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부실투자 이면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조회수 2020. 9. 21. 10: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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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일) 본지 기사 <5G 인프라 구축, 작년 대비 반토막…2022년 전국망 가능할까>에 이동통신 3사의 5G 인프라(무선국) 신규 구축이 작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복기해 보자면, 2020년도 상반기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무선국수는 2만1562국으로 전년 동기대비(4만9388국) 대비 43.7%에 그쳤다는 팩트가 담겨있습니다. 이통사의 설비투자가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팩트가 드러나자 언론 보도는 싸늘했습니다. 비싼 요금제를 가입해야만 하는 5G 서비스의 품질이 열악한데도, 서비스 제공자인 이통사의 설비투자가 부실했다는 힐책입니다. 이통사들이 욕을 먹어도 쌉니다.


그런데 이통사만 욕을 먹어야 할까요? 욕을 먹어야 할 주체가 또 하나 있습니다. 정부·여당입니다. 이통사가 5G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해당 서비스가 제 값을 받지 못할것을 대비해 일종의 ‘지연책’을 쓴 것입니다. 정부·여당이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동통신 서비스는 공공재(public goods)가 아닙니다. 이통사들이 막대한 매년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제공하는 사적재(private goods)에 가깝습니다. 사적재라고 적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통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통신 주파수가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이통사는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 받아서 서비스를 해야 하기에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일정 기간 빌려쓰는 데에도 수조원의 임대료(?)가 발생합니다.


통신비는 가계 지출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식료품, 음식·숙박, 교통비, 주거비, 기타상품서비스, 오락·문화비, 보건비, 교육비, 의류·신발에 이어 통신비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통신비는 가계 지출의 5~5.3% 수준을 차지합니다.

통신비 외에 다른 지출 품목은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부동산(주거비) 정책만 봐도 시장개입의 역효과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출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2020년 2/4분기)
출처: 소비지출 구성비

어느 정권이든 대선 때마다 통신비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옵니다. 통신비 만큼은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이 가능합니다. 생색 내기용으로도 그만이죠. 이번 정권의 핵심 공약 중 하나 역시 가계통신비 인하, 보편요금제 도입입니다.


2020년 가계통향조사의 그림/표에서 보듯이, 2/4분기 기준으로 통신비 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3.4% 감소했습니다.(전국 2인 가구 이상, 가구당 월평균 지출) 매월 15만원의 통신비 지출이 14만5000원으로 감소했습니다. 1/4분기도 14만5000원으로, 전년비 0.5% 증가했지만,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습니다. 소비지출의 구성비에서도 2018년과 2019년 5.3%를 차지하던 통신비는 올해 들어 5.0%로 내려갔습니다.


통계청은 “이동전화기기 구입 등 통신장비 지출이 8.9% 감소했고, 통신서비스 지출도 1.8% 감소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2020년 2/4분기 통신비 지출 세부 내용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기존 LTE에 비해 높은 5G 서비스 가입자가 850만명 수준으로 늘었음에도, 통신서비스 지출이 오히려 감소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 잘 들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올 상반기 이통3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3조4400억원입니다. 당초 정부가 원했던 4조원을 밑돌지만, 2022년 5G 인프라 전국망 조기 구축을 위해 3년간 24조5000억~25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넘버스]이통3사 5G 휴대폰이 느려터졌던 이유> 참조.


이통사로서는 5G에 대한 막대한 설비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초기 5G 통신비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후 시장 자율경쟁을 통해 요금 안정화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난 5월 통신요금에 대한 인가제가 폐지된 만큼 서비스 제공사 간의 정상적 시장경쟁으로 요금인하가 가능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렇지만 또다시 정부의 대표적 시장 개입 정책인 보편요금제가 일부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4차 추경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있는 통신비 2만원 지급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5G 전국망 구축으로 데이터 고속도로를 깔고,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주파수와 통신요금을 부여잡고, 선심성 정책을 펴려는 의지가 드러나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이통사가 상반기에 부실한 5G 설비투자를 한 것도 한편으로 이해가 갑니다. “보편요금제 같은 정부의 통신비 개입이 없으면, 5G에 적극 투자해 줄게”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정부·여당은 어떻게 화답을 할까요. 아니 벌써 했을 지도 모릅니다. “니네들이 5G 투자를 잘해주면, 통신비 개입은 없을거야”라고 이면합의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두고 설왕설래 하는 동안, 5G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품질 향상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By 에디터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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