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 배달 라이더 공급 잡는다..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

조회수 2020. 9. 2. 23: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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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아, 잠원동 두 개.” 그땐 전화를 받고 배달을 나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로 가면, 주인은 갓 튀긴 통닭과 함께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네줬다. 건당 오천원.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가 라이더(배달기사)로 일할 당시 받았던 배달료다. 직장생활을 하다 전재산을 사기 당하고 배달업에 뛰어들었던 그는, 늘어나는 배달 수요에서 사업기회를 포착했다. 2009년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를 창업, 배달대행 사업을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를 떠난 그는 지난해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배달앱 창업가 출신인 문지영 공동대표와 함께 또다시 배달대행 스타트업을 꾸렸다. 문지영 대표는 플랫폼 관리와 전반적인 브랜딩을, 유현철 대표는 현장경영을 맡고 있다. “오래 해봤으니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달도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단순히 동선을 짜고 빨리 배송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일하는 라이더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강남구 스파이더크래프트 본사에서 유현철・문지영 공동대표를 만났다.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제공

“한국의 ‘고젝’ 꿈꾼다”


코로나 확산 이후 배달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의 월 결제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결제금액은 1조82억원, 결제자수는 1628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량은 쏟아지는데, 배달을 감당할 라이더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도 부정적인 데다가 교통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유 대표는 “배달대행에서 앞으로의 주요 과제는 라이더의 공급이다. 우리가 브랜드 타깃을 라이더로 잡은 이유”라며 “라이더가 자긍심을 갖는 브랜드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더크래프트는 라이더의 안전·수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종합보험의 문턱을 낮췄다. 전 연령 기준 종합보험료는 평균 1000만원이 넘는다. 비싼 보험료로 인해 상당수 라이더는 보장 범위가 제한된 책임보험(타인 손해배상)에 가입해왔다. 스파이더크래프트는 종합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만 라이더에게 대여 형태로 공급해주고 있다. 유 대표는 “종합보험(본인 상해 및 기타배상)이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인사사고가 나면 사비를 털어서 합의금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하루 수익을 내려다 사고 한번으로 인생이 달라진다”며 “배달 오토바이는 사고율이 높으니 보험사도 가입을 안 받아주려 하지만, 어렵게 공급처를 구했다”고 말했다.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도 고안했다. 일례로 스파이더크래프트는 업계 최초 직급 체계를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안전운전 준수, 세금 성실납부, 친절배달, 범죄이력 조회서 제출 등 ‘미션’을 이행하면 레벨이 부여된다. 규칙을 성실히 준수한 ‘고레벨’ 라이더는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히든 미션’을 받는다. 라이더가 영업·판매대행에 나서는, 이른바 ‘스파이더 팸버스(패밀리멤버스)’다. 제로페이, 카카오페이, 알리페이 등 결제시스템 제휴영업을 라이더에게 맡기는 게 골자다. 배달 일에 수익사업을 얹어, 안전배달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라이더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유니폼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향점은 인도네시아 우버(Uber)로 불리는 ‘고젝’이다. 고젝은 영업용 오토바이를 우버처럼 만들어 음식주문(고푸드), 퀵서비스(고센드), 장보기(고마트)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파이더크래프트도 라이더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전국적인 배달망을 구축해, 단순히 음식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서비스를 할 수 있게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국에 ‘스파이더GO’라는 오프라인 배달 거점을 세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사가 스파이더GO를 통해 배달 외 자체 수익모델을 만들도록 지원해, 각 지역의 라이더가 충분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확장속도는 빠르다. 170개 대리점과 8000여명의 라이더가 스파이더크래프트에서 활동 중이다. 유현철 대표는 “자본투입 없이도 경쟁사 대비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던 비결은, 현장을 알아서 비용 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자본논리로만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마지막 퍼즐…’라스트마일 지도’ 만든다


지난해 설립 8개월 만에 시드 투자를 유치한 스파이더크래프트는 올해 7월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현대기술투자, HB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패스파인더에이치 등 5곳이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 6월에는 블랙박스·내비게이션 기업 팅크웨어와 팅크웨어 지도 플랫폼 개발 자회사 아이나비시스템즈로부터 전략적 투자(SI)를 유치했다. 아이나비시스템즈와 협력해 배달대행 자체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최근 라이더 확보 차원에서 일반인도 근거리 배송에 참여시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데, 자체지도를 통해 이를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유 대표는 “단순히 ‘최단거리’를 안내하는 수준이 아니라 라이더의 숙련도에 맞게 언덕길이나 샛길 등을 보여줄 수 있고 또 공공화장실, 주유소 등 필요사항을 적용한 맞춤형 라스트마일 지도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라이더가 묶음 배달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동선에 맞게 최적화된 픽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스파이더크래프트는 공익 전문가와 노동조합, 기업(배달의민족・요기요) 등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가운데는 유일하게 참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유 대표는 “도로에서 라이더가 위험하게 운전하는 것을 보면 나도 안타까울 때가 있지만, 손님이 되면 배달한 음식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양가적인 마음이 공존한다”며 “배달산업이 고도화됐고 현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인 것은 사실인 만큼 현실에 맞는 정책이 마련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달대행은 ‘퀵’과는 다른데, 산업코드조차 없어 소득 관련 신고를 할 때 퀵서비스 종사자로 신고하는 실정이고 법적 안전장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율성에 기반한 산업임을 인정하고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설계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By 리포터 김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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