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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쌍용차, 주인만 바뀐다고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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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쌍용차 CI/출처=쌍용차 홈페이지

쌍용차는 1954년 설립 이래 총 다섯 번에 걸쳐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1954년 1월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시작해 30년 만인 1986년 당시 재계 5위였던 쌍용그룹으로 처음 주인이 바뀌었는데요. 이때 사명도 지금의 쌍용자동차로 개명됐습니다. 하지만 10년 만인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쌍용그룹이 갑작스레 분리됐고, 쌍용차는 대우그룹으로 팔리게 됐습니다. 얼마 못 가 대우그룹까지 와해되면서 쌍용차는 인수된 지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와야 했습니다. 수년간의 워크아웃 끝에 중국 상하이자동차 품에 안겼지만, 이내 다시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죠. 또 다시 법정관리 중이었던 지난 2011년, 지금의 주인 마힌드라그룹을 만나면서 인도계 자동차 회사가 됐습니다.


70년 간 5번의 주인 교체. 90년 국내 자동차 역사에선 전무후무한 일이죠.


쌍용차의 잦은 주인 교체는 지독한 경영난 때문입니다. 


M&A(인수합병)라는 게 원래 인수자와 피인수자 간의 이득 혹은 시너지를 위해 이뤄지기 마련인데요. 쌍용차 인수자들은 누구 하나 이득을 보지 못했습니다. 계속되는 손실에 투자 원금만 지켜도 다행이었죠. 이득이 없으니 인수자들은 당연히 주인의식을 갖기 어려웠고, 회사에 조금이라도 부담된다 싶으면 바로 경영권을 내놨습니다.


물론 쌍용차도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인수 후보일 때만 해도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약속했던 주인들이 최종 인수자로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원이 절실한 데 자생만을 요구했더랬죠. 쌍용차의 역대 실적 추이를 보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을 때가 가장 호실적이었다고 하니 쌍용차 입장에서 ‘주인덕(德)’은 별로 못 본 셈입니다.


그랬던 쌍용차가 최근 또다시 주인 찾기에 나섰습니다.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계속되는 경영난을 이유로 ‘경영권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섯 번째 주인이겠죠? 벌써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자들이 속속 거론되고 있습니다만…시장은 묻습니다. 쌍용차가 새 주인을 다시 맞은 들,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출처쌍용차 무쏘/출처=쌍용차 홈페이지

업계에선 쌍용차 스스로 DNA를 바꾸려는 노력이 없다면 어떤 주인이 와도 이제는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선 쌍용차의 자발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쌍용차가 위기에 빠진 근본적 원인은 차종이 다양하지 않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거의 SUV(스포츠유틸리티)에만 쏠려있죠. ‘체어맨’이라는 프리미엄 세단을 출시한 적도 있지만, 계속되는 판매 감소로 2018년 단종한 이후 줄곧 SUV만 내놓고 있습니다.


한때는 ‘SUV 하면, 쌍용차’라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무쏘’가 대표주자였죠. 물론 쌍용차의 SUV가 많이 팔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때만 해도 국내 SUV 시장이 워낙 작았던 터라 쌍용차가 독점하는 듯한 인상이 강했죠. 머지않아 SUV 시대가 열리면, 쌍용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예상도 많았습니다.


헌데 웬걸요. SUV 시대는 활짝 열렸는데 쌍용차는 정작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단으로 입지를 다진 경쟁사들이 SUV 시장마저 장악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SUV 강자’의 진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출시한 ‘액티언, 로디우스, 카이런’ 등이 내리 내수 경쟁에서 밀리면서 쌍용차 SUV는 경쟁력까지 의심받는 상황까지 초래됐습니다.


이후 절치부심(切齒腐心)해 새로운 라인업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SUV만 있었습니다.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으로, 크기만 다양화했을 뿐이죠. 다행히 선방했습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자인이 워낙 고급스럽고 세련된 터라 남성은 물론 여성 고객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한때에 불과했습니다. 신차 때만 반짝했을 뿐 꾸준한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죠.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국내 SUV 시장 확대로, 국내 경쟁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SUV 시장 강자들까지 모두 가세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게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라리 이럴 때 꾸준히 팔리는 세단 모델 하나 있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출처출처=쌍용차 영업 공시

문제는 현재 기준으로 쌍용차의 마지막 라인업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차종의 판매량 역시 최근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 차종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0만 7789대로, 전년 동기(10만 9140대) 대비 약 1300대 줄었습니다. 2015년 이후 지속한 판매 증가세가 작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탄 것입니다.


올해는 더 합니다. 9월 누적 내수 판매량은 6만 2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9930대보다 1만 7373대 덜 팔렸습니다. 확연한 감소세에 접어든 것이죠. 쌍용차의 위기설이 요즘 더 부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통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량이 부진하면 바로 후속 모델 개발이나 신차 출시 등으로 대응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쌍용차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신차 효과가 ‘반짝’ 하고만 끝나다 보니 후속 모델을 개발하고 다른 신차를 출시할 만한 자금적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죠.


그나마 벌어들인 돈으로는 고정비를 내는데 빠듯합니다. 특히 쌍용차의 높은 임금은 회사의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죠. 사실 같은 샐러리맨 처지에 남의 회사 임금이 “높네, 마네”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솔직히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쌍용차의 임금이 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증가세도 가장 가파르고요.


출처국내 5개사 완성차 업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출처=각사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실제로 쌍용차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급여 비중은 5개사 통틀어 가장 많은 11.83% 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만 해도 각각 6.34%, 5.29% 수준이니 쌍용차가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죠. 직원 1명당 평균 연봉 또한 8600만원으로, 매출이 무려 30배 더 많은 기아차와 같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직원 1명당 평균 연봉이 2011년 5400만원에서 지난해 8600만원까지 10년 새 1.5배 가량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계속 줄었는데 말이죠.


‘차는 팔리지 않는데 고정비용은 높다.’ 과연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런 구조에서 새 주인을 맞는다고 쌍용차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요.


최근 쌍용차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미국 완성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비트홀딩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수 대금으로 2500억원을 제안했다죠. 쌍용차에 이미 6000억원 넘게 투자한 마힌드라그룹이 이를 수용할 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인수 대금부터 이렇게 후려칠 정도면…


하지만 주인 찾기는 차치하더라도 쌍용차 스스로 DNA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가 주인이 된 들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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