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버라이즌 '8조딜', 액수 그 이상의 의미

조회수 2020. 9. 7. 22: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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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통신사업자 1위 버라이즌(Verizon)에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한다. 8조원 규모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통신장비 공급 계약 사상 최대 액수다.


이번 ‘메가딜’은 단순히 매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내 1위 사업자의 장비 공급사로서 글로벌 장비 생태계를 주도할 ‘키’를 잡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7일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버라이즌에 5G 무선통신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총 66억 달러(7조9000억원)로, 지난 6월 30일부터 2025년 12월까지 5년 6개월간 이어진다. 담당 부서인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가 지난해 4조9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번 수주는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계약 역사상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만 2500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삼성전자가 가장 큰 사업자의 장비 공급사로 선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5G 장비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버라이즌과의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게 됐다.


한 번 맺은 계약 잘 안 깨진다…“유럽 등 타 지역 수주 기반 마련”


다만 이번 수주는 액수 말고도 더 큰 의미가 있다. 바로 5G 시대에 접어들며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줄곧 뒤처지던 삼성전자가 버라이즌과의 협력을 계기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통신장비 솔루션 시장은 한 번 계약을 맺으면 별 탈이 없는 한 그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통신의 국제 표준은 같지만 각 회사마다 솔루션이 다르기 때문에 호환성 문제가 생긴다. 쉽게 말해 제조사가 달라지면 4G와 5G의 교차 과정에서 전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출처: 삼성전자 5G MMU 솔루션./사진=굿디자인 어워드 홈페이지

이 때문에 한 통신사가 특정 회사의 장비를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계약 관계를 잘 바꾸지 않는다. 화웨이의 LTE 통신 장비 솔루션을 구축했던 LG유플러스가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 어렵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즉 삼성전자가 버라이즌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면서 장기간 관계를 이어갈 기반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의미는 버라이즌이라는 ‘이름값’이다. 세계 최대 규모 통신 시장인 미국에서도 버라이즌은 1위 통신 사업자다. 버라이즌의 자국 내 가입자는 1억8300만명으로 2위인 AT&T(1억7100만명), 3위 티모바일(1억3700만명)에 앞선다. 이런 회사가 삼성전자의 5G 통신망을 깔게 된다는 건 전세계적으로 삼성전자의 통신장비가 공인됐다는 의미가 된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공급·제조·개발 전 분야에서 신뢰를 확보해 공급망과 보안 측면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이번 성과를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추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관측했다.

출처: 2018~2020.3월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공급 국가들./자료=메리츠증권

삼성전자는 2018년 말 31.6%였던 5G 기지국 장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말 16.6%까지 빠졌다. 저가 장비를 앞세운 화웨이가 내수시장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치고 나갔고 에릭슨과 노키아가 영국과 호주, 미주, 일본, 중동 등에서 시장을 선점한 탓이다.


점유율 하락에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2019년 장비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렸다. 핵심 칩셋인 RAN과 코어 통신장비·모뎀, RFIC,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칩(DAFE)을 직접 개발해 제조했고 케이스와 광트랜시버, 트랜지스터, 필터, PCB 등의 국내 공급망도 구축했다. 엑시노스 기반의 스마트폰용 5G 모뎀 솔루션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는 쾌거도 올렸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라는 이벤트도 호재가 됐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며 우방국에 불매를 강권했다. 이에 미국의 ‘반 화웨이 전선’ 주요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이 화웨이를 배제를 밝혔다. 그 틈을 타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반대급부로 떠올랐다.


버라이즌과의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글로벌 5G 장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5G 기지국 점유율은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4위였다.


By 리포터 이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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