부실 감사에 대한 제재 조치로 3억1960만원의 과징금과 특정 회사의 감사 업무 제한 등을 부과받았습니다. 채권단에게는 150억여원을 배상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와 독립적으로 감사를 벌여야할 회계법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제재였죠.


결국 영화회계법인은 2005년 안건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 영화회계법인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SK네트웍스 주주현황 변화./자료=공시 종합

SK글로벌도 사명을 바꿨죠. 2003년 사명을 SK네트웍스로 변경했습니다. 외부감사법인도 증권선물위원회의 ‘감사인 지정제’가 발동되며 삼일회계법인으로 바꾸었죠. SK네트웍스 홈페이지를 가보면 ‘히스토리’ 란에 2002~2003년의 기록이 없습니다. 그만큼 회사 역사상 드러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죠.


그렇게 SK네트웍스와 영화회계법인의 관계는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그랬던 SK네트웍스는 2013년 다시 한영회계법인과 만나게 됩니다. 10여년간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겼던 SK네트웍스가 다시 한영회계법인을 선택하면서죠.


한영회계법인이 다시 외부감사를 맡았던 2013년부터 7년간 SK네트웍스는 ‘적정’ 외부감사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기간 SK네트웍스는 SK글로벌 때의 부실을 뒤로하고 구조조정 및 사업포트폴리오 변화에 갖은 노력을 다 했습니다. 2013년 26조원 가량이었던 매출액(이하 연결 기준)은 2019년 13조여원으로 줄었으나 수익성 부문은 일부 회계연도 적자가 나긴 했으나 안정적인 흑자 기조 면모를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출처: SK네트웍스 부채비율 추이./자료=공시 종합

다만 고질적으로 안좋았던 부채비율은 개선이 더디긴 합니다. 2013년 246%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340%를 넘습니다. 200%대만 넘어도 좋지 않은데 300%를 넘은 거죠.


이번 검찰 압수수색은 일단 최신원 회장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합니다. 최 회장의 자택, SK네트웍스 본사, SK텔레시스 본사, SKC 본사 등 10여곳에서 회계자료 등이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검찰은 SK네트웍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최 회장이 내부거래 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사의 방향은 어디로 튈 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구조조정과 여러 M&A(인수합병)를 통해 이제 좀 잘 되려나 싶었던 SK네트웍스입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면서 SK네트웍스의 앞날에 예전 SK글로벌 사태 때 처럼 다시 먹구름이 끼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필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그 예전, SK글로벌 사태 때의 회계법인입니다. 회계업계에서도 우려합니다. 괜한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신외감법이 적용되고 독립적 감사의 기반 마련이 이전보다 진일보했다고 자평하던 회계업계는 기업의 부정에 어떤 식으로든지 연루되는 회계법인이 나오길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By 에디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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