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테러리즘 보험'에 가입한 이유

조회수 2020. 9. 7. 1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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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홈플러스 홈페이지

테러리즘((Terrorism). 이 어마무시한 단어는 지난 2001년 미국 9.11 테러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보험업계에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테러로 국가나 공공기관, 민간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보험사들이 피해액의 일보를 보상해주는 이른바 ‘테러리즘 보험’이 탄생한 것. 우리에겐 꽤 낯설지만, 상대적으로 테러 위험에 많이 노출된 미국이나 유럽에선 어느 정도 보편화 된 금융상품이다.


물론 테러와는 다소 거리가 먼 우리나라에도 이 보험에 가입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그리고 항공사들이다. 아무래도 항공기 대상으로한 테러가 잦았던 데다 9.11 테러 이후 세계적인 행사나 공항, 휴양지 등 외국인들이 많은 곳 위주로 테러가 종종 일어났기 때문에 ‘테러리즘 보험 가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거라 보여진다.


그런데 일반 기업 중에서도 테러리즘 보험에 가입한 곳이 있는데 바로 홈플러스다. 유통 업계는 물론이고, 항공사를 제외한 국내 민간 기업 통틀어 홈플러스만이 이 보험에 유일하게 가입돼 있다.

출처: 홈플러스 테러리즘 보험 가입 내역/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공시상으로는 2012년 하반기 삼성화재해상보험에서 이 보험을 처음 가입한 것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공시 의무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아마 훨씬 이전부터 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홈플러스가 현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로 매각된 게 2015년이니, 전 주인이 삼성물산·영국 테스코인 시절부터 이 보험에 가입했다 볼 수 있다. 이후 KB손해보험, 동부화재, DB손해보험 등으로 여러번 부보처를 옮겼고, 부보금액(보험 계약자가 보험 회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정한 보험 가입 금액)도 한 때는 1조원에 달한 바 있다.


그렇다면, 테러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소매 유통 업체’ 홈플러스가 이 테러리즘 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뭘까. 그저 소매와 유통에서의 테러 우려 때문일까? 그렇다면 경쟁사인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가입해야 하지 않을까.


일단 홈플러스의 모회사가 한때 영국회사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는 원래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가 50:50 합작 투자해 만든 회사로, 원래 이름은 삼성테스코였다. 이후 삼성물산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테스코 보유 지분을 모두 테스코에게 넘기면서 100% 영국계 기업이 됐다.


9.11 테러 이후 잦은 테러 위협에 시달린 영국 정부는 자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자회사까지 테러리즘 보험을 의무화했다. 아마 홈플러스도 이런 차원에서 테러리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여기서 궁금증 하나 더.


홈플러스는 이미 5년 전 대주주가 국내 사모펀드 MBK로 바뀐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이 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사실 홈플러스의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 할 만큼 지독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만 해도 전년 대비 각각 4.7%, 38.9% 감소한 7조3002억원, 1602억원으로, 이 마저도 ‘코로나 19 사태’ 이전의 실적이다. 순손실 규모 또한 5322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최근에는 비용 감소 차원에서 점포까지 잇따라 매각하는 중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서며 사업구조를 대거 바꾸고 있는 업종이 전통 소매유통 업종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지출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홈플러스 관계자는 “보험료나 혜택이 합리적인 편이라 굳이 해제할 이유가 없어서 테러리즘 보험이 유지돼 왔다”며 “해당 보험과 관련해선 매년 유지나 해제 관련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By 에디터 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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