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이슈IN] 댓글의 글로벌 시대..'혐한' 일으키는 국내 반응의 부작용

조회수 2020. 9. 11. 21:1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1일 국내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장 싫어하는 나라를 고른다면’이라는 주제의 글이 올라왔다. 여러 의견이 댓글로 달렸고, 일부 누리꾼들은 순위를 매기면서 싫은 나라를 골랐다. 일본이 싫다는 수준을 넘어 모욕적인 댓글도 적지 않았다. 권위도 없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게시물이었다. 하지만 해당 글과 여기에 달린 댓글은 당일 일본의 해외 반응 사이트에 고스란히 알려졌고 부정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국내 뉴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누리꾼의 반응이 해외 각국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때로는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기도 하면서 국가 간 분쟁의 씨앗이 되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필리핀 누리꾼들은 SNS에 ‘캔슬 코리아'(cancel Korea)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한국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발단은 필리핀의 인플루언서인 벨라 포치가 올린 영상이었다. 그녀가 틱톡에 공유한 영상에는 팔에 문신을 한 것이 보였는데, 국내 누리꾼으로부터 전범기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포치는 트위터를 통해 “6개월 전 16개의 광선이 있는 붉은 태양 문신을 했는데 한국인들에게 사과한다“며 ”당시 나는 역사를 알지 못했으나 알고 난 후 즉시 그것을 제거하기로 했다. 내 자신이 부끄럽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포치의 사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일부 한국 누리꾼의 반응이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가난한 필리핀인’, ‘작고 못 배웠다’, ‘무식하다, ’속이 좁다‘ 등의 거친 표현을 퍼부었다. 모욕적인 악플에 분노한 필리핀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ApologizeKorea(한국은 사과하라)”, “#CancelKorea” 등의 운동을 벌였다.


포치는 9일 트위터에 “나를 공격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을 공격하고 비웃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썼다. 이에 일부 한국 누리꾼들은 ‘미안해요필리핀(#SorryToFilipinos)’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사과의 뜻을 전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출처: /트위터 갈무리

과거와 달리 K팝, 드라마, 예능, 영화 등 한류 콘텐츠의 성공과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동시에 국내 누리꾼의 반응이 해외에 알려지는 일도 흔하다.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의견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 누리꾼의 소소한 댓글마저도 번역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웨이보의 한 계정에는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이 KBS 9시 뉴스에 출연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특이한 것은 일반 한국인 누리꾼의 의견을 중국어로 번역한 점이다. 해당 댓글은 ‘눈 호강’, ‘마스크를 썼어도 빛이 난다’, ‘설렌다’ 등 잡담에 가까운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출처: 중국어로 번역된 한국 누리꾼의 의견 /웨이보 갈무리

국내 누리꾼의 반응이 이렇게 낱낱이 해외로 전달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 각국에는 한류 및 한국 누리꾼의 반응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이트가 다수 존재한다. 일부 해외 커뮤니티의 경우 정상적인 댓글은 일부러 누락하고, 수위가 높은 악플만 번역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자극적이고 논쟁적인 댓글일수록 조회수가 높기 때문이다. ‘악플도 돈’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일부 악의적인 악플 등의 표현이 마치 국내 누리꾼 전체를 대표하는 의견으로 포장돼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반응 전파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에도 해외 반응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의 반응이 한류의 좋은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반한감정까지 일으키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이를 제도적으로 막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입장에 따라 “다른 나라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숨죽여야 하는가”라는 불만도 있지만 많은 누리꾼은 “표현의 자유랍시고 다른 국가를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것이 과연 옳은지”, “국내 반응이 해외로 실시간 번역되는 상황에서 인종차별적 의견을 그냥 놔둬야 하는가”, “악플러에게는 처벌하는 법안이 곧 처방전”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댓글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악성 댓글의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른바 ‘설리법(악플방지법)’이 발의됐으나 본 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올해 8월에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악성 댓글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By 에디터 김명상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